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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우리네 삶의 소소한 정겨움이 묻어나는 현장, 재래오일장

청양오일장이야기

2020.06.11(목) 16:17:01 | 황토 (이메일주소:enikesa@hanmail.net
               	enikesa@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국수 혹은 보리밥을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장날 분위기와 같이 먹는 것이다. 청양오일장을 둘러보기 전, 자그마한 국수집에서 이른 점심으로 잔치국수 한 그릇을 뚝딱 먹었다. 장날은 2일·7일 오일마다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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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양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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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게 없이 다 있을 것 같은 장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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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모종, 꽃, 의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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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갑산약초시장'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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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가 있을 때는 무대로 사용하고 자리가 비어 있는 날에는 약초를 말리는 곳 
   
평소엔 주차장이지만 장이 열리면 장마당이 되는 곳. 마당엔 과일과 채소 및 모종, 주방용품 등 다양한 품목들이 모두 모였다. 장사를 하면서 마늘을 까거나 쪽파를 다듬는 아주머니들, 잠시도 손을 쉬지 않는다. 그러다 자리를 비워 손님이라도 오게 되면 바로 옆에 있는 분이 대신 장사를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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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마루 아래 모인 이웃들
 
한 바퀴 구경하고 장마당 한 모퉁이에 있는 들마루에 잠시 앉아 있을 때였다. 내 등 뒤로 금방 염색하고 펌을 했는지 까만 머리가 뽀글뽀글한 할머니와 아주머니, 할아버지가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하는 중이었다. 얘기를 듣다보니 서로 안부를 묻고 지내는 이웃들인 것 같다. 자식들은 타지에 나가고 혼자 집을 지키는 할머니. 때마다 채소모종을 심으면서 수확할 땐 자식들이 내려와 서로 일손을 돕는단다. 그러면서 손주 결혼날짜를 잡았단다. 이야기는 끝이 없다.
  
바닥엔 고구마모종이 있다. 호박고구마인지 밤고구마인지, 또 호박이나 밤고구마 중에 어떤 종류가 더 수월한지, 수확이 어떻다든지, 실제 고구마를 심고 가꾸고 수확해본 이들만이 말할 수 있는 얘기들이 가지치기를 하는 것처럼 계속 퍼진다.
 
“근데 아줌니는 올해 연세가 어떻게 됐시유?”
“나, 나이는 많지 않애. 지금 팔십 일곱이여~.”
“아이구, 아주 정정하시네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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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용품을 파는 곳
 
등 뒤에서 듣던 나는 슬쩍 할머니를 바라보았다. 뒷모습만 보이는 게 아쉬웠다. 서로 이야기가 얼추 끝났는지 할머니가 일어났다. 지팡이를 짚었지만 그 연세에 건강하시다는 게 금방 느껴진다. 내 눈은 할머니가 움직이는 동선을 따라 움직였다. 냄비나 후라이팬, 각종 주발 등, 주방용품을 파는 곳을 둘러보는 할머니. 혼인 날짜를 잡았다는 손주 생각을 하시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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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시장의 참 소리, 뻥~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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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뻥튀기 바로 옆에는 모종도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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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만들어 와 파는 쑥개떡 
 
아욱이나 쪽파, 마늘 등을 죽 늘어놓고, 비닐봉지 안에 그득하게 담긴 쑥을 계속 다듬는 아주머니 앞에 ‘쑥개떡’이 보였다. 한 봉지 2천원. 잔치국수로 점심을 먹은 뱃속이 조금 허전했는데, 쑥개떡 한 봉지를 샀다. 다소 투박하지만 부침개보다 조금 더 도톰한 굵기의 쑥개떡 3개. 아주머니가 직접 만들어 판다고 한다. 게 눈 감추듯 입에 넣다보니 사진 찍는 걸 놓쳤다. 소금만 넣고 담백하게 쪄낸 맛을 기대했는데 단맛이 났다. 그래도 오랜만에 먹는 쑥개떡, 정말 맛있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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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모자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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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곡조가 흐르는 재래시장
 
시장골목 노래가 흐르는 카세트테이프 리어카에는 중년들이 꽤 모인다. ‘그때는’ 몰랐던 유행가 가사가 구성지게 사무친다. 김연자의 ‘아모르파티’가 끝나자 조용필의 ‘친구’가 이어진다. 중년 이상을 겨냥한 맞춤노래에 나도 귀가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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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양막 아래로 더위를 피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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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억 사회적경제혁신타운 청양군 유치확정을 축하하는 펼침막이 걸려 있다 
  
점포 차양막 위로 청양군이 산업통상자원부 지원을 받는 충남사회적경제혁신타운으로 유치가 확정되었다는 펼침막이 걸렸다. 금방 눈에 드러나는 건 아니지만, 청양군의 공동체가 다양한 지역사회의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실질적으로 지역민들이 실감하는 사업이길 기대한다.

재래시장의 생생한 현장, 소소한 정겨움이 노래를 따라 흐른다. 쫀득쫀득한 쑥개떡 그 담담하고 투박한 맛이 생각할수록 입에 감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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