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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칼럼

치매, 이웃의 관심으로 바라봐야

생생현장리포트 -한수미 당진시대 취재차장

2021.07.15(목) 17:25:30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scottju@korea.kr
               	scottju@korea.kr)

치매이웃의관심으로바라봐야 1


이사 온 지 3개월 만에 같은 층에 사는 입주자를 만났다. 301호 현관문 앞에서 나물을 다듬던 할머니는 나에게 집에 들어가야 하는데 못 들어가고 있다고 301호 문을 열어달라셨다. 이 집에 사시는 것이 맞는지 물으니 할머니는 ‘앞 동에 사는데 원래는 이 집이 내 집’이라는 말만 거듭하셨다.

혹시 치매 환자신가 하여 핸드폰을 찾아도 없고, 치매를 알리는 식별표도 없어 난감했다. 도울 수 있는 게 없어 경찰에 신고했다. 곧 경찰이 도착했고, 경찰이 옆집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옆집 세입자 역시 이 집 할머니가 맞긴 하는데 더는 모르겠다며 문을 닫았다.

수년 동안 같은 층에 사는 분이 할머니에 대한 정보 하나 모르는 게 삭막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 역시도 할머니가 이웃사촌임을 몰랐다. 똑같았다.

어느 날은 순성면에서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시골 도로 한가운데를 걷고 있는 노인을 봤다. 좁은 차선으로 차들이 달리는 데 어르신은 혼자 보행기를 밀며 위험하게 지나가고 있었다.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이 도착했다는 문자를 받고서야 안심할 수 있었다.

지난 4월 기준으로 당진의 인구는 16만 6249명. 65세 이상 인구는 3만 1331명으로 18.8%에 달한다. 2020년 추정 치매 유병률은 12.03%로, 전국 10.3%와 충남 11.85%에 비해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60세 이상 인구 4만 3495명 중 치매 등록 환자 수는 3247명, 7.47%로 집계됐다. 특히 시골 지역인 고대와 대호지, 순성, 우강 등 면 지역 치매환자 비율이 전체 노인 수 대비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일련의 사례로도, 당진의 통계로도, 치매환자는 가까이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 가족이 될 수 있고 우리 이웃이기도 하다. 301호 할머니가 치매 환자라는 것을 이웃인 내가 알고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싶었다.

흔히 취약계층 혹은 소외계층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이들을 위해 사회적 제도를 지원하고, 지역사회에서는 소외되지 않도록 봉사와 후원으로 뒷받침을 이어온다.

하지만 전통적인 가족 개념이 확고한 우리나라에서 취약계층을 돌보는 부담과 비용은 가족이 짊어져야 한다. 여전히 치매 환자를 비롯해 장애인 등에 대한 돌봄은 가족이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치매 환자와 가족들이 안고 있는 힘듦에 대해 공감하고, 이들을 위해 이웃의 관심이 필요하다.

치매 어르신이 자칫 길을 잃어도 마을 이웃 누군가가 집에 데려다 줄 수 있는 사회 기반이 조성된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행복한 사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당사자는 물론 그 가족들이 될 수 있는 우리가 안심하고 행복하게 사회를 구성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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