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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살다 보면, 그런 날이 있다

눈요기만 했던 보령 대천해수욕장, 중앙시장 젓갈장

2020.08.05(수) 13:13:58 | 황토 (이메일주소:enikesa@hanmail.net
               	enikesa@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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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놀다간 자리, 마치 못다한 이야기가 남아 있는 듯하다 

이상하게 그런 날이 있다. 처음 목적과 달리 비중이 컸던 일은 시나브로 뒤로 빠지고 별생각 없었던 게 앞으로 툭 튀어나와 자리가 뒤바뀐 것 같은 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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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 부부를 만났던 대천동 식당 근처에서
 
오랜만에 우리는 보령시 대천동에 사는 남편의 대학 후배 부부를 만나 횟집에서 늦은 점심을 먹을 참이었다. 나는 그 부부에게 형수님과 언니로 불린다. 이따금 안부를 전하고 살지만 직접 만날 일은 드물었다.
 
주말 토요일 일정을 맞추고 대전에서 보령시 대천동 식당에 도착하니 늦은 점심보다는 이른 저녁을 먹어야할 시간이 되었다. 대천에 가면 젓갈시장을 가보자는 게 그날 스스로에게 정한 미션이었다. 보령은 토굴젓갈이 유명하다는데,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었다.
 
우리는 오랜만에 만나 회포를 푸는 분위기가 되었다. 두 남자가 술잔을 들었다. 후배 부부는 3남매를 두었고 막내딸이 아직 고등학생이다. 타 지역에 유학하는 중이라 주말마다 집에 오는데 이번 주는 일요일 아침에 후배가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할 일이 있단다. 후배는 그래서 토요일에 편한 사람들과 술을 마실 수 있는 지금이 아주 특별한 시간이라고 했다. 뒤늦게 늦둥이를 키우는 부부의 활력이 느껴졌다.
 
식당을 나오자 후배가 이곳에 오면 꼭 들러야 할 카페가 있다고 거기는 꼭 가야 한다고 했다. 점심 때라면 몰라도 저녁 즈음에 가는 카페가 썩 내키진 않았다. 나는 카페에 잠시 들렀다가 중앙재래시장에 가면 되겠다 싶었다. 우리 차는 식당에 주차하고 지인 부부의 차에 우리 부부가 탔다. 운전은 술을 마시지 않은 후배의 부인이 했다. 얼마쯤 차를 달리자 바다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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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녁의 바다
 
“형수님, 여기까지 오셨는데 바다를 보고 그냥 가시면 안 되죠. 잠깐이라도 내려서 바다를 조금만 걷기라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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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양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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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팔을 벌린 예수상
 
술에 취한 후배 발음이 살짝 꼬였다. 우리 넷은 차에서 내렸다. 머릿속은 젓갈생각으로 가득한데, 눈앞엔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바람이 불고 날씨가 쌀쌀했다. 바다로 가는 길 저쪽으로 수양관이 보였다. 교인들의 영적 성장을 위해 기도회나 영성수련회 등 다양한 행사를 하는 수양관 건물엔 작년 해변학교가 열렸던 펼침막이 아직도 붙어 있었다. 두 팔을 벌린 예수상이 바다를 배경으로 아련하게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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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밭의 캠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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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코로나19 상황입니다 
 
솔밭에 마련된 국민여가 캠핑장 모래밭에는 아이들이 놀았던 소꿉놀이 장난감이 흔적처럼 남았다. 바닷가의 청춘들은 서로 사진을 찍거나 그들만의 추억을 만들고 있었다. 시간은 흐르고 날은 점점 어두워졌다. 후배 부부는 괜찮다면 자기네 집에서 하룻밤을 묵고 내일 가면 어떻겠냐고 했다. 그럴 수는 없었다. 후배는 내일 아침 막내딸을 마중가야 하고 우리도 아침에는 올라가야 할 일정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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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의 연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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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의 연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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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처럼 바닷가를 거니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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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에 바닷가엔 절대 들어가면 안됩니다
 
후배는 취해서 카페를 가는 것조차 잊었다. 여기까지 왔는데 그래도 자기네 집에 모셔야 된다는 걸로 서로 옥신각신하다가, 우리는 중앙시장에 들러 바로 대전으로 올라가야 하니, 중앙시장 근처에 우릴 내려주고 후배 부부는 집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결정했다. 후배 부부와 헤어지는 아쉬움이 없지 않았으나 마음은 홀가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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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중앙시장, 쉬어갈 수 있는 독특한 인물의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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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액젓이 담긴 통이 기댄 나비와 꽃의 그림이 있는 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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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 안의 멸치액젓 제조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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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젓갈시장

남편과 나는 육젓이 6월에 잡은 새우로 담근 젓갈이고, 새우 중에서는 가장 크고, 품질이 좋다는 등 젓갈 얘기를 하며 중앙재래시장 쪽으로 걸었다. 가다 보니 ‘가는 날이 장날’이 되었다. 날은 저물고 시장은 문이 닫혔다. 하릴없이 우리 부부는 야밤에 시장 근처의 낯선 동네를 시간 때우듯 천천히 걸었다.

살다 보면, 이상하게 그런 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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