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은 싸락눈만 잠깐씩 내려 제대로 내린 눈구경 한 번 못하겠구나 싶었는데, 봄을 시샘하는 꽃샘 추위와 함께 새하얀 천사들이 찾아왔어요.
방학이라 하루종일 스마트폰과 함께 '방콕' 중인 아이들과 팔아산 산행을 하기 위해 송암공원으로 향했어요.
자연어린이집 이정표 방향으로 향하니 고즈넉한 시골 풍경이 펼쳐지네요.
고즈넉한 시골길을 아이들과 함께 10여 분 걷다 보니 숲속 작은쉼터 '송암공원'이 보이네요. 주차장도 있고, 화장실도 있고, 운동기구와 벤치도 설치되어 있어 따뜻한 봄날에 김밥 싸가지고 소풍와도 좋겠네요. 차로 이동하는 분들은 이곳에 주차해 놓고 팔아산 산행을 해도 좋을 듯하네요.
솔숲을 걷노라면 인체에 유익한 피톤치드가 많아 심신을 편안하고 건강하게 하는데요, 산림욕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벤치도 준비되어 있네요.
산행에 지쳐 힘들 때쯤이면 아이들을 위해 숲놀이터가 조성되어 있어 놀거리들이 많아 지치지 않고 산행을 이어갈 수 있어 좋답니다.
아이들이 유난히 좋아하는 밧줄 놀이예요. 하얀 눈이 소복히 내린 숲속에서 줄에 매달려 흔들흔들 그네처럼 움직여주는 스릴감에 매서운 눈발에도 아랑곳하지 않네요.
정자에 매달린 고드름과 반송 위에 소복히 쌓인 눈이 옛 선조들이 설산에 올라 그리던 산수화처럼 정겨운 또 하나의 풍경이 되었네요.
봄날의 화려했던 기억을 꽃눈에 간직한 채 마른 삭정이처럼 서 있는 연산홍에 소담하게 핀 눈꽃과 잠깐 맑게 개인 파란 하늘이 어우러진 풍경이 눈이 시리도록 청신해 정신이 맑아집니다.
송암공원을 지나 아이들과 함께 팔아산 정상으로 향합니다.
정상으로 향할수록 하늘길이 깊어지며 마른 나뭇가지 위에 피어난 눈꽃들이 더 크고 탐스러워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네요.
팔아산 정상에 오르니 아름다운 소나무 연리지가 입구에서 지친 일행들을 반기며 마중하고 있네요. 마치 두 팔을 벌리고 정상까지 오르느라 수고했다고 토닥토닥 안아주는 듯한 자태를 드러내면서 말이에요,ㅎㅎ.
팔아산 정상에 올라 하얀 눈카펫에 누운 아이들, 천사놀이 신나게 뿜뿜~ 날개가 새록새록 돋아났어요. 어때요? 날아서 집까지 갈 수 있겠죠?
엄마가 날개가 없는 관계로 내려가는 길은 송악중고등학교 방향으로 향했어요. 나무계단에 하얗게 소복히 쌓인 눈길을 따라 걷다 보니 천국의 계단을 걷는 색다른 경험이었답니다.
이쪽 방향으로는 초행길이라 이 길이 맞는지 의심이 들 때쯤 요렇게 이정표가 나오네요. 약간 가파른 내리막 길이지만 송악중고등학교 방향으로 향했습니다.
내리막길을 쭉 따라 걷다보니 학교 건물이 보이네요.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갈 수 없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이 생겼어요. 넓은 운동장에 하얀 눈이 소복히 쌓였어요. 외면하고 가기가 힘들겠죠. 아이들 운동장을 내집 앞마당인 양 한참을 신나게 놀았습니다.
어둠이 운동장에 내려앉아 게슴츠레 미소 지을 때쯤 학교 앞 편의점에서 산행으로 지친 배를 채우고 집으로 향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