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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자신의 목숨보다 신앙을 선택한 순교성인들의 뜨거운 열망

공주 황새바위 순교지에서

2020.06.07(일) 11:27:15 | 황토 (이메일주소:enikesa@hanmail.net
               	enikesa@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6월 들어 한낮의 온도가 폭염 수준이다. 기온이 올라가면 심신이 축 늘어진다. 사계절 중 여름이 그래서 가장 힘들다. 올 여름은 다른 해와 달리 최악의 더위가 예상된다 하니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기도 전에 나는 미리 겁부터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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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새바위 예수상
 
지난 5월 하순, 이제 막 초록 기운이 성해지는 때, 공주 황새바위 순교지를 찾았다. 계단을 오르는 길엔 두 팔을 활짝 벌린 예수상이 마치 순교지를 찾은 이들을 반겨주는 듯했다. 입구에 ‘황새바위’라는 글을 보니 이곳이 황새들의 서식처였다는 걸 알려준다.

충남은 서산 해미, 아산 공세리, 당진 솔뫼, 예산 여사울 등 전국에서 가장 많은 천주교성지와 유적이 있다. 순교지를 갈 때마다 자신의 목숨보다 신앙을 선택한 순교성인들의 강철 같은 믿음 앞에 내 보잘것없는 믿음을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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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낮춰야 통과할 수 있는 돌문
 
돌계단을 올라 들어서는 ‘돌문’은 우리가 ‘좁은 문’으로 들어가지 않으면 결코 천국에 이르지 못함을 상징하는 것 같다. 실제 돌문은 웬만큼 고개를 숙이지 않고 몸을 낮추지 않으면 통과하기 불편한 높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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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탑의 좁은 계단, 누가 오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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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탑의 좁은 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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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탑
 
돌문 안으로 들어서면 순교탑이 하늘 높게 우뚝 서 있다. 탑 꼭대기 끝에 십자가를 보는 내내 눈이 시렸다. 순교탑 가운데로 좁게 나 있는 계단, 그곳이 만약 천국을 가는 계단이라면 누가 오를 수 있을까.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마음으로 세상의 물질이나 욕망 등,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비워 가벼워지지 않으면 결코 저 계단을 오르지 못할 것이다. 아무래도 나는 중간쯤 오르다 세상의 달콤한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 욕심과 미련으로 다시 떨어질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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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란히 서 있는 투박한 빛돌 옆으로 돌문과 순교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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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경당과 빛돌
 
“집짓는 자들이 내버렸던 그 돌이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었나이다"(시편 118:22). 순교탑이 있는 광장에 12개로 서 있는 투박하고 거친 ‘빛돌’ 옆에는 시편 118:22장의 비석 글이 있다. ‘빛돌’은 이름없이 순교한 신앙선조들의 묘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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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새바위 길을 건너면 공주중학교가 바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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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윗 부분에 공주산성이 보인다
   
전해지는 말에 의하면 ‘이곳에서 순교한 사람들의 나이는 10살 여자어린이부터 가장 많게는 80대 노인까지 있었으며, 참수를 당한 순교자들의 피가 제민천을 따라 흘러 금강을 붉게 물들였다’고 한다. ‘공주산성에서 흰옷을 입고 이곳 순교현장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병풍처럼 띠를 두르다시피 했다’ 하니 그 수가 얼마나 많았을지 짐작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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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의 길과 돌문의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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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의 길로 들어서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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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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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와 기도하는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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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의 길 4처, 예수가 어머니 마리아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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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의 길 14처, 예수가 무덤에 묻히심을 묵상하는 곳
 
예수 수난과 죽음의 과정을 묵상하는 ‘십자가의 길’(14처)을 천천히 걸으면서 4처 앞에 걸음을 멈췄다. 십자가를 지고 가던 예수가 어머니 마리아를 만났을 때의 장면이 그려진다. 죽음을 앞둔 아들, 그 아들을 바라보는 어머니. 말없이 예수를 어루만지는 어머니의 손에서 느껴지는 따스하고 깊은 슬픔, 위로…. 뭔가 이루 헤아릴 수 없는 감정들이 찌르르하게 다가온다.
 
예수상이 있는 근처에는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2021년 유네스코 세계기념인물 선정’이란 펼침글이 있다. ‘살아서도 주님을 위해 살고 죽더라도 주님을 위해 죽은’ 황새바위 순교자들의 넋을 잠시 기리던 경건한 시간. 지금 내가 기독교 신앙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은 이렇듯 순교성인들이 있었기에 가능함을 새삼 깨닫는다. 이달 24일은 마침 성 세례요한의 탄생일이다. 예수에게 세례를 베푼 그도 어처구니없는 사건으로 참수를 당했다. 요한의 그런 죽음이 하느님의 섭리였는지 묵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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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탑 안의 성경말씀대로 살고 죽기까지 한 성인순교자들을 위해 두 손을 모아 기도한다 
 
이 글을 정리하다 보니 내게 주어진 일에 겁먹고 두려워하기보다 정면으로 맞닥뜨릴 수 있는 용기를 낼 의지가 조금 커진다. 
 
더위를 핑계로 ‘할일’을 자꾸 미루는 나, 죽기까지 신앙을 지킨 순교성인들의 뜨거운 열망에 견주면 한 계절 무더위는 감히 비교조차 버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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