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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한국 고건축의 맥(脈)을 찾아 떠난 여행길

2020.06.15(월) 08:38:19 | 엥선생 깡언니 (이메일주소:jhp1969@naver.com
               	jhp1969@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한국고건축의맥을찾아떠난여행길 1
 
한국고건축의맥을찾아떠난여행길 2

얼마 전, 지인의 초대로 구옥을 개조한 한식당에 다녀온 일이 있다. 자연과 잘 어우러진 돌담이며 장독대를 시작으로 조명이 매달린 들보와 못을 쓰지 않은 기둥사괘에 빠져 식사를 목적으로 간 그곳에서 쉽게 자리에 앉을 수가 없었다. 동석자들에게는 결례를 범하게 됐지만, 목재가 주는 질감과 색감을 즐기며 편안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예산군의 '한국고건축박물관'은 이러한 우리나라 목조 건축물의 특징과 장점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으로 관심 있는 분들께 방문을 꼭 권하고자 소개글을 남기게 되었다.
  한국고건축박물관 입구 전경:(왼쪽부터) 만화당
▲한국고건축박물관 입구 전경: (왼쪽부터) 만화당·매점, 원형을 복원한 강릉 객사문, 매표소, 안내판, 초석

한국고건축박물관은 예산군 덕산면 홍덕서로 543(대동리 152-18번지)에 위치해 있다. 이 박물관은 중요무형문화재 제74호로 지정된 인간문화재 대목장 거암(巨巖) 전흥수 田興秀)가 고향인 예산에 사재를 들여 마련한 곳으로 1998년 10월 24일 개관했다고 한다.
 
제1전시관인 심전당은 고려시대 건축 양식으로 지어졌다
▲제1전시관인 '심전당'은 고려시대 건축 양식으로 지어졌다
 
신묵당
▲신묵당 
 
(왼쪽부터) 목우당·연구실, 세심전
▲(왼쪽부터) 목우당·연구실, 세심전으로 제2전시관인 세심전에는 국보급 문화재의 축소모형이 전시되어 있다

6000여 평의 부지에 연 건평 1300여 평에 이르는 이곳에는 심점당(제1전시관), 세심전(제2전시관), 연구동, 팔각정 등 10여 채의 건물이 들어서 있다.
 
목우당
▲목우당
 
단청을 입힌 건물들은 멀리서도 한눈에 띌 만큼 화려한 멋을 자랑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두고두고 눈길이 간 건축물은 오히려 단청하지 않은 '목우당'이었다. 창덕궁의 부용정을 닮았다는 목우당은 예산 수덕사의 원당스님(?)이 기거하던 사찰 건물이었으나, 한국고건축박물관으로 원형 그대로를 옮겨왔다고 전한다.
 
전시관 내부 전경
▲전시관 내부 전경
 
한국고건축박물관에는 봉정사 극락전, 부석사 무량수전, 수덕사 대웅전 등 고려시대 건축물과 화엄사 각황전, 금산사 미륵전, 법주사 팔상전 등 조선시대 건축물, 북한 정양사 약사전의 축소모형 등 국보나 보물로 지정된 고건축 문화재를 실제 모형의 1/10, 1/5로 축소 제작하여 전시하고 있다.
 
한국고건축의맥을찾아떠난여행길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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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정면, 측면과 아울러 궁궐과 사찰 등지에서 직접 살펴볼 수 없는 목재 속 짜임을 면밀히 살필 수 있고, 각부의 명칭이 소상히 적혀 있어 고건축 이해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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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고건축박물관을 찾은 날, 식사할 곳을 물색하다 예산 수덕사 인근에 가게 되었다. 애석하게도 일정에 쫓겨 수덕사 경내는 돌아보지 못하고 일주문 앞에서 돌아 나와야 했다.
 
수덕사는 문헌상에 나오는 백제 사찰 12곳 중 유일하게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데다 국보 제49호 수덕사 대웅전은 건축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여행이나 학술 목적으로 예산을 찾는 분이라면 수덕사와 한국고건축박물관을 꼭 함께 여행 일정에 넣어 둘러보셔야 후회가 없을 것 같다.
 
한국고건축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국보 제1호 '숭례문' 축소 모형
▲한국고건축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국보 1호 '숭례문' 축소 모형 
 
한국고건축의맥을찾아떠난여행길 8
 
한국고건축박물관은 2008년 국보 1호인 숭례문 화재로 보수 공사를 하면서 이곳의 숭례문 모형을 옮겨가 전시한 것으로 세간의 이목을 받은 바 있다. 한국고건축박물관에서 숭례문의 축소 모형을 마주하게 되니 숭례문과 관련된 한 인물이 떠올랐다.
 
2011년,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의 저자 '유홍준' 선생의 인솔하에 부여 답사길에 오른 일이 있는데, 오래전 일이라 부여 답사를 갔다 왔다 정도만 기억나는 가운데 유독 잊히지 않는 한 장면이 있다. 2008년 문화재청장이었던 '유홍준' 선생은 숭례문 화재가 있었던 때에 공교롭게도 해외출장 중이었다고 한다. 현장 진화에 실패하여 국보 1호의 원형을 잃게 된 책임을 통감한다는 통한의 심정을 당시 전했는데, 그 말씀이 지금도 귓가에 쟁쟁하다.
 
수덕사를 둘러보면 한국고건축박물관 입장료 1000원이 할인된다는 정보를 얻고 있었는데, 한국고건축박물관에는 무료로 입장했다. 곳곳에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한국고건축박물관을 다녀와서 리플릿 한 장을 얻지 못했기에 이것저것 궁금한 정보를 찾다 보니 2018년에 한국고건축박물관의 소유권자를 둘러싼 잡음이 기사로 올라와 있었다.
 
홈페이지에 접속해 보니 천년 세월을 견뎌낼 수 있는 전통 목재 건축물은 나무의 틀어짐을 계산하고 공기와 바람의 흐름을 읽어내 축조한다고 한다. 또한 한국고건축박물관의 개관 목적은 전통 건물 및 고건축 건물의 기능을 보존하고, 일반인들의 고건축 이해를 도와 관심을 유도하고, 시공을 초월하여 고건축 기술의 맥(脈)을 유지하고자 함에 있다고 했다.
 
많은 이들의 수고와 목재의 과학으로 완성된 전통 건물과 고건축은 짓기도 어려울뿐더러 한 번 잃고 나면 그 원형을 되찾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전쟁과 재난으로 문화재 소실의 아픔을 겪어 익히 알고 있는 바이다. 거암 전흥수 대목장이 사재를 털어 한국고건축박물관을 세운 그 뜻도 수천 년 수만 년의 세월에도 퇴색되지 않고 이어지도록, 연구·교육하고 계승하여 우리의 고건축 문화가 명맥 유지에 그치지 않고 더욱 활짝 꽃필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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