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시대 이전부터 있었던 등짐장수(負商)와 신라시대부터 있었다는 봇짐장수(褓商)를 통틀어 '보부상(褓負商)'이라 일컫습니다. '보부상'은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교환경제의 중간자 역할을 하는 전문 상인으로 조선시대에는 전국의 생산물을 유통하는 조직을 갖추게 되었다고 합니다. 일제강점기 일본이 보부상 말살 정책을 기도하면서 전국의 보부상은 대부분 와해됐으며, 현존하는 보부상 단체로는 충청남도의 부여·한산을 일원으로 하는 '저산팔읍상무사'와 예산·덕산을 중심으로 하는 '예덕상무사(禮德商務社)'가 있다고 합니다. 그 외에도 충남 보부상단에는 '홍산보부상'과 '원홍주육군상무사'가 알려져 있습니다.
 
충남문화재단에서는 충남도의 전통문화자원인 보부상의 활성화와 무형문화재 등재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2019년 충남고유문화브랜드 기획 사업으로 <보부상 로드>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난 8월 31일(토), 오후 5시부터 공주산성시장 문화공원에서는 서산·보령·부여에 이어 네 번째로 공주에서 <보부상 로드> 기획 사업이 소개되었습니다. '夜금夜금 고래(古來)마켓'이라는 행사명으로 보부상 공연프로그램, 청년보부상 공연프로그램, 보부상 전시프로그램, 보부상 체험프로그램으로 나누어 진행되었습니다.
 
 

 
보부상 체험프로그램인 '보부상 캐릭터 퍼포먼스'가 시작되자  방문객들의 눈길이 일제히 모아졌습니다. 보부상 캐릭터 퍼포먼스는 조선시대 역사자원들을 더 재미있고 즐겁게 경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직업군이나 역사적인 인물들을 통해 관객들의 관심과 참여를 끌어낼 수 있도록 준비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조선시대 역사자원들을 더 재미있고 즐겁게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청년보부상 보기팀(위)과 얼후를 연주한 아란(아래)
 
보컬과 기타를 맡고 있어서 이름 붙여졌다는 '보기팀', 중국 악기인 얼후를 연주한 '아란' 등 2019 충남문화재단 문화예술보부상단의 청년보부상 공연프로그램도 관람객의 호응이 높았습니다.
 

 

 
마지막 주 '문화가 있는 날' 금요일 밤에는 '夜금夜금 고래(古來) 아트마켓'이 열린답니다. '고래 아트마켓'은 보부상 활성화 사업으로 충남 6개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비즈로 만든 캐릭터 앞에 선 남학생 세 명은 깊은 고민에 빠진 듯 보입니다. 수중에 있는 용돈보다 갖고 싶은 캐릭터가 훨씬 많아서겠죠!
고대 사회에서 '보부상'들은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어떤 물건을 사고 팔았을까요? 보상은 주로 기술적으로 발달한 정밀한 세공품이나 값이 비싼 사치품 등의 잡화를 취급하였고, 부상은 일용품 등 가내 수공업품을 위주로 상거래를 하였다고 하네요.
 

 
사진처럼 많은 사람이 긴 줄을 만들고 있는 이곳은 무엇을 하는 곳일까요? 보부상으로서 장사를 하기 위해서는 증명서인 '채장'이 필요했다는데요, 아무한테나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보부상의 자격을 지닌 자에게만 수여했다고 합니다. 문화콘텐츠로 만들어져 일반인들이 보부상이 되기 위한 간접 여정에 참여할 수 있는 미션 체험게임은 선착순 100명을 대상으로 하여 다섯 곳에서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눈길이 갔던 <통찰력 시험>은 고객이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야 하는 보부상의 자격을 시험하는 곳이었습니다. 어우동 캐릭터가 그린 그림을 체험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제한 시간 안에 맞히는 게임입니다. 꽤 그림 솜씨가 좋은 어우동 캐릭터의 현장 배우 덕분에 쉽게 답을 찾는 참가자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정보력 시험>은 긴급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정보를 많은 사람에게 비밀리에 잘 알려야 하는 자격 테스트였습니다. 고깔에 뚫린 작은 구멍을 통해 사발통문을 해독하는 게임으로 아이, 어른 구분 없이 재미있게 즐기는 모습이었습니다.

 

 


보부상이 되기 위한 덕목을 체험하기 위해  희망자들은 자신과 물화를 보호하기 위한 전투력을 시험하는 새총 쏘기, 상황을 지혜롭게 풀어나가는 능력을 시험하는 알까기 대결, 수학능력을 시험하는 엽전 계산 시험 등을 치러야 했습니다.


 
횟수 제한 없이 시도할 수 있는 다섯 곳의 체험 프로그램에서 미션을 수행하면 보부상 캐릭터에게 스탬프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만약 미션에 실패하더라도 맨 마지막 순서로 돌아가 기다렸다가 재도전을 할 수 있었습니다.

 
미션을 수행한 참여자는 보부상의 증표와 머리핀을 받았습니다. 유난히 앵글에 자주 잡혔던 가족이 기꺼이 사진 촬영에 응해 주셔서 찰칵! 가족 전원이 미니 초립을 쓰신 깜찍한 모습을 소개해 봅니다.
 


저녁 7시, 행사장 일대가 술렁이기 시작했습니다. '홍산 보부상'들이 길놀이를 시작했기 때문이었죠. 공주산성시장 문화공원으로 들어온 상단은 멍석놀이를 시작했습니다. 각설이가 품바타령을 불러 젖히고, 장터 아낙은 뻥튀기 한 줌씩을 구경꾼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며 모객을 위해 했던 장마당 놀이를 현대적으로 해석하여 흥겨운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이날은 '공주문화재야행' 행사 이틀째 날로 타지역에서 오신 관광객들이 많았는데, 희한한 광경을 놓치지 않으려고 가던 발길을 돌리고 구경하시는 분들도 목격되었습니다. 공연의 백미는 역시 부녀자를 희롱한 보부상에게 규율에 따라 곤장 20대를 때리는 장면이었습니다. 지역마다 각기 정해진 규율을 집단의 우두머리인 접장(接長)이 소임이 따라 엄격하게 통솔해 소규모 자본의 행상을 규합해 왔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동료 간의 결속을 다지고 무뢰한과 아전들에 의한 폐해를 금함으로써 상권의 확립을 기했던 보부상들의 고된 삶을 전통문화자원의 기획 사업을 통해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세계적으로 경제 위기감이 높아져 국가 차원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는 가운데 의미있는 행사에 참여하다 보니 더 많은 분들께도 기회가 닿기를 희망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