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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

시인의 여름 꽃밭 사수하기

2019.08.05(월) 00:27:30 | 엥선생 깡언니 (이메일주소:jhp1969@naver.com
               	jhp1969@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며칠 전, 뜬금없이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소월의 '진달래꽃' 만큼 술술 읊어나갈 수 있는 시를 들라면 사람들은 어떤 시를 꼽을까? 수많은 名詩가 있지만, 아마도 시인 나태주의 '풀꽃'을 꼽는 사람이 적지 않겠지?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이해인 수녀는 하루에도 몇 번씩 오며 가며 읽어 보는 위의 글귀가 하도 친숙하여 마치 자신이 쓴 것처럼 사랑스러운 노래가 되고, 잊을 수 없는 기도가 되었다고 말씀하셨으니 나태주의 '풀꽃'은 많은 사람으로부터 사랑받는 시임이 틀림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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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말, 공주풀꽃문학관의 여름 풍경이 궁금하여 발길을 옮겨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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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풀꽃문학관 옆으로 공주세무서가 이전할 예정이어서 목적지 근처에 다가가자 요란한 기계음이 방문을 알리기라도 하듯 먼저 맞아 줍니다. 예전에 공주풀꽃문학관으로 올라가는 길에 걸려 있던 지역 시인들의 시화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대신에 1930년대 지어져 일본 헌병대장 관사로 쓰이던 가옥을 개축하여 2014년 10월 17일 공주풀꽃문학관이 개관하기까지의 과정을 소개한 안내문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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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공주풀꽃문학관의 마스코트가 된 작품명 '자전거 탄 풍경'은 '소문난 칠공주 육성사업'의 일환으로 2018년 제작·설치되었는데, 공주풀꽃문학관을 더욱 더 정겹고 멋스러운 명소로 빛내 주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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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탄 풍경'은 시인 나태주의 코발트색 자전거와 꽃을 모티브로 하여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합니다. 공주풀꽃문학관을 방문한 날도 문학관 입구에는 코발트색 자전거가 서 있었고, 자전거 주인은 언제나처럼 곁에 함께하고 계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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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풀꽃문학관에는 이곳의 꽃밭이 궁금해 찾은 방문객 한 분이 먼저 와 계셨습니다. 나태주 시인은 계속, 한 곳을 향해 허리를 굽혔다 폈다를 반복하며 잡초를 뽑아내시더니 필자와 방문객에게 공들여 잡초를 제거하는 이유를 말씀해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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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까지 군락을 이루던 '히말라야 용담(나태주 시인이 가르쳐 주신 꽃이름을 그대로 옮김)'이 올해는 제대로 자라지 못해 특별 관리에 들어갔다고 전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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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백두산 양귀비' 역시 올해는 꽃을 제대로 피우지 못해 각별히 신경쓰고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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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모르는 흰 꽃이 보여 꽃 이름을 가르쳐 주십사 부탁드리니 '은배초'라고 일러 주시며 "필 때가 있으면 질 때도 있으니 받으세요."라며 한 송이를 꺾어 주셨습니다. 은 술잔 모양을 한 꽃은 가장자리가 시들었지만, 고고한 자태를 뽐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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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한낮 땡볕에 쉬지도 않고 보라색 개미취가 눈부시게 핀 뒷마당으로 장소를 옮겨서 하던 일을 계속해나가셨습니다. "여기 풀 좀 보세요! 끝이 잘린 부분이 까맣지요? 왜 그런지 아세요?" 모르겠다고 답하니, 갑자기 장화발로 잔디밭을 달리십니다. 후드득 메뚜기 한 떼가 날아갑니다. 풀을 갉아 먹은 범인들이 줄행랑을 놓은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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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엄쉬엄하시라고 만류해도 시인은 "1~2시간 손대면 끝나니까 시작한 김에 (일)끝을 봐야죠."라고 말씀하시며 일손을 놓지 않으셨습니다. 하지만 한여름에 계속된 일이 힘에 부치셨던지 잠시 '풀꽃' 詩碑 앞에 자리를 잡고 숨을 고르십니다. 시인을 따라다니며 이런 꽃 이야기, 저런 풀 이야기를 듣다 보니 "'풀꽃'이라는 명시가 탄생할 수밖에 없었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고, 참 좋은 詩를 창작하신 시인과의 시간이 실로 귀하게 여겨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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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깃유홍초, 애기원추리, 꽃범의 꼬리, 노루오줌, 목백일홍 등 공주풀꽃문학관의 꽃과 풀에 대해 귀동냥을 하고 돌아서는데, '꽃 사진 공모전' 소식이 눈에 들어옵니다. 많은 분의 출품이 있기를 바라고, 앞으로는 범부들의 특별한 풀꽃이야기도 소개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2019년 공주풀꽃문학관 '꽃사진 공모전'
-작품내용: 풀꽃 및 야생화를 휴대폰으로 촬영한 사진
-출품자격: 출품료 없음
-출품방법: 온라인 접수, 이메일 gjliterary@naver.com
-출품수: 1인 10점 이내
-접수기간: 2019년 4월 1일(월)~2019년 9월 21일(토)
-문의처: 공주풀꽃문학관 홈페이지(www.gjliterary.org), 041-881-2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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