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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산책로는 코로나19시대의 미덕

금산천변 산책로

2020.06.24(수) 16:02:13 | 황토 (이메일주소:enikesa@hanmail.net
               	enikesa@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금산천변 산책로를 걷는 동안 구름이 들락날락했다. 천변 근처 골목 모서리엔 초롱꽃과 끈끈이대나물꽃이 피었다. 허름한 담벼락 아래 핀 연약한 꽃들, 이 둘은 어딘가 모르게 닮았다. ‘네가 있기에 나도 있다’는 의지를 서로에게 보내며 응원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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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천변산책로 이용시 주의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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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롱꽃과 끈끈이대나물꽃이 담 아래 피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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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천변 데크길
 
걷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나무와 강이 흐르는 주변을 걸을 땐 심신의 찌꺼기가 배출되는 것처럼 걷고 나면 개운하게 환기된다. 요즘처럼 사람들 간의 간격이 중요한 때 감염 걱정이 덜 되기도 하지만, 코로나19로 우울한 기분을 떨쳐내기엔 내 체력의 평이한 산책로가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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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나무 이파리가 초록으로 무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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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날의 금산천변 산책로

산책길을 걸으며 사진을 찍고 있는데 지나가던 중년의 남자 분이 ‘사진 왜 찍어요?’ 묻는다. 천변 산책길 풍경을 찍는다고 했더니 ‘길 건너편엔 더 멋진 풍경이 있어요. 그래서 나도 가끔 찍어요. 사진에 많이 담아가세요.’ 한다. 건너편에 더 멋진 풍경이 있어도 나는 금산천변 산책로를 충분히 걷는 게 우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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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는 꽃으로 화려했을 산책로 데크길의 벚나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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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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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천변의 골목길에서 만난 장미꽃
 
더위가 일찍 시작된 6월, 장미는 조금씩 시들어도 붉은 색감은 천변을 배경으로 선명했다. 더구나 흰장미와 붉은장미가 같이 피어 각자 타고난 색이 더 뚜렷하게 돋보였다. 아니 내가 가진 빛깔로 옆에 다른 꽃의 빛깔을 빛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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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천변의 옥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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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삼을 강조한 금산천변 다리
  
동네는 오래되었으나 우뚝한 건물들은 대부분 최근에 지었는지 반듯하고 깨끗하다. 금산은 인삼을 대표하는 고장답게 다리 위의 설치물이 도톰한 인삼과 인삼이파리 이미지로 꾸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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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면 존중하라', 금산문화원 수강생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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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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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독서회의 시화전

테크길을 걷는 중간마다 금산문화원의 수강생 작품을 보는 깨알재미도 있다. ‘사랑한다면 존중하라’는 한글과 존중(尊重)이라는 한자가 캘리그라피로 표현한 게 있는가 하면, 금산도서관 어머니독서회 주최로 시화전이 열리고 있다.
 
천변의 데크로 이어지는 길 따라 초록이 무성한 벚꽃의 나이가 눈에 들어온다. 숱한 세월 무던하게 지낸 시간을 나무에서 본다. 초봄엔 맨 먼저 봄을 알렸을 벚나무, 꽃이 진 자리엔 연둣빛 버찌가 종종 매달렸다. 벚꽃이 피기 전부터 코로나19가 심상치 않았는데, 지금 벚꽃이 지고 계절은 바뀌었다. 아직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요한 때, 천변의 산책길은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미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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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분에서 자라는 나무와 꽃들, 누구의 정성일까
 
금산천변 산책로 동네를 기웃거리다 조붓한 골목을 들어갔다. 막다른 골목이라 되돌아 나가는데 마당 한 켠에 다양한 화분들을 그냥 두고 갈 수 없을 만큼 정성어린 손길이 느껴졌다. 나는 실례를 무릎 쓰고 ‘정성’을 찍었다. 사진을 다 찍을 때까지 아무런 인기척이 없어서 꽃들이 어쩌면 나를 기다린 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그냥 걷는 것도 좋지만 시집 하나 달랑 들고 벤치에 앉아 읽으며 다시 걷는 산책길. 굳이 어머니독서회 회원이 아니더라도 시인의 마음은 누구라도 품어볼 수 있는 것. 나는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정호승 시인의 '결핍에 대하여' 몇 구절을 혼자 중얼거려 본다.

  나무가 봄이 되었다고 나뭇잎을 다 피워올리는 게 아니듯
  새들도 날개를 다 펼쳐 모든 하늘을 다 날아다니는 게 아니다
  봄이 와도 꽃은 다 피어나지 않는다
  별이 다 빛나지 않음으로써 밤하늘이 아름답듯이
  나도 내 사랑이 결핍됨으로써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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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천 산책로 주변의 골목길, 장미와 벽화

오늘 걸었던 금산천변이 내일은 또 내일의 느낌과 풍경이 있을 것이다. 내년 즈음, 다시 이 길을 걸을 땐 골목 모서리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핀 초롱꽃과 끈끈이대나물꽃을 꼭 다시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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