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쉬어가도 괜찮아요', 새소리와 고양이가 있는 곳
공주산성재래시장 안의 미니식물원과 북카페
2020.07.03(금) 16:48:12 | 황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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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ikesa@hanmail.net)
▲마법 같은 말 '고맙다'
“알차게 보낸 하루가 편안한 잠을 제공하는 것처럼 알찬 생애가 평온한 죽음을 제공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휴(休)그린(Green)' 미니식물원 나무계단을 오르자 캘리그라피의 글이 눈에 들어온다. 한 줄 명언이 잠깐 나를 돌아보게 한다.
▲휴그린으로 들어가기 전, 벽화그림
▲벽화에 담은 옛날 산성시장 풍경
오늘 하루 내게 주어진 시간을 나는 알차게 보냈을까. 생각은 많고 계획은 잡다하며 실천이 짧은 나. 들고 있기엔 무겁고 내려놓자니 아쉬워서 언제나 허둥대다가 시간이 지나면 할 수 없이 포기하면서 ‘그럴 수밖에 없었다’라며 자기 합리화를 하는 나. 그렇게 내 손을 벗어난 것들에 대해 후회하다 보면 잠이 편할 리 없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 말은 그래서 야무지게 단도리 못하는 나 자신에게 콕 찌르듯 다가온다.
▲공주산성시장 안의 휴그린
▲미니식물원의 물레방아
공주시장 한복판의 휴식과 그린의 자연스러움이 있는 곳. ‘휴, 그린(휴그린)’에 와서야 어수선했던 마음을 잠시 내려놓는다. 살아가는 가장 역동적인 움직임이 있는 시장. 그 안에 휴그린이 있다는 건 마치 오아시스의 샘물 같다. 식물원 안으로 들어가면 아이비가 풍성하게 자리잡은 주변으로 열대식물들이 있다. 키가 크고 잎 끝이 뾰족하지만 둥글게 퍼져 있는 이름 모를 나무들. 물레방아는 앙증맞지만 소리만큼은 여느 식물원의 물레방아소리 못지않다.
▲식물원의 열대침엽수가 카페에서도 보인다
▲아이비가 있는 미니식물원
▲책이 있는 카페
▲ '지금 행복하면 그걸로 된거야.'
지인과 둘이 커피와 음료를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그림책 <이웃이 생겼어요>를 읽었다. 낮에 활동하는 닭 꼬꼬와 밤에 활동하는 올빼미가 서로를 배려하며 친구가 되는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문득, 시장에서 장사하시는 분들이 낮시간에 이곳에 올 수 있을까 싶었다. 요즘 코로나19로 손님들이 예전처럼 붐비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알아보니 식물원과 북카페의 여는 시간은 오전 9시이고 닫는 시간은 식물원이 오후 6시, 북카페는 밤 10시까지다.
▲카페로 오르는 나무계단
▲카페의 가장 핫한(?) 자리
▲앵무새는 사람들의 휴식을 위해 새장 속에 있는 것일까
▲꼬리를 치켜든 고양이 인형들
식물원을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는 특별히 맛이 좋다. 카페를 디자인한 다양한 소품들 중에는 꼬리를 바짝 치켜든 고양이인형이 있다. 같은 자세로 앞을 바라보고 있는데, 새장 안의 앵무새 한 마리가 계속 짹짹거렸다. 어찌나 소리가 크던지 마치 서너 마리가 한꺼번에 우는 소리로 착각할 만큼 식물원과 카페의 조용한 공기를 환기시킨다.
▲카페 소품들
산성시장에만 있는 특별한 휴식처. 바쁘고 이따금씩 정신없기도 하지만, 새소리도 들리고 고양이도 있는 곳에서 잠시 쉬어가면 어떨까. 피로한 눈을 감고 숲속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곳, 커피 컵받침에는 ‘지금 행복하면 그걸로 된 거야’라는 글이 커피 잔을 들 때마다 내게 속삭인다. 미니식물원, 북카페에서 나는 지금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