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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광복 후 부르던 '백제 노래'를 아시나요?

2020.10.26(월) 04:13:05 | 엥선생 깡언니 (이메일주소:jhp1969@naver.com
               	jhp1969@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얼마 전, 지인한테서 듣자마자 눈이 번쩍 뜨일 만한 정보 하나를 얻었다. 팔순을 넘긴 어르신이 광복 후 소학교(후에 국민학교, 초등학교 순으로 개칭)에서 배웠다는 '백제 노래(?)'를 부르시는 현장에 있었다는 것이다.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한 다리 두 다리 건너 건너 그분을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1992년 일본문부성 검수를 받은 중3 국어 교과서
▲1992년 일본문부성 검수를 받은 중등 국어 교과서
 
급한 성미 못 이기고, 한 며칠 검색어를 바꿔 가며 '백제 노래'의 단서가 될 만한 것들을 찾아봤다. 그럴 리는 없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일본 교과서도 여러 권 뒤져 봤다. 모두 부질없는 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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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희(85세, 국립공주대학교 문화유산대학원 재학) 선생께서 영애가 운영하는 '김미경스토리텔링연구소'에 마중나와 주셨다

건너 건너 수소문한 끝에 드디어 '백제 노래'를 부르신 팔순의 어르신을 만나 뵙게 되었다. 이미 공주에서는 만학도로 이름난 분이셨다.

지난 10월 24일(토), 뛰는 가슴을 억누르며 약속 장소인 공주우체국 인근의 '김미경스토리텔링연구소'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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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후부르던39백제노래39를아시나요 4▲김선희 선생께서 노래의 1절 가사를 써 주셨다
 
'백제 노래'를 소개해 주실 분은 '김선희' 선생님이셨다. 1944년 경북 문경에 소재한 소학교에 입학했고, 2학년이 되던 1945년 여름에 광복을 맞으셨다고 한다. 해방되던 그해부터 우리말로 전국에서 불린 '백제 노래'의 제목은 정확하지 않으며, 1~4절까지 있다고 말씀하셨다. 70여 년 전에 배운 노래를 여전히 기억하고 계신 그 총기에 압도되어 깜짝깜짝 놀라며 알려주신 가사를 살펴보았다.

[1절]
따뜻한 봄날에 동무들과 백제의 옛 서울 찾아드니/ 무심한 구름은 오락가락 바람은 예대로 부는구나.

[2절]
부소산 얼굴은 아름답고 우는 새소리도 즐겁도다 / 성터는 지금도 반월이란 이름과 한 가지 남아 있다.

[3절]
백마강 맑은 물 흐르는 곳 낙화암 절벽이 솟았는데/ 꽃처럼 떨어진 궁녀들에 한서린 천년에~

[4절]
~땅 산천초목 모두 다 희부의 느낌이라/ 천년 전 기왓장 한 장에도~~
 
4절까지 있었지만, '백제 노래' 중에서 3·4절 가사는 명확하지 않다고 말씀하셨다. 그렇다 보니 누가 물으면 알기 쉽게 '백제 노래'라고 소개를 한다는 위의 노래는 부소산, 백마강, 반월(반월성) 등의 가사로 보아 백제 중에서도 부여와 연관이 깊은 걸 알 수 있었다. 
 
광복후부르던39백제노래39를아시나요 5▲김선희 선생께선 오자미(콩주머니)를 갖고 놀이를 할 때, '시바카리~'로 시작하는 일본 노래를 부르곤 하셨다 한다
 
'백제 노래' 외에도 김선희 선생은 성과 본을 차례로 쓰는 창씨개명(일본식 성명 강요) 이야기에서부터 '처녀공출'을 포함한 일본의 무자비한 수탈 행태, 놀이를 하며 각인된 일본 노래 등 시대상을 읽을 수 있는 비화들을 장시간에 걸쳐 들려 주셨다.
 
광복후부르던39백제노래39를아시나요 6
 
광복후부르던39백제노래39를아시나요 7

귀가 후, '백제 노래'의 단초를 찾았기에 다시 포털사이트에 검색어를 넣어가며 새로운 정보를 탐색해 보았다. 1절 가사의 일부를 타이핑하자 기적인가 싶게 2013년에 이 노래에 대한 질의글이 보였고, 답변은 2018년에나 달려 있었다. 김선희 선생께서 일러주신 가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질의응답을 통해 노래 제목이 밝혀졌고, 이 노래가 본디 시(詩)에 음을 붙여 만들어졌음도 알 수 있었다. 반면 작자미상의 시(詩)가 교과서에 실려 전국적으로 불린 연유와 4절에 대한 언급이 없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한편 포털사이트를 면밀히 살피니, 작자 미상의 시 '부여'는 김동길의 인물 에세이 '백 년의 사람들-이어령' 편에도 소개되어 있었다. 그간 눈여겨보지 않아 그렇지 2016년도에 작성된 블로그 글을 통해 부소산 둘레길에 서 있는 시비(詩碑)도 확인할 수 있었다. 시 '부여'는 해방 후 소학교에서 노래로 가르쳐 구전되는 가사와 가락이 명확하니 잘 다듬어서 백제를 알릴 수 있는 노래로 재탄생되면 좋을 듯싶다.

김선희 선생은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문집을 정리하여 '규방가사'를 다룬 대학원 졸업논문을 준비 중이라고 전하셨다. '백제 노래'처럼 세간에 드러나지 않은 '규방가사'를 널리 알리는 계기가 꼭 마련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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