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양고추는 많이 먹었어도 막상 처음인 청양 방문
하룻밤 묵은 청양고추문화마을이 사람들로 붐볐으면 좋겠습니다
2019.08.16(금) 20:52:45 | 황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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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ikesa@hanmail.net)
▲청양고추문화마을
‘콩밭 매는 아낙네야/ 베적삼이 흠뻑 젖는다/ 무슨 설움 그리 많아/ 포기마다 눈물 심누나/ 홀어머니 두고 시집가는 날/ 칠갑산 산마루에/ 울어주던 산새 소리만/ 어린 가슴속을 태웠소’
칠갑산 노래 가사를 적다 보니 홀어머니를 두고 시집가는 어린 처자의 마음이 안타깝게 다가온다. 청양 하면 청양고추, 칠갑산 등이 절로 떠오른다. 칠갑산 아래 사는 아낙네는 고추밭을 다 매고 콩밭을 매고 있었을까. 청양고추문화마을에서 일박을 하던 날, 흐리고 비가 내렸다. ‘고추를 테마로 한 체험학습 문화공간’으로 소개된 걸로 보아 아이들이 있는 가정에서 많이 찾는 곳이 아닐까 싶었다. 더구나 어린아이를 위해 낮은 풀장이 있으니 8월 중순인 지금이 딱 적기일 것 같았다. 직접 가 보니 예상 외로 너무 조용했다.
▲펜션으로 가는 길
관리사무소로 가는 길엔 8월 30일부터 9월 1일까지 청양고추와 구기자축제가 열린다는 펼침막이 걸렸다. 고추박물관 앞에는 청양의 상징인 양 모형으로 만든 대형 고추의 붉은 빛이 선명했다. 펜션으로 가는 길에는 메타세콰이어가 나란히 심어져 있고 중간 즈음에 복숭아나무도 보였다. 내 주먹 만한 복숭아가 매달려 있거나 바닥에 떨어져 있기도 했다.
▲지구 위에 사뿐히 내려 앉은 잠자리
▲복합형 펜션
아늑한 숲속에 자리잡은 아담한 휴식공간은 복합형과 단독형 펜션으로 나눠져 있다. 우리가 묵을 복합형은 12인실로 방 3개와 거실로 이루어졌다. 성수기와 비수기의 가격 차이는 4만원이다. 잔디마당에 놓인 설치물은 잔디풀빛과 색감이 이어진다. 두 손으로 받치고 있는 둥근 지구 위에 올라앉은 잠자리가 인상적이다. 밤이 되자 고추모양을 한 가로등에 불이 켜졌다.
▲고추박물관 아래로 물이 낮은 풀장이 보인다
▲밭 매는 아낙, 청양고추를 형상한 목장승
고추박물관을 비롯해 안내지에 나와 있는 대로 세계고추전시관과 자연생태관 등 사람들이 없는 가운데 조용히 둘러볼 수 있으리란 기대를 했다. 고추의 역사와 문화는 물론 고추와 관련해서 새롭게 알게 될 것들이 무엇일지 궁금하기도 했다. 박물관 앞마당에 들어서니 바닥에 깔아 놓은 벽돌 틈 사이로 풀들이 자라고 있다.
어쩌면 고추가 자라고 있어야 할 화분에 쇠비름이 한가득 제멋대로 자라 새삼 뜬금없었다. 박물관 문은 닫혀 있고 전시관이나 생태관은 ‘휴관’이란 글이 나붙었다.
처음엔 지역(군)에서 야심차게 준비했을 고추문화마을. 너른 주차시설만 보더라도 외지의 많은 사람들이 찾아올 것을 기대했을 것 같다. 사람들로 붐벼야 할 ‘잔치집’이 썰렁한 것만큼 보기에 안쓰럽고 아쉬운 게 또 없다. 고추문화마을에서 하룻밤을 묵고 떠나는 마음이 딱 ‘홀어머니 두고 시집가는 처자의 마음’이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