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은 가족의 달이다. 어린이를 아끼고 부모를 공경하며 스승의 은혜를 감사히 여기는 달이기도 하다. 해마다 오월이 되면 집집마다 어린 자녀에게 선물을 주고 어버이날엔 반대로 자녀가 부모님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준다. 어느덧 우리 아들딸도 자라서 남들처럼 효도를 한답시고 받고 싶은 선물이 있냐고 마음을 떠본다. 모아 온 용돈으로 엄마인 내가 좋아할 만한 선물을 장만하여 깜짝 이벤트로 효도를 하고 싶은 모양이다.



난 틀에 박힌 것이 싫었다. 그래서 아들딸에게 제안을 했다. 공주시 산성상권 팸투어에 참가하여 어버이날을 함께 보내자고. 그랬더니 흔쾌히 수락을 했다. 엄마의 마음도 읽을 줄 알고 다 컸다는 생각에 그 어떤 선물보다도 흐뭇했다.



기꺼이 일박이일을 함께 보내기로 약속하고 첫 번째 미션 장소인 하숙 마을에 들어섰다. 가끔씩 제민천 물소리가 좋아서 산책을 하곤 했는데 이웃한 하숙 마을은 그냥 지나치기 일쑤였다. 또한 하숙 마을은 밖에서만 보았을 뿐 실내로 들어와서 보는 건 처음이다.



아들은 오른 방, 딸과 난 왼 방에 짐을 풀었다. 이름이 참 단순하여 처음엔 우스웠지만 외우기 쉬워서 방 이름을 까먹을 일은 없었다. 옷가지를 정리하고 여유를 부릴 시간이 잠시 생겼다. 그제야 주변이 눈에 들어왔다. 더위에 환기를 시킬 겸 작은 창문을 열었는데 앙증맞게도 작은 쪽문 같았다. 어려서 마중물을 부어 펌프질을 하던 작두펌프도 있었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을 온 듯 학창 시절 하숙과 자취를 하던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드디어 해설사 선생님의 호출로 일정을 소화하기 시작했다. 제민천 산책로를 따라 산성시장과 중동 먹자골목의 중간에 위치한 문화공원에 도착하여 노란 평상에서 쉼을 즐겼다. 슬슬 팸투어에 재미가 붙었는지 아들딸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다. 재미없을 것 같아 내심 걱정을 한 듯했다.





주최 측에서 준 용돈 봉투를 건네받아 두 번째 미션인 살거리를 찾아 상권 일원을 돌며 장보기를 했다. 딸은 엄마가 좋아하는 참외를, 아들은 야식으로 먹을 닭강정을, 난 눈치 없이 방앗간에서 고소한 콩가루를 샀다. 충동구매를 했다고 딸이 타박했지만 옛날 생각이 나서 나도 모르게 그만 사고 말았다. 피곤할 때쯤 상권내에 있는 카페에서 음료수 먹는 미션도 있어 목을 축였다.



저녁은 맛집 골목인 중동 먹자골목에서 찜갈비로 해결했다. 모든 것이 팸투어에 포함된 것이라니 횡재한 기분이었다. 아들딸은 미션 수행을 하느라 지칠 법도 한데 새벽까지 닭강정을 먹으며 놀았다. 집을 떠나 여행자가 되어 해설사의 지시대로만 움직여보니 코로나로 못 간 수학여행을 온 기분이 들었나보다. 게다가 하숙 마을이라 예전의 학생들 교복도 재현해 놓아 복고풍의 분위기여서 흠뻑 빠질 수밖에 없어 보였다. 그래서 말리지 않았다.





이튿날에도 기분 좋은 미션으로 출발했다. 우리의 자랑인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공산성 투어가 기다리고 있었다. 금서루를 지나 공산정에서 금강을 바라보니 한없이 마음이 고요해졌다. 평온함으로 힐링을 하고 남문인 진남루로 발길을 돌렸다. 다시 한 번 뒤돌아서서 공산성을 바라보았다. 내 고향 공주가 자랑스럽게 다가왔다. 쌍수정 오르는 길에서 바라본 송산리 고분군이 있는 송산과 정지산도 뿌듯하게 내 가슴을 파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