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군 석성면 석성 2리 남산마을 연지에서 제1회 석성 연꽃밭 잔치가 열렸다.
시국이 어수선해 많은 사람들을 초청하거나 널리 알리지도 못하고 거리두기 조치에 따라 60명만 초대해서 약식으로 치른 잔치였다.
연꽃밭 잔치를 열기 위해 우선 연지의 용신과 목신에게 먼저 고하는 고유제를 지내고 있다.
부여군 석성면은 원래 조선시대 석성현이었던 곳으로 객사와 동헌이 있었던 곳이다. 원래 동헌과 객사, 문루는 조선 행정 기관의 3종 세트로 함께 묶여 있어야 정상이다. 현재 석성 동헌만 남고 객사 있던 자리에는 석성초등학교가 들어서 있다. 이곳 연지는 객사에 딸린 정원으로 추정된다. 일제 강점기를 지나는 동안 우리의 얼과 혼이 산산이 흩어져버렸듯이 마을의 역사도 그렇게 잊혀왔다. 석성 연지에서 생산한 연자를 왕에게 진상했던 기록은 세종실록지리지에 남아 있는데 그동안 이에 대해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었다.
제1회 연꽃밭 잔치를 여는 자리에서 석성면 추진위원장은 과거에 대한 혜안을 가지지 못하고 그냥 흘려온 점을 깊이 통탄한다고 말했으며 연꽃밭 잔치를 계기로 석성의 역사를 간직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을 강조했다.
향토 사학자인 이진현 님이 처음으로 2019년 지역 신문( e부여신문 2019.6.27 )에 이 연지의 역사적 유래에 대해 기고를 하면서 지역 사람들이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해 제1회 연꽃밭잔치를 개최하게 되었다.
부여 사람들이라면 어쩐지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기시감이 느껴지는 정자와 연꽃 조경이다. 궁남지의 축소판처럼 보인다. 실제로 동국여지승람에는 객사 앞에 연지가 있고 버드나무 고목들이 있다는 기록이 있다고 한다.
박정현 부여 군수도 석성 연지는 부여 궁남지의 시원(始原)이 되는 것 같다며 원조의 품격을 살려 연꽃밭을 잘 조성하고 역사성도 살려내길 바란다고 했다.
조선시대 석성현 객사의 정원으로 추정되는 이 연지에 대한 재조명을 통해 정원 문화를 선도하겠다는 포부로 김인수 정원 조경 전문가를 초빙해 강연을 듣는 시간을 갖고 있다.
정원이란 인간과 자연의 연계이며 만남, 생명을 상징하는 것으로 출발한다. 정원 안에 작은 우주를 들여놓는 것이다. 고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이 소장하고 있는 모네의 <수련> 이란 명작이 탄생한 프랑스의 지베르니는 부여만큼 작은 마을이지만 매년 찾아오는 관광객들이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 되었다고 한다. 연꽃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꽃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 연꽃이 핀 연못 안에 작은 섬을 만들고 정자를 지어서 연꽃향을 즐기며 풍류를 즐기던 정자.
한 여름의 무더위가 통과하는 시간 즈음에 이런 정자에 앉아 애련설을 읊다가 자작시를 주고받았을
선비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 석성 연지에 살포시 앉아 있는 정자의 이름은 정우당이다.
향토 사학자 이진현 님에 의하면 이 정자에는 우암 송시열과 시남 유계, 곡운 김수증의 특별한 우정이 담겨 있다고 한다. 김수증이 석성 현감을 지낼때 송시열과 유계가 찾아와 정우정에 와서 연꽃향을 맡으며 감회를 읊은 글이 송자대전(宋子大全)과 시남집(市南集)에 수록되어있다.
진흙에서 나와도 물들지 않고
물결에 씻겨도 요염히지 않고
속은 비어도 겉은 곧으며
덩굴지지 않고 가지가 없어 번잡히지 않고
향기는 멀수록 맑고
멀리서 볼수 있으나 함부로 할수 없으니
군자의 꽃이다.
주돈이 <애련설>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