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통합검색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화면컨트롤메뉴
인쇄하기

사는이야기

예산휴게소에서 ‘세한도’를 만나다

설 명절 친정 가는 길

2020.01.28(화) 19:09:56 | 황토 (이메일주소:enikesa@hanmail.net
               	enikesa@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설 명절이 하루 지난 26일(일) 오후 2시, 대전에서 출발한 차가 고속도로에 들어섰다. 방송에서는 충남 서부권의 귀향차량이 오전에 절정을 이루다가 오후 4시부터는 차차 느슨해진다고 예보했다. 길이 밀려도 서산에 계시는 엄마를 만나러 간다는 생각에 지체할 일이 아니었다.
 
예산휴게소 전경
▲예산휴게소 전경
 
호두과자도 있어요~.
▲호두과자도 있어요
  
막상 도로에 나서자 자동차흐름이 양호했다. 막혀서 지체될 상황은 아니었다. 우리는 언제나 그렇듯 예산휴게소에 들렀다. 휴게소에 진입하자 주차된 차가 많아 생각보다 많아 이리저리 공간을 찾았다. 도로에서 느끼지 못한 정체감을 휴게소에서 실감하는 기분이었다.
 
예산휴게소 직거래장터. 주말에만 열린다.
▲휴게소 주차장
 
예산휴게소에서세한도를만나다 1
▲예산휴게소 직거래장터, 주말에만 열린다
 
휴게소에서는 마침 토요일, 일요일에 장이 서는 직거래장터가 열렸다. 농산물을 비롯해 과일박스가 쌓였고, 미처 선물을 준비하지 못한 사람들이 구입하는 것 같았다. 휴게소 장터가 열리는 근방에는 흡연구역이 있고 몇 걸음 옮기면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가 세워져 있다. 그동안 예산휴게소를 들를 때마다 이곳을 지나갔을 텐데 왜 그땐 몰랐을까.
 
예산휴게소에서 만나는 추사의 세한도.
▲예산휴게소에서 만나는 추사의 세한도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

오늘 그 ‘세한도’가 내 마음에 들어왔다. 학교 다닐 때 배웠던 ‘세한도’와는 또 다른 감회였다. 교실에 앉아 배울 때는 그저 초라한 집 한 채가 있고, 소나무와 전나무가 집앞에 서 있으며, 그나마 집은 둥글게 구멍이 나 있어 허전하기 이를 데 없었다.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서예가이면서 금석학자, 화가이자 실학파였던 ‘추사 김정희’를 선생님이 아무리 성의를 다해 알려줬어도 단발머리 중학생은 왠지 썰렁함의 세한도만 머릿속에 남아 있을 뿐이었다.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는 추사예술의 결정이라고도 한다. 여러 학문에 두루 능통했던 추사는 시서화에 뛰어난 문인화가로 학문과 예술이 일치했다. 당파싸움으로 제주도에서 유배생활을 하는 중에 그린 ‘세한도’는 1844년 추사 59세 때 그려진 것이다. 청나라를 자주 왕래하던 그의 제자 이상적이 유배 간 김정희를 자주 찾아오며 청나라 문물을 전해주었고, 김정희는 그런 이상적에게 감사함을 표현하기 위해 그린 그림이 세한도였단다.

황량하고 쓸쓸한 겨울, 전나무와 소나무만이 변하지 않는 굳굳한 푸르름을 간직하고 있는 모습은 제자 이상적의 의리에 비유했다고 하니 세한도의 집과 소나무, 전나무가 살아서 내게 전해지는 것 같다. 세한도는 수묵화로 국보 제180호이다. 이상적이 스승 추사에게 선물로 전해준 책에 답한 세한도. 거친 종이 세 개를 이어 붙인 세한도를 받은 제자 이상적의 마음은 어땠을까. 마음과 마음이 서로 전해진 스승과 제자의 애틋한 선물 중에 세한도는 200년이 지난 지금 국보로 많은 사람들이 귀한 ‘작품’을 만나고 있다.
 
휴게소를 나오면서 대흥터널에 들어섰다.
▲휴게소를 나오면서 대흥터널에 들어섰다
 
기다림과 만남으로 설레는 마음들이 오늘 마을에 모인다.
▲기다림과 만남으로 설레는 마음들이 오늘 마을에 모인다
 
예산휴게소에서세한도를만나다 2
 
대부분 순조롭게 흐르는 차량들.
▲대부분 순조롭게 흐르는 차량들

세한도의 여운을 안고 차에 올랐다. 대흥터널을 지나 도로 옆으로 펼쳐진 마을이 한눈에 담긴다. 당진으로 가까워질수록 송전탑은 더 많이 보인다. 양방향 도로의 차들이 순조롭게 흐르는데, 상행선은 오후 3시 넘어서 조금 밀리는 느낌이 들었다.
 
고속도로 IC를 빠져나가는데 통행료는 무료였다. 일요일인 오늘 26일 자정까지 무료인 줄은 알았지만 통행권을 제시하자 손은 무의식으로 지갑을 열고 있다. 딸이 언제 오나 기다리고 있을 구순의 친정 엄마. 그 변하지 않은 모정이 세한도의 소나무처럼 눈부시게 푸르다.
 

황토님의 다른 기사 보기

[황토님의 SNS]
댓글 작성 폼

댓글작성

충남넷 카카오톡 네이버

* 충청남도 홈페이지 또는 SNS사이트에 로그인 후 작성이 가능합니다.

불건전 댓글에 대해서 사전통보없이 관리자에 의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