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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갤러리 기획전시에서 만난 향토 종자 '버들벼'

2020.09.22(화) 15:00:57 | 엥선생 깡언니 (이메일주소:jhp1969@naver.com
               	jhp1969@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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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산은 언저리까지 짙은 옷으로 갈아입는구나!' 싶더니 귓가를 스치는 바람이 제법 서늘하다. 갖은 풍수해를 견뎌낸 시골 들녘의 황금벼들은 흥이 올랐는지 이 바람 저 바람을 타고 너울춤을 추어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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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6일(수)~ 9월 22일(화), 공주 '이미정갤러리'에서는 공주시문화도시센터 주관으로 전통문화유산인 버들벼의 기획전시 '하얗고 빛나는' 展이 열렸다. 들녘에서나 보던 벼를 그림이나 사진, 영상이 아닌 실물로 전시한다는 소식에 의아했다. 궁금하기는 그보다 더해서 잰걸음으로 전시장을 찾았다.
 
공주씨앗박물관 전경
▲공주씨앗도서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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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버들벼연구회'(회장 황진웅)는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로부터 '맛의 방주' 등재인증서를 전달받았다(사진 공주시)
 
공주시 옥룡동 대추골 입구에 자리한 '공주씨앗도서관'은 익히 알고 있던 터다. 2019년 9월, 공주 향토종자인 버들벼가 국제슬로푸드협회 '맛의 방주'에 등재되면서 생소했던 벼품종은 확실히 각인되었다.
 
공주시에 따르면, '맛의 방주' 사업은 국제슬로푸드협회가 글로벌화로 획일화된 음식의 생산과 소비문화를 경계하고, 지역의 전통음식과 문화를 보전하기 위해 지난 1997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사업이라고 한다.
 
선정기준이 매우 까다로운 '맛의 방주'는 전세계적으로 5057개, 국내에서는 100개의 품목만 등재되어 있다고 한다. 국내 100선에는 충남도의 태안자염과 예산삭힌김치, 예산집장도 포함되어 있다.
 
이미정 갤러리 소전시실
▲이미정갤러리 소전시실
 
이미정갤러리 소전시실에는 작은 농기구와 영농일지, 영상일지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이미정갤러리' 전시실 풍경과 영상실
▲이미정갤러리 전시실 풍경과 영상실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지만, 막상 전시실에서 수많은 품종의 원물과 표본을 마주하니 눈이 휘둥그레질 수밖에 없었다. 전시 안내를 해주시던 갤러리 관장님도 "이런 전시는 저도 처음이에요." 멋쩍어한다.
 
이번 전시에 협력한 경기도 고양시의 '우보농장'에서는 벼의 재배지 정보와 채집일까지 꼼꼼히 기록해 두고 있었다. SNS를 통해 토종벼를 지키기 위한 회원들의 노력은 알고 있었지만, 그 수고를 눈으로 확인하고 나니 감복할 따름이었다.
 
작년 가을부터 촬영했다는 '버들벼'를 비롯한 다양한 벼와 논의 모습을 담은 영상과 바람소리, 물소리는 전원 속에 서 있는 듯한 착각과 함께 마음의 평안을 선사했다. 영상을 촬영한 스텝은 버들 유(柳)자에 벼 도(稻)를 써서 '유도'라고 불리는 버들벼는 영글어 늘어진 모습이 능수버들과 닮아 붙여진 이름이며, 하얗게 피는 꽃과 예쁜 흰 눈을 가진 쌀알이 특징이라고 일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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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시에서 육성하는 품목별 농업인 버들벼연구회의 황진웅 회장은 맛의 방주 등재인증서 아래에 전시된 버들벼와 누룩, 우리밀로 만든 국수를 소개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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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관련 고서인 '임원경제지'와 '조선도품종일람' 등에는 버들벼가 한반도에 잔존해 있는 오래된 품종으로 벼농사가 도입된 신석기 무렵부터 공주와 당진·옥천 등 충청도 일부 지역에서 재배되었고, 국내 벼품종 중 유래와 기원을 추측할 수 있는 벼종자로 기록되어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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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들벼는 도정 단계별로 소개되어 있었다. 보급종 벼보다 낟알이 작고 둥글며, 쌀은 단단하고 찰기가 많아서 밥을 지으면 달고 구수한 맛이 난다고 한다. 마치 가마솥에서 갓 지은 밥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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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문화유산 버들벼 기획전시를 보고 있자니, 단 한 종뿐인 식용 바나나 '캐번디시'가 변종 파나마병의 확산으로 멸종 위기에 노출됐다는 기사를 읽은 기억이 났다. 캐번디시 품종은 1950년대까지 먹던 맛과 향이 진한 바나나 '그로 미셸'이 파나마병의 유행으로 집단폐사하고, 1960년대 생산이 중단되면서 간신히 찾아낸 품종이다. 
 
비단 바나나의 경우를 상기하지 않아도 어릴 적 먹던 사과나 달걀이 먹을 것 귀한 시절이라 더 맛있었던 것만은 아니지 싶다. 가을! 모든 것이 풍요로운 계절이다. 이 풍요를 지속하기 위해 종자의 수집, 보관 및 착한 먹거리에 대한 꾸준한 관심이 모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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