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남길 수 있다는 것은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최고의 흔적이지 않을까. 옛사람들의 흔적을 살펴보면 비범한 생각을 가졌던 사람들을 볼 수 있다. 한국의 역사에서도 그런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최고는 최치원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천재 또는 많은 것을 볼 수 있는 사람은 보통의 존재들에게 부여되는 것보다 인간과 사물에 대한 더 깊은 통찰력을 가지고 있다. 좋은 점은 긍정적이면서 밝은 측면을 잘 보고 안 좋은 점은 낙담, 실패, 역경 같은 것을 다른 사람보다 더 예리하게 지각이 된다.



운전을 하다가도 주변을 보면 사소한 것들이 눈에 잘 들어온다. 사물을 더 깊이 생각하고 집착하게 되면 다른 사람들이 그냥 지나치는 것을 포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감정적 복잡성에서 광범위한 삶의 스펙트럼이 넓어지는데 그것이 때론 사람을 고립시킨다.



이 신도비는 이기하 장군의 신도비다. 조선 중기의 무신으로 자는 하경 본관은 한산이다. 한산이 씨를 이곳에서도 보게 된다. 숙종대에 공조판서 겸 도총관에 올라갔던 사람으로 북한산성을 쌓는 일에 참여했으며 강화 문수산성과 남한산성의 방어태세를 점검하였다. 한국사에서 신도비는 일본의 신도와는 의미가 다르다. 일본의 신도에서는 사람도 본래 신성한 것으로 간주한다. 가미에 의해 생명이 주어진 존재, 이 세상에 무언가의 사명을 받고 태어나게 된 존재라고 본다. 



이기하 장군의 신도비에서 조금 더 올라오면 이의배 신도비가 나온다. 이의배는 24살 때 무과(武科)에 급제하여 사헌부 감찰부터 시작, 인조반정 때 세운 공으로 명천 부사에 임명되었다. 조선시대에는 문무를 겸비한 장군들이 적지가 않았다. 그는 사서(史書), 논어 등 경전 읽기도 즐겨하여 문무를 겸비한 인재였다고 알려져 있다. 



계단을 올라가면 그의 신도비를 만나볼 수 있다. 이의배는 전라좌수사가 되고 여러 관직을 거쳐 근무하다가 병자호란이 일어났을 때 적이 쳐들어왔다는 소식을 듣고 병사를 보아 남한산성으로 향하던 중에 죽산 산성에서 적의 습격을 받고 싸우다가 전사하였다.



충무공은 많이 들어보았겠지만 이의배에게는 충장공이라는 시호가 내려졌다. 목은 이색은 유학의 대가로 조선에 큰 영향을 미친 인물로 이의배의 조상이기도 하다. 한산 이 씨인 조부인 이흥준 대부터 예산에 살기 시작했다는 이의배는 사헌부 장령(정 4품 벼슬)을 지낸 이흡(李洽)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충무공 이순신, 충무공 정충신, 충무공 김시민 등을 통해 많이 알려져 있는 시호인데 충장공도 적지 않다. 충장공 김덕령, 충장공 이복남, 충장공 권율, 충장공 정운등 충장공 이의배를 비롯하여 전쟁에서 공을 세웠던 사람에게 내려진 시호중 하나다.



이의배는 1599년(선조 32) 무과에 급제해 선전관이 되고 이어 감찰로 전임되었다. 그 뒤 연해(沿海) 지역인 보령 현감으로 발탁되기도 했었다. 보령에는 충청수영성이 있는데 그곳에 수군이 주둔했었다. 지금도 오천항이 있어서 경관이 좋은 곳이다.



이 비는 낮은 사각 받침 위로 비 몸을 세우고 머릿돌을 올린 모습으로, 머릿돌에는 두 마리의 용이 서로 여의주를 다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의배는 자신과 연관된 이들과 같이 모두 전사하였는데 조정에서는 후일 이들의 공을 가상히 여겨 이의배 부자 및 허완·민영 등 양 절도사, 노비 축생을 모두 정려 하였다. 사후에 이의배는 처음에 병조판서로 추증했다가 다시 영의정으로 승격 추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