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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여행] 소원에서 소원을 빌다

천리포에서 통개까지 이어지는 마음

2021.04.06(화) 22:05:54 | 나드리 (이메일주소:ouujuu@naver.com
               	ouujuu@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대지가 숨 쉬고 봄이 기지개를 켜는 이 시기에는 살랑거리는 바람도, 나른한 햇살도 모두 기분을 설레게 한다. 가끔씩 불어오는 봄바람처럼, 우연(偶然)에 몸을 맡기고 한껏 게으름을 피우고 싶다.  

잔잔한 봄 바다에 삶의 흔적이 이어진다
▲ 나른한 봄 바다에 삶의 흔적이 이어진다.

그러다가 햇살에 부서지는 봄이, 솜털 같은 따스함으로 간지럼을 태우며 유혹하면 마음이 안절부절못하기도 한다. 이럴 때에는 겨울 동안 묵혀둔 내 몸의 내비게이션을 작동하기 위해서 전원이 필요하다. 새로운 죄표를 설정하여 우연(偶然)의 불씨들이 점화할 수 있도록, 그리고 점화되는 불씨들이 아름다운 빛깔들을 마음껏 분출하도록 해야 한다.
 
나에게 필요한 전원을 얻는 방법은 무엇일까? 담배 속의 니코틴이나 시원한 맥주 속의 알코올도 좋다. 하지만, 공기 속에 살아있는 마법의 물질이 만들어내는 에너지가 있다. 약간은 짭조름한 냄새가 있지만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어 주는 플랑크톤이다. 바다를 닦아내 듯 스치면서 묻어오는 공기 속에서 느껴지는 플랑크톤은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해주는 전원이 되기에 충분하다. 바다에서 만들어지는 환상적인 마법의 물질인 플랑크톤은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아 주고 삶에 지친 우리들에게 희망의 엔돌핀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걷고 어슬렁거리고 두리번거리면서 느껴보는 풍경들 속에서 바다와 함께 찍히는 마법의 사진들은 여행에서 얻는 소중한 추억이다. 카르페 디엠(Carpe diem, 순간을 즐겨라)이라는 언어가 잘 어울리는 풍경이다.

바다와 즐기는 법을 잘 알고 있는 어선의 모습
▲ 바다와 즐기는 법을 잘 알고 있는 어선의 모습

땅 위의 겨울이 긴 시간에서 깨어날 때면 도토리나무에도 푸릇푸릇 새싹들이 돋아나고, 바닷가 어부들의 바쁜 움직임에서 희망이 묻어나는 곳이라면 여행의 순간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농부들은 밭에서, 어부들은 바닷가에서 희망을 일구는 풍경은 해안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태안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그중 ‘태안군 소원면’은 특별한 곳이다.
 
“소원면에서 제일 높은 산은 소근리와 원북면 장대리의 경계를 이루는 철마산(207.8m)이다. 과거에는 숲이 대단히 우거져 있었고, 과거 절터의 흔적이 아직도 남아있다. 소원면을 잘 알 수 있는 일화가 있는데, 철마산 산신령에게서 신비한 힘을 얻은 장사(壯士) ‘ 조주남’에 대한 설화이다.

철마산 정상 모습
▲ 철마산 정상 모습

철마산에는 절이 두 곳에 있었는데, 이곳에 철마 수십 마리가 봉안되어 있었다. 현재 살아있는 노인들도 철마를 실제로 목격하지는 못했다. 철마산과 그 인근의 지세는 한 마리의 큰 말(馬) 형국이다. 장대리에서 보면 산의 모습은 말 머리를 닮았다. 영전리에서 보면 왼쪽 산록(山麓)은 말의 엉덩이처럼, 그리고 가운데는 안장(鞍裝)처럼 보인다. 철마산 양쪽으로 멀리 떨어진 곳은 각각 승마하는 사람의 발을 고정시키는 등자처럼 보인다. 등자에 해당하는 장소를 마파재라고 부른다. 등자가 2개이듯이 마파재도 2곳에 있다. 한 곳은 영전리에 있고, 또 한 곳은 소근리에 있다. 영전리 마을 입구에는‘ 고삐재’라 부르는 야트막한 언덕이 있고, 그 앞으로 펼쳐진 논에는 말 먹이를 상징하는 ‘중미뜰’이 위치한다. 이렇게 철마산과 그 부근의 땅이름은 모두 말을 주제로 한 일련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태안군지 참고)“

철마산의 영험한 기운을 받아서 인지 이곳 소원면에는 충청남도에서 유일하게 무속 분야로 ‘태안 설위설경’이 도지정 무형문화재(제24호)로 지정돼 있다. 바로 장세일 법사가 예능보유자로 인정되어 있다. 장세일 법사는 현재 ‘설위설경보존회’의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태안지역 앉은굿의 전수교육과 전시 및 시연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스승으로는 '소원면 시목리'에서 살던 ‘조균호 법사(1890년 대’)를 들 수 있다. 장세일 법사도 그에게 경문을 얻고 독경에 관하여 많은 영향을 받았다.

풍어를 기원하며 새 배를 건조한 소원면 모항항의 어선의 모습
▲ 풍어를 기원하며 새 배를 건조한 소원면 모항항 어선의 모습

 
2007년 12월 7일 충청남도 태안군 소원면 앞바다에서 인천대교 공사를 마친 삼성물산 소속 크레인 부선 '삼성 1호'를 예인선이 경상남도 거제로 끌고 가다 와이어가 끊어지면서, 정박해 있던 홍콩 선적의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와 충돌하여 유조선 탱크에 있던 1만 2,547㎘(7만 8,918배럴)의 원유가 태안 인근 해역으로 유출되었다. 소원면은 당시 기름유출 사고의 1차 피해지역이었다. 천리포 해변과 만리포 해수욕장을 시작으로 모항항과 어은돌해수욕장, 파도리해수욕장, 통개항까지 번지면서 위로는 서산지역과 아래로는 안면도와 전북지역까지 번져나간 죽음의 재앙은 아직도 잊을 수 없는 악몽의 순간이다. 기름유출 사고를 당한 소원면 주민들은 그 후유증으로 아직도 치료를 받고 있다.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희망을 믿고 기적을 만들어 낸 소원면 사람들은 오늘도 작은 희망을 꿈꾸며 새로운 기적에 도전하고 있다.

천리까지 이어질 듯한 천리포해수욕장의 모습
▲ 깨끗하게 복원 된 모래가 천리까지 이어질 듯한 천리포해수욕장의 모습

 
천리포해수욕장은 민병갈 박사가 세운 '천리포수목원'으로 유명하지만, 해수욕장의 고운 모래와 빼어난 주변 경관으로 유명하다. 해수욕장 주변은 수목원에서 연구하는 희귀식물과 나무들이 가득하다. 천리포의 풍경을 보면 민병갈 박사가 천리포에 반하여 수목원을 꾸미고, 평생을 '수목원과 결혼했다'라고 말했던 이유를 알 것 같다.
 
천리포해수욕장에서 걸어서 30분 정도면 만리포해수욕장이다. 물이 빠지면 해변의 모래가 만리까지 이어진다고 해서 '만리포'라고 부르는 해수욕장이다. 만리포에서 이루어지는 사랑은, 끝없이 이어지는 해변의 고운 모래처럼 아름답다는 이유로 젊은이들이 많이 찾아온다. 그야말로 청춘은 봄이요, 봄은 만리포에서 시작된다는 말이 실감 난다. 지금은 2007년 12월 기름유출 사고 이전처럼 모든 생태계가 복원되어, 천리포와 만리포에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있다.

만리포해수욕장의 모습
▲ 하얀 은빛 모래가 펼쳐진 만리포해수욕장의 모습

 
만리포 해변을 걷다 보면 만리포 항구 입구에서 모항항으로 넘어가는 언덕길이 보인다. 모항항까지 꼬불꼬불거리는 산길을 걸어서 40여 분 거리지만, 아무런 생각 없이 걷다가 마주치는 풍경들과 눈으로 이야기하기에는 짧은 시간이다. 주변 경관이 아름다워서 걷다 보면 어느새 모항항이 눈앞에 펼쳐진다. 모항항(茅項港)은 충청남도 태안군 소원면 모항리에 있는 어항이다. 1991년 3월 1일 국가어항으로 지정되었으며, 관리청은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 시설관리자는 ‘태안군수’이다. 태안군에 국가어항은 안흥항과 모항항 두 곳인데, 이곳 모항항은 국가어항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 지금 한창 공사 중이다.

모항리 항구의 모습
▲ 모항리 항구의 모습

항구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70여 척의 어선들은 다른 태안지역의 항구보다는 한적해 보인다. 이곳은 다른 항구처럼 실치를 잡지 않고, 잡어(꽃게, 광어, 도다리)를 주로 잡아서 그런지 아직까지는 풍어를 기원하며 물고기 잡을 준비에 여념이 없어 보였다.

풍어를 기원하는 모항항의 어선들 ▲ 풍어를 기원하는 모항항의 어선들

모항항을 뒤로하고 ‘어은돌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예전에는 이곳을 '이은들'이라고 불렀다. 그 의미는 '모항과 파도리를 이어주는 들'인데, 언제부터인가 '고기가 숨을 돌'이란 뜻의 어은(漁隱)이란 한자 지명으로 표기하게 되었다. 예전의 '어은돌해수욕장'은 모래가 펼쳐진 다른 해수욕장과 달리, 매끄럽고 동그란 작은 돌들이 깔려 있었다. 그토록 많은 예쁜 돌들이 사라지고 지금은 군데군데 모래와 돌들이 뒤섞인 모습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어은돌해수욕장의 모습
▲ 어은돌해수욕장의 모습

이곳은 어촌과 관광지가 함께 공존하는 곳이다. 한 사람이 가져가는 작은 돌 몇 개가, 몇십 년 동안 모이면 엄청난 양이된다는 것을, 눈앞에 사라진 어은돌을 보면서 느낀다. 이곳 주민들은 통발로 물고기를 잡아 생계를 이어가기 때문에 바다에서 바쁜 봄날을 보내고 있다. 이곳도 2007년 12월 기름유출의 악몽에서 벗어나 활기찬 모습으로 봄을 맞이하고 있었다.

어은돌항에 정박중인 어선들
▲ 어은돌항에 정박중인 어선들

 
어은돌이 사라져 가는 안타까운 마음을 차에 싣고 어은돌해수욕장을 뒤로하고 파도리해수욕장으로 향했다. 파도리에는 ‘통개(桶浦)항’과 ‘파도리해수욕장’으로 유명하다. 통개항은 '좁은 통로에 있는 마을'이란 의미인데, 통개항 바로 앞 근흥면과의 바닷길이 300여 미터도 안 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통개항 모습
▲ 통개항 모습

 
통개항 주민들은 다양한 양식을 하면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해삼과 전복 그리고 굴과 바지락까지 양식을 할 수 있는 천혜의 바다를 품은 파도리는 지금은 280여 가구가 모여 살고 있는 큰 마을이다. 기름유출 사고로 많은 사람들이 떠나고 황량했던 마을이 활기를 되찾고, 검은 죽음의 그림자가 뒤덮었던 바다는 쪽빛 파도를 가득 안고 금빛 햇살과 물장구를 치면서 4월의 봄을 반기고 있다.

통개항 뒤에 석굴들이 바위에서 자생하고 있다
▲ 통개항 뒤에 석굴들이 바위에서 자생하고 있다.

통개항 끝 건너편의 근흥면이 닿을 듯 한다.
▲ 통개항 끝 건너편의 근흥면이 닿을 듯 한다.

천리포와 만리포를 거쳐 모항항에서 점심을 먹고, 어은돌해수욕장과 파도리해수욕장에 도착하여 풍경 좋은 찻집에서 커피를 마신다. 중학생쯤 돼 보이는 여자 아이의 손을 꼭 잡은 아빠는 '라떼는 말이야~' 하면서 과거를 이야기하고, 코 밑에 검은 솜털이 뽀송한 고등학생쯤 돼 보이는 아들의 손을 잡은 엄마는 바다를 보면서 미래를 이야기한다. 아름다운 풍경이다. 푸른 바다도 그렇고, 눈이 부실 정도로 햇살이 좋은 하늘도 그렇다.

파도리해수욕장의 모습
▲ 파도리해수욕장의 모습

 
그리고 그렇게 아름다운 곳에는 사람들의 따뜻한 정이 있다. 내 손안에 있는 뜨거운 ‘아메리카노’는 식어가지만, 내 눈앞에 있는 한 가족의 정은 더 뜨거워져 간다. 청춘의 사랑이 넘실대는 만리포에서, 가족의 사랑이 뜨겁게 각인되는 파도리까지. 이것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여행이 주는 또 다른 혜안이 아닐까?

통개항 주변에는 기암괴석들이 즐비하다
▲ 통개항 주변에는 기암괴석들이 즐비하다.


충남 화이팅!! 태안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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