▲ 공주시 탄천면 송학2리 마을회관(송학리 416-1) 전경
공주시 탄천 송학리 장승제(灘川 松鶴里 長丞祭)는 소라실 마을 입구에서 2km 떨어진 앞산이 풍수상 등잔 형상을 한 괘등혈(掛燈穴)로 항상 화기(火氣)를 내뿜고 있어서 화재가 빈번하였다고 한다. 이를 막기 위해 장승과 오릿대(솟대)를 세워 재앙을 막아내고자 장승제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탄천 송학리 장승제는 400여 년 전(일설에는 백제시대)부터 전해진 고유의 민속문화로 정월 대보름날 남·여 장승을 합궁시켜 마을의 안녕과 농사의 풍요를 기원하는 생산 의식으로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 중에도 지속되었으나,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에는 어쩔 수가 없어서 2년 동안 열리지 못하고 있다가 3년 만에 시연회를 하게 되었다.
▲ 장승목 베기
▲ 장승 제작과정
▲ 공주 탄천송학리장승제보존회의 서승렬 회원이 장승의 얼굴을 그리고 있다.
▲공주 탄천송학리장승제보존회의 서승렬 회원이 동편 마을의 장승에는 ‘동방천원축귀대장군(東方天元逐鬼大將軍)’을, 서편 마을의 장승에는 ‘서방지하축귀대장군(西方地下逐鬼大將軍)’이라고 명문(銘文)을 쓰고 있다.
▲공주 탄천송학리장승제보존회의 서승렬 회원이 나무오리(鳥)에 문양을 그려 넣고 있다.
▲ 공주시 탄천면 송학 2리 함샘은 상수도가 들어오면서 음용수로 사용하지 않고 있으며, 주민들이 보물샘이라고 지칭하는 산꼭대기의 옹달샘은 송학 2리 노인회장(박 용석)이 샘 주변을 정리하고 지붕을 만들어 관리 중이라고 한다.
송학 2리의 소라실 마을은 계곡을 사이에 두고 동편에 자리한 매봉 마을과 서편의 삼태봉 마을로 나누어진다. 동편인 매봉 기슭의 남장승(신랑)마을과 서편 삼태봉 기슭에 있는 여장승(신부)마을 주민들은 음력 정월 초사흗날 회의를 거쳐 제사를 주관할 제관· 독축을 할 축관·제물을 준비할 유사를 선출한다고 한다. 정월 초엿새에는 농기(農旗)를 앞세우고, 각 가정을 돌며 지신밟기를 하고, 정월 열나흗날에는 샘(우물)을 품어 깨끗한 물이 고이면 그 물을 길어다 마을을 돌며 걸립(乞粒)한 쌀로 술(祭酒)을 빚는다고 한다. 그 밖에 유사(有司) 집 문 앞에는 사람의 출입을 금한다는 금(禁) 줄을 설치하고, 황토를 뿌리고 우물제를 지낸 뒤 집집을 돌며 샘굿을 한다고 한다.
▲ 탄천두레풍장 회원 한 분이 비나리하고 있다. 비나리는 고사를 지내며 부르는 노래로 천지개벽, 축원 덕담, 살풀이, 액풀이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 풍물패와 농악패와 마을 주민들이 모여 풍장을 치고 있다.
▲ 기세배(旗歲拜)
이어서 기세배(旗歲拜)가 거행됐다. '기세배'는 기합례라고도 하며, 일종의 모의 혼례식으로 동과 서로 갈라진 두 편에서 '신농유업(神農有業)'이라 쓴 농기의 혼례를 거행하는 것으로 장승제의 형식과 동일하게 행해졌다. 서편의 신부 마을에서 술과 안주를 준비하여 농기를 앞세우고 풍물을 치며 동편의 신랑 마을 농기에 세배를 하러 가자, 동편 마을 농기가 마중을 나가 신부 마을 농기를 세배 장소로 안내하였다. 신부기가 먼저 네 번 절을 하니, 신랑기는 답례로 두 번 절하고 신부기에 채단(采緞)을 묶어 준다. 채단은 전통혼례 때 혼인에 앞서 납폐 때 신랑집에서 신부집으로 보내는 예물을 말한다.
▲ 엿 나눠주기
기세배가 끝나자 동네 분들이 밤톨 모양을 하고 있지만, 잣으로 만들었다는 엿을 나눠 주셨다. '엿 나눠주기'라는 의례의 하나라고 하는데, 더위에 지친 행사 참여자들은 달달한 엿을 먹으며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 폐백
▲장승 혼례
▲ 동편(동방)의 소라실(松谷, 동구나무) 입구 풍경
▲ 소라실 동구나무 맞은편에는 서편(서방)의 장승군이 자리한다.
본 행사는 저녁 늦게까지 이어진다고 하는데, 아쉽게도 다른 급한 일로 장승 혼례까지만 보고 자리를 떠나와야 했다. 송학 2리를 떠나오며 이보다 앞서 있었던 공주 의당집터다지기 시연을 보고 온 모 기관장이 SNS에 연세 많은 마을 주민들이 무형문화재를 끌어나가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표한 일이 떠올랐다. 그리고 탄천 송학리 장승제에서 몇 년 만에 만나 뵙게 된 '박형식' 짚풀공예가가 하신 말씀도 되짚어 보았다. 90 연세에 풍장을 치러 나오신 박형식 공예가는 "마을 일이니까 나서야지!" 말씀하시며, "사람들한테 보여 주려고 일부러 탕건을 쓰고 나왔지."라고 덧붙이셨다.
마을 주민들이 대대로 전해지는 마을의 민속신앙과 놀이를 전승하려는 의지와 노력이 계속되는 한 사람들의 관심이 덜한 이러한 행사에 관계 부처의 흔들림 없는 행정력과 지원이 모여야 한다는 생각이다. 단계를 밟아나가는 과정이 계속되다 보면, 언젠가는 누군가에 의해 새로운 문화 형태로 시도되거나 확장되어 가리라 믿기 때문이다. 탄천 송학리 장승제를 둘러보고 온 후기를 쓰며 일반인, 특히 젊은 층이 이해하기 쉽고, 검색이 용이하도록 무형문화재와 관련된 용어 정비의 필요성이 시급함을 함께 절감한다.
【참고 자료】
1.디지털공주문화대전-공주탄천장승제
2.디지털공주문화대전-탄천장승제보존회
3.디지털공주문화대전-탄천 소라실 장승
4.한국민족문화대백과 -공주탄천장승제
5.공주대학교 박물관 제26회 문화유적 답사 자료집, 문헌자료(김두하)
6.공주시 , 공주의 맛과 멋-공주탄천장승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