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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서천 레트로여행 판교마을 골목 여행

서천 레트로여행 판교마을 골목 여행

2022.02.03(목) 20:38:54 | 여행작가 봄비 (이메일주소:springlll8@naver.com
               	springlll8@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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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이 말을 할 수 있다면 이 건물들을 어떤 이야기를 할까.
나 좀 고쳐달라고 할까.
아니면 낡으면 낡을 대로 좋으니 그냥 내버려 두라고 할까.
한때는 주민이 8,000명이 넘는 마을 거리인데 그 시간이 언제쯤부터 멈췄을까.
해묵은 때가 뒤덮은 건물, 예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간판 폰트, 아귀가 맞지 않아 삐거덕거릴 것 같은 미닫이문과 옹기종기 어깨를 맞대고 있는 슬레이트 지붕.
그렇게 시간은 멈췄다.
나는 이런 오래된 것을 좋아한다.
오래된 것에는 흔히 말하는 요즘 것이 흉내 낼 수 없는 깊이가 있다.
빠르게 변하는 곳에서 좀 더뎌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만 같아서.
그래서 오래된 것들을 가득 볼 수 있는 서천 판교마을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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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라고 하면 성남 분당구 판교동에 자리한 판교 신도시가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여긴 신도시는 아니다.
서천에 자리한 판교 마을은 마을 어귀에 자리한 나무다리에서 유래된 이름이라고 한다.
현재는 몇백 명밖에 거주하지 않은 이 마을이 오래전부터 남루했던 것은 아니다. '나때는 말이야'가 절로 떠오른다.

193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장항선 판교역이 개통하면서 많은 이들이 이곳으로 몰려왔다. 이곳에 형성된 판교 우시장은 충청남도 3대 우시장이라 불렸다고 하니 얼마나 번화했던 곳인지 짐작할 수 있다. 그 덕분인지 이 마을에 둥지를 튼 사람이 무려 8,000명에 달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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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어느 순간 시간이 멈췄다.
2008년 장항선 직선화 사업으로 마을 속에 자리한 기차역이 마을 밖으로 이전되고, 시대의 흐름이 바뀌면서 그렇게 '나때는' 저물어 갔다.
그렇다고 해서 이전된 판교역이 현 마을과 완전히 다른 곳에 자리한 것은 아니다.
걸어서 15분이면 판교역에서 마을로 갈 수 있으니 여전히 뚜벅이 여행자에게 꽤 접근성이 좋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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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발짝 한 발짝 발을 내디뎠다.
그럴 때마다 묘한 세계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 든다.
내가 태어나지도 않았던 오래전 그때로.
이불이라 적힌 건물 안에는 이불보단 마을의 사랑방 역할을 할 것만 같은 인테리어가 널브러져 있었다.
어떤 건물은 여전히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기도 하지만, 또 어떤 건물은 간판과 달리 동네 사랑방 또는 다른 기능으로 활용되는 듯 보였다.
오래된 것을 그대로 남겨두거나 거기에 조금 보수해서 새로운 것과 조화를 이루거나.
카메라를 들어 사진을 찍는다.
지나가는 주민은 그 풍경이 익숙하다는 듯 빼꼼 인사를 건네고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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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마을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물이 있다.
일본식 가옥으로 지어진 2층 높이의 이 건물은 '장미사진관'이라 불린다.
일제강점기 당시 이곳 동면(그때 당시엔 판교면을 동면이라 불렀다) 주민 5,500명을 쥐락펴락할 정도로 권력을 쥔 일본 부호 11명이 살던 곳이다.
이곳에서 "텐노 헤이까 반자이(천황폐하 만세)", "고메 구다사이(쌀 주세요)"라고 일본인에게 외치거나 일본말을 할 줄 알아야 쌀을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해방 이후엔 한방에 옹기종기 모여 잠을 청하는 숙소 역할을 하다 그 뒤론 반쪽은 쌀가게, 또 반쪽은 장미사진관으로 활용되었다고 한다.
판교마을 곳곳엔 이렇게 오랜 역사를 알 수 있는 설명문이 있다. 설명문을 보면 왜 이곳에 ‘쌀’이라는 글귀가 적혀 있는지 단박에 알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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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발길이 닿은 곳은, 거무스레할 정도로 해묵은 시멘트 건물이 눈에 띄는 동일주조장이다.
도드라지게 튀어나온 동일주조장이라는 글귀 밑엔 TEL 45라는 의문의 전화번호가 적혀 있다.
딱 봐도 역사를 가늠할 수 있을 듯한 꾹 닫은 문까지 1974년 이전에 설립되어 3대째 이어진 주조장은 언제부터 시간이 멈췄을까.
발길을 돌리기 아쉬울 만큼 쓸쓸한 풍경이다.
멈춘 시간. 언젠가 다시 이곳을 찾아와야겠다.
그때도 이 거리가 바뀌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면서도 또 조금은 새로운 변화가 불었으면 하는 마음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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