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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어서 와~, 이렇게 큰 시장은 처음이지?

서산동부전통시장에서

2020.01.31(금) 09:19:33 | 황토 (이메일주소:enikesa@hanmail.net
               	enikesa@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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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동부전통시장

  밤바다의 불빛들이
  포구에 하나 둘 닻을 내리면
  싱싱한 바다가 뭍으로 쏟아져 내리고
  왁자지껄
  어시장은 새벽잠을 깬다.
    ( … 중략 … )
  비릿한 바다의 생명이
  지상으로 부활하는 시간

  빙원(氷原)에 일렬로 누워
  막 은도금을 마친 듯 번쩍이는
  보검(寶劍)들이 지금
  서성이는 내 지갑을 겨누고 있다.
   - 시 '새벽 어시장', 한승수

서산동부시장 한복판에서 나는 또 다른 바다를 느꼈다. 서산에 왔으니 그냥 가볍게 재래시장이나 구경할까 싶었는데 ‘그냥’이 아니었다. 
 
원도심은 소시의 심장!
▲원도심은 도시의 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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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 로데오거리

설날이 하루 지난 26일(일) 연휴로 원도심 시장으로 가는 길의 상점들은 문 닫은 곳이 대부분이었다. 갈래로 퍼진 가게의 간판들을 눈으로 지나쳐 가다보니 로데오거리가 나온다. 미국 엘에이 서쪽, 베버리힐즈에 위치하며 세계 각국의 명품 브랜드들이 모여 있는 ‘로데오거리’. 지금은 그 이름이 전국 어디에서나 조금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느낌이지만 어쨌든 각 지역의 중심상권이며 젊음의 거리를 상징하고 있다. 그 거리에서 이제 어스름 저녁이 되면 하트 모양의 설치물에 불이 들어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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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동부시장(수산시장)
 
원도심사거리에서 갈래로 퍼진 가게의 간판들만 눈으로 지나쳐 가다가 서산동부시장 입구에 걸음을 멈췄다. 동부시장 아래 '(수산시장)'이란 구절이 눈에 띈다. 휴일에도 문을 연 가게 앞에 횟감을 사러온 사람들이 꽤 있다. 연휴도 이럴진대 평일에 찾아오는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 걸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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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덕꾸덕 건조된 물고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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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도 서산동부시장? 아니 서산동부전통시장!
 
마른 생선들은 채반에 놓여 크고 작은 꽃처럼 둥글게 펼쳐졌다. 진열장 속엔 살아 있는 낙지가 금방이라도 슬금슬금 기어나올 것 같다. 싱싱하게 살아 있는 서해안의 해산물들이 이곳 동부시장에 모두 집결된 듯 ‘서산동부시장’의 대형간판은 왜 또 그리 내 눈에 띄는지 여기가 거긴지, 거기가 여긴지 나는 자꾸 헷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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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횟감을 살펴보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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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확실하게 알고 있는 이름, 멍게와 해삼
 
횟감을 썰어 랩으로 씌워 파는 대방어회 한 접시 2만원짜리를 1만 5천원에 샀다. 거기에 멍게 1kg 1만원을 줬다. 우리가 있는 곳에 대여섯 명의 아주머니들이 다가와 남아 있는 대방어회 네 접시를 모두 집어 들었다. 주인아저씨와 아주머니들의 가격흥정이 이어졌다. 잠시 밀고 당기다가 밑지고 파는 거라고 말하는 주인아저씨의 애매한 웃음으로 값이 결정되었다. 모두 흐뭇해 하니 적절한 가격임을 짐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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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비와 누워 있는 장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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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에 꿰어 줄줄이 걸려있는 굴비들. 그 앞에 젖은 장화가 누워 있다. 우리가 먹고 살아가는 일에는 누군가의 수고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알려주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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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산물과 농산물이 있는 시장 한복판

그냥 가볍게 왔던 서산 동부시장. 다음에 다시 올 때는 꼼꼼하게 내 머릿속의 동부시장 지도를 만들어야겠다. 그땐 닫힌 문이 모두 열려 지금보다 더 헷갈리고 헤매겠지만, 서산시장 스타일에 나를 한 번 맡겨보리라. ‘서성이는 지갑’을 여는 내 손은 아마도 단호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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