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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웃의 이야기, 소상공인] 한일인쇄사 ‘청타’ 찍어내던 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물난리 속 오빠가 구한 2000만 원 짜리 인쇄기

2020.06.15(월) 10:41:24 | 당진시대 (이메일주소:d911112@naver.com
               	d911112@naver.com)

우리이웃의이야기소상공인한일인쇄사청타찍어내던시절부터지금에이르기까지 1



당진여고를 다니던 당시 취업하며  당진을 떠날 생각에 짐 보따리까지 싸놨다. 심지어 천안에서 살 기숙사까지 봐 놓았을 정도였다.하지만 박윤숙 한일인쇄사 대표는 하루아침에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다음날 담임교사로부터 “책가방 들고 학교 오라”는 통보가 날라왔고, 알고 보니 서울에 있던 큰오빠(박석렬 전 석문면주민자치위원장)가 막내 여동생 걱정에 멀리 못 보낸다고 연락했던 것이다. 결국 당진에 남은 박 대표는 졸업하면서 미문인쇄소에 취업해 업계에 발을 들였고, 한일인쇄사까지 운영하게 됐다.

“그때 청바지에 티셔츠 입고 운동화 신는 저와 달리 도시로 간 친구들은 원피스 입고 화장도 한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부러웠는지 몰라요. 그래도 후회 하지 않아요. 그때 당진을 떠났다면 지금보다 더 좋았을 수도, 혹은 나빴을 수도 있었겠죠. 지금 이곳에서 이렇게 일하고 있는 게 좋아요.”

오타 스티커 붙이던 첫 작업
불과 30년 전만 해도 모든 것이 수작업이었다. 교지 원문이 들어오면 분량을 나눠 청타기(글자를 전용 용지에 찍어내는 기계)로 글을 찍고, 이를 서로 돌려가며 교정·교열 작업에 들어간다. 지금이야 컴퓨터가 오탈자를 찾아주는 세상이지만 당시에는 그런 것 하나 없이 손수 찾아야만 했다고.

그러고도 잘못된 글자가 나올 때면 스티커로 줄 맞춰 붙이는 작업을 해야 했다. 당시 당진문화원에서 주문한 책자 오타 수정이 박 대표의 첫 업무였단다. 박 대표는 “처음 미문사에 입사했을 때 거꾸로 써 있는 한자와 청타기의 글자 판들을 외우는 일부터 했다”며 “진작에 이렇게 공부할 걸 그랬다고 후회하면서 한자를 공부한 덕에 지금도 웬만한 한자는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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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 배우고 다시 영어 배우고

새벽 4시까지 이어지는 야근에 지친 박 대표는 3년 동안 일한 미문인쇄소를 그만뒀다. 잠시 쉴 생각이었으나 당시 한일인쇄사에서 며칠만 작업을 도와달라고 요청했고, 그 일이 이어지면서 지난 1994년에 인쇄사를 인수하게 됐다.

한편 한 때는 당진의 컴퓨터 1인자이기도 했다고. 컴퓨터가 없었던 시절 한일인쇄사에 처음 컴퓨터가 들어왔고, 대전에서 파견 나온 직원에게 컴퓨터를 배웠다. 박 대표는 “말로만 한국 컴퓨터였지 모든 것이 영어였다”며 “영어로 된 명령어 한 글자만 틀려도 실행이 안 됐다”고 말했다. 이어 “한자 공부 다 하고 나니 영어 공부를 해야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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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의 변화 거쳐

당진이 격동의 변화를 겪은 것처럼 한일인쇄사도 마찬가지였다. 1998년 당진 시가지에서 물난리가 났을 때, 당시 2000만 원에 달하던 기계 두 대가 물에 잠길 뻔했다. 그때 둘째오빠(박석이 석문농협 상무)가 기기 두 대를 테이블과 선반 위에 올려놓아 다행히 기계를 물난리 속에서 구할 수 있었단다. 그는 “나중에 가족이 힘을 합쳐도 기계 하나 들기가 어려웠다”며 “둘째오빠가 온 힘을 다해 기계를 구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당시에는 인쇄소와 광고사 두 군데를 운영하다 한보철강이 부도나면서 타격을 입어 한 곳은 정리해야만 했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모든 행사가 취소되면서 판촉물과 출판 주문이 모두 중단돼 어려움을 겪었다. 박 대표는 “코로나19로 일이 없었던 몇 개월 동안 아무 생각 없이 살았던 것 같다”며 “모임도 없어 우울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경기가 좋아져 원도심 상권이 살아났으면 한다”며 “지금까지 찾아 주신 단골 손님들에게 정말 감사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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