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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황선미 동화작가와 함께 하는 북토크

넌 나쁜 게 아니라 아픈 거야, '엑시트'

2019.12.10(화) 00:25:15 | 헵시바 (이메일주소:hannana153@naver.com
               	hannana153@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황선미동화작가와함께하는북토크 1

인터넷 서점과 대형서점에 밀려 설자리를 잃은 당진 이교다리의 이리오서점, 푸른병원 옆 상록서점 등 우리동네 서점들이 추억의 뒤안길로 사라졌습니다. 자본의 논리에 동네 서점들이 사라지는 와중에도 2대에 걸쳐 31년 간 꿋꿋하게 자리를 지켜 온 당진서점이 있습니다.

지역의 특성을 파악해 지역 커뮤니티로서의 역할을 30년 넘게 묵묵히 감당하며 당진문화의 모세혈관과 같은 역할을 톡톡히 해 왔는데요, 시대의 변화 속에 새로운 트렌드에 발맞춰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고 합니다.

2층 공간을 리모델링해 세미나실로 조성해 매달 한 차례 달빛독서를 통해 시민 등과 함께 새벽까지 책을 읽고, 간단한 소감을 나누는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또한 '오래된 미래'의 지은숙 대표와 '한선예의 꿈꾸는 이야기'의 한선예 대표와의 협업으로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마다 열리는 '동네책방 문화사랑방'에서 당진의 이야기를 다양하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오늘은 ‘마당을 나온 암탉’으로 잘 알려진 황선미 동화작가가 미혼모 문제를 탄탄한 서사와 섬세한 묘사로 풀어낸 소설 ‘엑시트’를 가지고 북토크를 진행한다고 해서 당진서점으로 향했습니다.

황선미동화작가와함께하는북토크 2
 
당진서점 안지민 대표의 소개로 황선미 작가와의 본격적인 북토크가 시작 되었습니다.
 
황선미동화작가와함께하는북토크 3
 
'엑시트'는 미혼모인 장미와 그녀를 통해 이어진 버림받은 자들의 삶을 살갗으로 와 닿는 치밀한 묘사로 담아낸 작품입니다. 사람이 태어나, 누군가의 손에 기대 걸음마를 하고, 가방을 메고 첫 등교를 하고, 친구들 사이에서 투덕거리며 성장하는 평범한 일생의 과정이 누군가에게는 인생에서 가장 힘든 고통의 순간일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장미가 아이를 가지게 되자 교복을 벗고 학교를 나와야 했고, 그늘막도 없는 상황에서 도망치듯 살던 곳에서 밀려나 벼랑 끝에 서게 된 것은 한순간이었습니다. 보호시설에 머물며 모성애라고는 할 수 없는 어떤 감정 때문에 아기를 입양 보내지 못하고 결국 데리고 도망친 장미는 시설에서 만난 독한 여자애 ‘진주’와 반지하에서 살게 됩니다.
 
포토 스튜디오에서 촬영 보조로 일하면서 이를 꽉 깨물어야 하는 일들이 많지만 이렇게라도 지낼 수 있게 되어 다행이란 생각으로 살아갑니다. 그러나 아기 하티의 생부인 J가 장미를 찾아온 순간부터 다시 장미의 삶은 벼랑으로 치닫습니다. 폭우가 쏟아진 날, 반지하 집이 물에 잠긴 틈을 타 진주가 아기를 데리고 사라져 버린 것입니다. 장미는 자신을, 그리고 하티를 다시 되찾을 수 있을까요? 버려진 사람들을 위한 출구는 어디를 향해 있는 걸까요? 
 
황선미동화작가와함께하는북토크 4
 
2017년 제49회 대한민국문화예술상을 수상한 황선미의 장편소설 '엑시트'는 황선미 작가가 O tvN ‘어쩌다 어른’에 출연하며 더욱 회자가 되었는데요, 작가는 2007년도에 스위스에서 열린 우리나라 책 전시회에 갔다 처음 본 스위스 시청 직원이 식사자리에서 한국 입양인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합니다. 입양, 이라는 단어가 얹혀버려 밥을 먹을수 없을 정도로 불편하고 부끄러웠다고 합니다. 그 일을 계기로 '엑시트'라는 제목으로 글을 써야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합니다. 
 
장장 10년 동안 입양에 관한 책과 논문을 수없이 읽고, 자료조사와 취재를 거쳐 완성한 소설로 우리나라에서 미혼모로 살아가는 청소년들의 사회 현실을 고발하는 책입니다. 작가는 10대 미혼모를 취재하며 실제로 작품에 담지 못할 만큼 안타까운 미혼모의 현실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며 미혼모 가족에 대한 편견을 가진 대한민국의 현실을 꼬집었습니다.
 
취재차 주민센터를 찾아가서 10대 여자 아이가 미혼모가 되면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물어본 적이 있는데 이것조차도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고 합니다. 직원이 미혼모가 본인이세요? 본인과 관계된 분인가요? 묻더니 여성가족부에게 물어보라고 했을 때에는 야단을 맞는 것 같아 과연 당사자가 상담하러 올 수 있겠나 싶었다고 한다. 그러한 것들이 사회에서 느낀 벽이었다며, 10대 미혼모를 향한 인식의 변화와 사회적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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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북토크 현장을 찾은 청소년들이 눈에 띄는데요, 작가가 청소년들에게 북토크에 참여하게 된 동기와 꿈에 대한 질의 응답의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사서가 되고 싶은데 도움이 될 것 같아 왔다는 친구와 시나리오 작가가 되고 싶은데 부모님은 좀더 열심히 공부해 다른 진로를 가길 바란다는 친구 등 다양한 고민들이 많네요. 작가의 조언을 함께 들었습니다.
 
"교육의 기회는 전 연령대이므로 절충을 잘 해야 해요. 살아가는데 안정적인 직업도 중요합니다. 공부할 수 있을 때 내가 뭘 하든지 효용가치가 높아질 수 있도록 공부해야 합니다. 공부 안 하고 할 수 있는 건 하나도 없어요. 내가 뭘 할 수 있는가는 살아가면서 정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시나리오 작가로 성공하는것이 바늘구멍 같고 힘들다는 여러 말이 들리겠지만 항상 그 분야에서 1%가 되면 됩니다. 꿈은 비슷한 사람을 보면서 꾸는 게 아니라 항상 탑을 보면서 꾸는 것입니다. 그렇게 안 돼서 문제지만, 안 하면 후회가 더 크기 때문에 해보는 거예요. 또한 공부와 꿈은 병행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대학이 아니어도 공부할 수 있는 기회는 많습니다. 부모님이 걱정하는 것은 그 길이 얼마나 어렵고 많은 시간이 필요한지를 알기 때문입니다. '나는 시나리오 작가를 해야 하기 때문에 공부를 안 해도 돼'가 아니라 '시나리오 작가를 할 거라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해'라는 마음으로 공부를 하면 어떤 일이든 다 잘 할 수 있습니다. 공부가 제일 쉽다는 것은 특별한 재능일 뿐이고, 공부하기가 쉽지 않기에 공부할 시기에는 열심히 노력해야 합니다. 한국예전에는 꿈을 이루기 위해 늦은 나이에 문창과에 온 학생들이 많습니다. 법대나 의대 나온 친구, 뮤지컬 배우도 있습니다. 뮤지컬 배우가 지방에서 공연하고 올라와서 졸지 않으려 벽에 기대어 강의를 듣고 있습니다. 그만큼 꿈을 이루기 위한 과정은 치열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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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민이 미혼모 문제에 대한 법적인 제재가 갖춰져야 사회에서 인식이 바껴 나갈 것이 아니냐는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사회인식이 먼저 바뀌고 그 뒤에 따르는 법적 제재가 있어야 합니다. 청소년 미혼모가 생기면 남녀 똑같이 책임을 져여 한다는 사실을 인식시키고 안 되는 부분들을 도와주고 해결해 줘야 합니다. 대부분 청소년들이 남자는 엄마 뒤에 숨고, 남자 아이의 엄마는 여자아이를 추궁하며 일을 무마하려 합니다. 여자아이 엄마는 창피하다는 이유로 남자아이 엄마에게 따지거나 책임을 묻지 않고 숨는 게 다반사입니다. 이런 사회인식으로 인해 여자아이도 스스로를 부끄럽다고 생각합니다. 여자아이에게 편들어 줄 엄마 아빠가 없기에 홀로 이 상황을 감당해야 합니다."
 
"이런 일들이 없는 이야기가 아니고 우리 주변에서 지금도 벌어지는 일입니다. 더 이상 쉬쉬할 일이 아니고 정확하게 얘기해야 하고 고쳐야 하는 일입니다. 아이들끼리만 정보가 공유가 되고 아이를 낳고 나서 어떻게 해야 되는지 열에 아홉은 알지 못하기에 미혼모 시설에서 친권포기각서를 쓰고 아이를 입양 보냅니다. 시설에서 듣게 되는 '어디 가서 방을 얻고, 어떻게 돈을 벌어서 아이와 살 거냐?', '너는 공부해야 한다. 아이를 더 지금보다 더 좋은 환경으로 보내라. 아이 때문에 창창한 미래를 망칠 수 없지 않냐'는 말들이 입양 보내는 아이에 대한 최소한의 죄책감마저 떨쳐버리는 좋은 핑계거리가 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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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입양인에 대한 관심이 먼저였고 미혼모에 대한 관심은 그 후였다고 합니다. 입양인들을 먼저 만났는데 자기가 왜 이 나라에 와서 얼굴도 다른 사람들에게 보호를 받고 커야 하고, 왕따를 당하고 살아야 하는지 아무에게서 들을 수 없다고 합니다. 그들이 한결같이 하는 이야기가 '나는 한국인도 아니고, 한국인이 되겠다는 생각이 아니다'며 백인 가정에서 살면서 자기와 똑같은 사람이 그리운 것이라고 합니다. 그들은 '우리엄마하고 내가 진짜 나랑 비슷하게 닮은 구석이 있을까'라는 의문을 갖고 사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이사람들이 부모를 찾지만, 신분을 노출하지 않기 위해서 기록을 안 남기기 때문에 부모찾기가 힘들다고 합니다.
 
지금은 법이 바뀌어서 아이의 출생신고를 위해서는 아이의 생물학적 부부가 부모로 올라가야 합니다. 이로인해 미성년자인 부모가 아이를 시설로 보내고 시설에서 정해주는 선을 따라 입양하는 것이기에 근거가 남지 않아 입양인이 부모를 찾아 왔을 때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아예 놓칠 수밖에 없게 된다고 합니다.

작가는 마지막으로 "국가나 사회에서 청소년 미혼부모들이 공부를 포기하지 않고도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야 합니다. 아이를 다른 곳에 입양 보내거나 감추는 것이 아니라 그냥 삶속에 포함시키는 것이 정책적으로 필요합니다. 아이들에게 이 부분에 대한 교육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아이를 떼어 놓아야 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애가 있으면 공부를 계속할 수 없고, 사회인식이 부정적이니 아이를 분리시켜야 되는 문제로 생각을 하는겁니다. 다른 나라의 경우는 옆에 탁아방과 유치원을 함께 운영하면서 공부도 계속할 수 있게 해 주고, 학비와 생활비도 지원해 주고 있습니다. 이런 제도가 우리나라에 들어와야 합니다. 국가의 재정이 확보되어야 하고, 함께 공감하며 생물학적 아버지에게 강제적으로라도 짐을 지울 필요가 있습니다. 이 친구가 미성년이면 그 부모의 책임이 반드시 따라야 합니다. 그 부분의 변화가 이뤄질 때 우리나라가 최저 출산국이면서도 아이들을 해외로 내보내는 일은 더 이상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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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과 함께 온 엄마가 언제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는지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어릴 적에 형제가 많아서 방임 수준으로 살았습니다. 생존의식이 남다르고 내것을 가져야 한다는 치열함이 있어 사회성을 빨리 배웠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13살에 중학교에 못가는 걸 알았습니다. 그 당시 반에서 학교 못가는 애가 딱 둘이었어요. 책 읽는 것만이 나를 지키고 자존심을 지키는 길이었습니다. 그때부터 공책 세 권에 글을 썼습니다. 누구에게 보여주려 쓴 것도 아니고 뭘 해보려고 쓴 것이 아니라 단지 좋아서 썼습니다. 좋아하고 즐기며 하는 일이 진짜 중요합니다. 그런 사람은 아무도 못 이깁니다.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는 공자 말씀처럼 그때는 몰랐는데 숙제처럼 하는 것은 끝이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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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농촌에서 살고 싶어 당진에 내려와 산 지 8년 됐다고 합니다. 작은 바닷가와 작은 산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아도 될 것 같은 소심한 느낌의 마을에서 텃밭농사를 지으면서 종자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합니다. 대부분 농촌엔 노인들이 농사를 짓고 있고 그마저 농사 지을 사람들이 없어서 자꾸만 남에게 농사를 맡기는 형편이라고 합니다. 시골에서 키웠다고 하면 토종인 줄 알지만 대부분 GMO라고 하네요. 시골 어르신들 대부분 모르고 있고 관심이 없어 외국계 종묘사에서 제공해 주는 종자로 먹거리를 생산하고 있는데, 관심을 가져야 할 중요한 문제라서 종자를 주제로 책을 집필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강연회를 마치고 '엑시트'에 작가의 사인도 받고 사진도 찍었습니다. 항상 작가의 작품을 읽을 때마다 따뜻한 휴머니즘적 세계관과 진솔하고 담백한 문체에 배어 있는 심오한 주제의식을 접하며 위로받고 힘을 얻곤 했는데요, 오늘 북토크를 통해 작가의 작품세계를 한층 더 깊이 있게 만난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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