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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소박한 한 끼 밥상이 엄마에게 보약이 되었습니다

서산 농가맛집 ‘소박한 밥상’의 연잎밥 한정식

2020.08.31(월) 10:32:33 | 황토 (이메일주소:enikesa@hanmail.net
               	enikesa@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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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 농가맛집 '소박한 밥상', 주차장
 
구순이 넘은 엄마를 모시고 ‘소박한 밥상’에 갔습니다. 미리 예약하고 찾아간 식당은 이름과 달리 기와집의 고풍스럽고 품격이 느껴지는 곳이었습니다. 식당 초입에서부터 길안내가 되어 있고, 손님을 맞을 때 마당부터 깨끗하게 손질해 놓은 것처럼 정갈함이 눈에 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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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밥상'의 장항아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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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소는 도란도란 작게 부탁드립니다'
  
잘 꾸며진 정원에 잠자리들이 날고, 적지 않은 규모로 장항아리들이 모인 곳을 보니 식당 주인이 어디에 중점을 두고 영업을 하는지 짐작이 되었습니다. ‘소박한 밥상’은 그야말로 ‘약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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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밥상'의 마당
  
엄마를 부축하고 엄마 걸음에 맞춰 천천히 식당으로 한 걸음씩 걷는데, 할아버지 한 분을 양쪽에서 부축하고 걷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아들과 며느리일까요, 아니면 우리처럼 딸과 사위였을까요. 입맛 깔깔한 한여름, 어르신을 모시고 온 그이들 마음이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걸 한눈에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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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밥상'의 정원
  
엄마는 이곳에 아들과 한 번 온 적이 있습니다. 인지증을 앓고 있지만 맛은 기억하는지, 반찬이 나오고 연잎밥이 나오자 한말씀 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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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육보쌈과 정갈한 반찬들
 
“여기 밥이 촉촉하게 맛있어.”

모양새는 소박하지만 내용은 결코 소박하지 않은 ‘소박한 밥상’은 우리 농산물과 직접 담은 된장, 고추장으로 조미료를 대신하여 맛을 낸 야무진 밥상이었습니다. 선택 메뉴 없이 연잎 한정식으로 상차림이 나왔습니다. 그릇마다 내놓은 반찬 하나마다 정성이 깃들어 있습니다.
 
비리고 짠맛 없이 잘 쪄진 보리굴비의 쫄깃한 살을 엄마 숟가락 위에 올렸습니다.

“너 먹어라. 난 지난번에도 와서 먹어봤어. 이거 정말 맛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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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끼시'에 써 있는 중간메뉴들
 
엄마는 당신이 먹어봤다는 맛을 기억하는 것 같았습니다. 한사코 자식 입에 넣어주려는 마음도 여전합니다. 반찬은 어느 것 하나 소홀하지 않은 맛으로 보약 같은 밥이었습니다. 잡냄새 없이 깔끔한 돼지고기 수육은 막 무쳐 나온 부추겉절이와 새우젓으로 감칠맛을 더했습니다.
 
얼추 그릇이 비워질 때쯤, 쑥개떡과 조청이 나왔습니다. 엄마는 또 어떤 기억이 떠올랐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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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식으로 나온 쑥개떡과 조청
  
“접때 내가 이걸 얼마나 맛있게 먹었는지. 맛있다, 맛있다 하니까 여기 주인이 그 말을 듣고 이걸 더 주더라구. 그래서 내가 여기서 다 못 먹고 집에 싸가지고 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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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밥상'은 낮 12시부터 오후 3시까지 점심 시간에만 운영한다 
  
무더위와 열대야로 잠을 설치는 요즘, 더구나 코로나19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은 경계해야 될 때입니다. 혼자서는 외출이 어려운 엄마. 엄마가 계신 곳 멀지 않은 곳에 ‘소박한 밥상’이 있었다는 걸 너무 늦게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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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롯가에 말리는 참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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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가는 길, 다리 위로 '행복을 이어주는 사람들'이란 글이 보인다
  
엄마와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도롯가에 참깨를 말리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장마에 비가 많이 왔어도 참깨는 실해 보입니다. 잘 말린 참깨를 터는 날, 진한 흑갈색 껍데기를 뚫고 뽀얀 알갱이들이 솨아솨아 떨어지겠지요. 밤이 깊을수록 귀뚜라미 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옵니다. 엄마와 함께했던 소박한 밥상, 자주 찾아뵙지 못하지만 그때도 건강한 밥상에서 즐거운 시간을 예약하려고 합니다. 아마도 그땐 가을손님이 같이 올 것 같습니다.

소박한밥상
-주소: 서산시 인지면 애정길 150-2
-메뉴: 연잎밥 한상차림(2인) 36000원, 점심 예약제
-전화: 041-662-3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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