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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코로나19를 겪고 나오는 5월, 아직 사회적 거리두기는 진행 중

충남 서천군 장항읍 서쪽 바닷가에서

2020.05.03(일) 13:14:45 | 황토 (이메일주소:enikesa@hanmail.net
               	enikesa@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5월이 시작되었다. 산은 점점 부풀어 연둣빛은 초록으로 진해진다. 곧 초여름을 알리듯 한낮의 기운이 예사롭지 않다. 전 세계 전염병으로 우리는 이전의 일상을 경계하고 새로운 일상을 만들어간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바뀐 일상이 어색하지만 나와 이웃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거기에 다시 적응하면서 살아가려고 애쓰는 중이다. 
   
밖에 나갈 때마다 마스크를 쓰는 일이 이젠 당연하다. 모임이나 교육 등이 미뤄지고 취소되는 게 처음엔 힘들었으나 모두가 극복해야 할 일이기에 견디고 있다. 얼마 전에는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첫 발생 후 백일이 지났다는 뉴스를 접했다. 확진자 수는 최근 10명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이나 유럽 등 다른 나라에 견주면 모범이 되는 전투적인 검사와 방역, 그리고 수준 있는 시민의식이 확진자수를 줄이는 데 한몫을 하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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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남도 서천군 장항읍으로 가는 길
  
4월의 마지막 날은 ‘석가탄신일’ 휴일로 연휴가 시작되는 날이었다. 멀리 떠나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웬만하면 사람들이 덜 찾고 덜 모이는 곳을 찾아 심신에 환기라도 시킬 요량으로 장항읍 서쪽 바닷가를 찾았다. 국도에서 만나는 ‘충청남도 서천군 장항읍’ 이정표가 눈에 들어오자 들뜬 마음에 불쑥 반가움이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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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양장네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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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항제련소굴뚝이 보이는 바닷가
 
물양장사거리에 다다르니 바다를 인접한 산업단지 분위기가 물씬하다. 장항어물선물양장, 장항국가생태 산업단지, 장항버스터미널 등의 글들이 생소하게 다가온다. 바다와 공장, 자연스러움과 인공의 것들의 간격을 가늠하고 있는데, 그 생각을 단번에 차단시키듯 공장굴뚝이 눈앞에 우뚝 나타났다. 

바다 저 언저리에서 바라보이는 ‘장항제련소’의 공장굴뚝. ‘장항제련소는 1989년 환경 공해 등의 문제로 용광로를 폐쇄하였다. 제련(구리)소는 일제강점기인 1936년에 설립된 이후 50년 넘게 주변 땅을 오염시켰다. 한때는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산업화를 대변하는 명물’이었지만 지금은 제련소의 상징인 굴뚝만이 남아 번성기의 옛 영화를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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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 아래 그늘에서 활짝 핀 이름모를 흰꽃 
 
인적이 없는 바닷가. 뻘 근처에는 새들의 발짝들이 찍혀 있고, 절벽이 있는 한 모서리에는 이름도 모르는 흰 꽃이 피었다. 그늘에서 자라니 더디 자라는 것일까. 해를 보는 나무라면 벌써 꽃이 피고 떨어졌을 텐데 말이다. 바다에 묶인 크고 작은 배들이 띄엄띄엄 떨어져 마치 거리두기를 하는 것처럼 바라만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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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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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지도 못하고 끌어안고 살아가는 우리네 살림 같은 배살림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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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들의 거리두기
  
서로 몸을 맞대고 붙어 있는 건 녹슨 닻들이다. 배를 한곳에 머물게 하기 위해서 줄을 매달아 밑바닥으로 가라앉히는 갈고리가 달린 도구. 배에 묶여 있는 닻줄은 로프나 쇠사슬 끝에 달려 있고 철이나 강철로 만든다. 얼마나 오래 되었는지 진한 황토빛깔로 녹슨 쇠사슬 등에 따개비가 다닥다닥 달라붙었다. 거리두기에 저항이라도 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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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슨 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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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개비와 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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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개비가 달라붙은 시간을 어떻게 헤아릴 수 있을까
 
바닷가 바위에 달라붙은 따개비는 본 적 있지만, 이런 기구에까지 단단하게 붙어 있는 따개비라니. 바다 속을 이리저리 떠다니며 살다가 어쩌면 이곳이 적당한 곳이라고 여겼던 걸까. 스스로 석회질을 분비하며 누군가 떼어놓지 않으면 평생을 살다가는 따개비. 그 따개비와 따개비에 몸을 내준 닻. 적막한 너른 바다에 그들의 운명은 차라리 평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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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나그네길? '철새 나그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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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말의 송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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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장항스카이워크가 보이는 바닷가
 
다시 돌아가는 길. 코끝에 소나무 향이 시원하다. 모래밭 끝 언저리 쪽에서 장항스카이워크가 멀리 보인다. 저 길까지 가려면 하루 날을 잡아야 느긋하게 제대로 걸을 것 같다. 지금 있는 곳이 장항송림산림욕장이라고 하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철새 나그네길’에는 밑에서부터 초록빛이 올라오는 위로 지난 갈대들이 바람에 흔들린다. 새로 시작하는 5월. 거리두기로 살았던 백여 일 간의 잠잠한 시간들이 서서히 깨어나는 지금, 마음은 더 그리움으로 채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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