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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시 '은사시나무의 겨울'의 ‘간격’을 생각하다

천안 호두휴게소에서 ‘간격’을 유지하며 간식을 먹다

2020.09.02(수) 16:34:27 | 황토 (이메일주소:enikesa@hanmail.net
               	enikesa@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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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호두'휴게소 글이 휴게소 주차장 그늘막 위로 보인다 
 
천안에 볼일을 보고 대전으로 돌아가는 길. 천안을 지나는 경부고속도로 부산방향 하행선 천안휴게소를 들르게 되었습니다. 언뜻, 휴게소 이름이 달라졌다는 느낌이었는데 ‘천안호두휴게소’라 간판이 새로웠습니다. 천안호두는 천안특산물을 상징하는 이름으로 2019년 11월 명칭변경 최종승인을 받았다고 합니다. 휴게소를 방문하는 이들에게 홍보효과가 확실할 것 같습니다.

저녁을 먹기엔 좀 애매한 시간, 하지만 집에 가서 먹기엔 뱃속이 허전했습니다. 잠시 들러 간단하게 요기를 하려고 식당에 들어갔습니다. 그때 누군가 먹고 있던 라면냄새에 혹하여 ‘나도 라면'을 먹기로 했습니다. 그냥 라면이 아니라 ‘라면정식’을 주문하니 라면에 떡쌀이 몇 개 들어가고 밥 한 공기가 나오는 것이 정식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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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거리두기 실천 강조

식당엔 빈 자리가 많았습니다. 눈에 띄는 것은 식탁 위에 투명아크릴판이 설치된 것입니다. ‘마주보며 식사하지 않기/ 코로나19 예방에 동참’을 권하는 글들이 식탁에 붙여졌습니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 전까지도 마스크를 쓰고 있어야 할 만큼 스스로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습니다. 
 
코로나19 상황이 잡히는가 싶더니 8월 어느 날, 전국 하루 400명대를 기록했습니다. 그렇게 정점을 찍었을까요. 300명이 채 안된 299명이 되면서 9월 2일(수), 중앙방송의 뉴스에서는 '나흘 연속 신규확진자 수가 전국 200명대'라고 합니다. 지금은 방역 2.5단계로 전 국민이 각자의 활동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거리에서 마스크를 사용하지 않은 사람을 다시 바라보게 됩니다. 마스크 사용을 권유하다가 감정이 상해서 폭력이 오갔던 뉴스를 본 게 엊그제입니다. 나서서 말하기보다는 소극적으로 내가 피하기로 합니다. 다른 나라 하루 확진자가 몇 천, 몇 만의 숫자가 귓등으로 지나갔는데 혹시 하는 마음에 겁이 나는 요즘입니다. 이번 한 주까지가 아주 중요한 시기여서 2차 유행의 확산세를 안정시킬 것인지, 아니면 다시 확산이 더 확대될 것인지를 가르는 기로에 있는 시점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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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거리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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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게소 간식으로  먹은 라면정식
 
라면을 후루룩 먹으면서 아크릴판 위에 고춧가루 양념통이 올라간 모습을 봤습니다. 사람들은 말없이 밥을 먹습니다. 뭔가 칸막이가 있다는 게 은근히 불편합니다. 어떤 자리는 칸막이가 따로 있지 않아, 저기는 왜 칸막이가 없을까 궁금했는데, 그 자리는 어린아이가 있거나, 노약자 등 거동이 불편한 분들을 배려한 자리였습니다. 안내판이 너무 올라가 있어 잘 보이지 않았는데, 조금 아래로 안내판을 내린다면 많은 사람들이 더 쉽게 알아볼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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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막이 없는 자리, 안내판이 화살표만큼만 내려와도 사람들이 쉽게 볼 수 있을 텐데 너무 높게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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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릴 칸막위 위에 올려있는 양념통
 
코로나19로 요즘은 생활 속 거리두기, 사회적 거리두기로 간격이 중요해졌습니다. 사람들과 접촉이 뜸해지면서, 서로 거리낌 없던 가까운 관계가 그래서 오히려 불편했거나 상처가 되지 않았는지 돌아보게 합니다. '간격’에 골몰하다 입속에만 맴돌던 시 한 구절, '그 오랜 세월 서로 다치잖고 그렇게 선 나무들의 간격이 눈물겹다'를 다시 찾아 읽어봅니다.

  은사시나무의 겨울/이면우

  이 숲을 건너는 데는 맨발이 좋다 안개가 촉촉한 귀엣말로 속삭였다 지금은 겨울이다 안개가 또 홀랑 벗어버리라고 속삭였다 그래, 나는 끝내 벌거숭이가 되고서야 이 모든 살아있음의 아름다움이 소름처럼 돋아올랐다 안개도 때로는 나무등걸에 머물러 눈꽃이 된다.

  여편네 기침소리에 놀라 깨는 밤, 흰 피 뚝뚝 흘리는 은사시나무숲을 맨발로 걸었다 그 오랜 세월 서로 다치잖고 그렇게 선 나무들의 간격이 눈물겹다 누구라도 겨울숲에서는 밤새도록 걷지 않으면 얼어죽게 된다 안개가 그렇게 일러주었다 그리하여 겨울에 나는 늘 더 벗어야 했다 끊임없이 움직이고 이따금 생각에 잠겼다.

 (중략)

  그리고 어김없이 봄은 또 오리라 그때 숲은 새로이 수천만 잎사귀를 매달고 바람에 우쭐우쭐 춤추며 흔들며 보아, 보아, 네 얼굴 내 모습 좀 보아, 깔깔대며 손뼉 치며 나무들은 전설처럼 거기 그렇게 알맞은 간격으로 두 팔 벌리고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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