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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아득한 그리움이 펼쳐지는 이곳과 저곳의 경계

간월도의 간월암(看月庵)에서

2020.02.11(화) 19:02:58 | 황토 (이메일주소:enikesa@hanmail.net
               	enikesa@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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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월암
 
저곳 피안(彼岸)의 세계엔 누가 살고 있을까. 5년 전, 백수를 한 해 남기고 영면하신 (시)엄니는  태어나 백일이 채 되기도 전 생모를 잃었다. 홀로된 아버지가 이웃의 아낙들에게 젖동냥을 했다. 엄니는 평생을 그리워한 당신의 어머니와 지금 함께 계실까. 젖을 보채는 갓난아기에게 사카린 섞은 물을 떠먹이며 당신을 키운 부친을 떠올릴 때마다 엄니는 심청전의 부녀가 어쩌면 그리도 내 이야기 같을까, 라고 눈물을 찍어내곤 했다.
 
아득한그리움이펼쳐지는이곳과저곳의경계 1
▲이곳과 저곳의 경계, 그 간격은 아주 가깝고도 아득히 멀기도 하다
 
수많은 유혹과 번뇌의 이곳 세계에서 ‘저곳’을 바라보니 까마득히 아득하다. 하지만 인간 존재는 이곳에서 언젠가는 저곳을 갈 것이다. 그렇다면 이곳과 저곳이 그렇게 까마득하기만한 걸까. 어느 순간 인간은 이곳에 나타나며 저곳으로 또 사라지기를 반복할 것이다. 바닷물이 비켜간 간월암에서 나는 만조의 간월암에 있는 것 같았다. 실제 눈앞에서 간월암만이 오롯하게 바다 위에 떠 있는 것을 볼 수 있을까 싶었지만 때를 맞추기란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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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월암으로 가기 전에 놓인 표지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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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가 보이는 간월암
  
간월암(看月庵)은 조선 태조 때의 ‘무학대사가 어느 날 달을 보고 깨달음을 얻어 창건했고, 만공대사가 중건했다고 전해진다. 간월암이 유명해진 것은 1942년 8월부터 1945년 8월까지 만공스님이 조선의 독립을 위해 천일기도를 했고, 천일기도 회향 사흘 후 조국이 독립’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라고 한다. 일제강점기의 만공스님은 이곳을 어떻게 수행처로 삼아 천일기도를 드릴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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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한 소원을 빌며 초를 밝히는 마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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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월암 둘레의 부처들. 소원지가 끈에 매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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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조가 되면 물 위에 떠오르는 모습으로 보일 것 같은 부처
 
암자에 들어설 때부터 계속 들려오는 기도소리, 어디에 사는 누구이며 어떤 소망으로 기도내용을 접수했는지 잠시 듣고 있어도 짐작할 수 있었다. 건강과 사업, 진학 등 대부분 많은 사람들이 간구하는 기도문은 간월암을 떠날 때까지 이어졌다. 중생들이 사는 세상. 두 손 모아 빌고 비는 헤아릴 수 없는 소망들. 천일기도로 수행했던 만공스님은 어떻게 유혹을 물리치며 기도에 정진했을까.

회색빛 하늘, 달은 볼 수 없다. 하지만 달은 언제나 떠 있다. 다만 가려져 보이지 않을 뿐. 무학대사가 바라보며 깨우침을 얻은 달, 그때의 달과 지금의 달은 다를까. 나는 다시 간월암을 지나 뭍을 걸어 ‘이생’의 계단을 올랐다.
 
바다와 등대
▲바다와 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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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촬영을 준비하는 연인들
 
이슬비가 내릴 듯하다가 멈추고 멈추는가 싶으면 내렸다. 흐린 날씨에 바람이 찼다. 등대를 배경으로 예비신혼부부가 사진을 찍기 위해 걸었다. 뒤에서 연출을 지시하는 사람이 말하는 대로 두 연인이 움직였다. 밤바다의 뱃길을 인도하는 등대. 빛으로 신호를 보내며 위험한 곳이나 위치 등을 알려주는 등대는 부부가 될 두 사람에겐 자신들만의 상징이 될 터이다. 등대는 곧이어 다음 사람의 배경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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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월도 간월암의 추억을 만드는 사람들
 
잠시 엄니 생각에 잠겼던 간월암. 이곳과 저곳의 경계가 어쩌면 손바닥 뒤집듯 가깝기도 하고 까마득히 멀 수도 있겠다. 눈앞에 펼쳐졌던 아득한 그리움을 접고 나는 다시 손에 잡히는 지금 세상으로 돌아왔다. 간월도의 영양굴밥을 먹을 생각에 벌써 침이 고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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