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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장터에서 꼭꼭 숨은그림과 숨바꼭질하기

2019 공주 문화재 야행 프로그램- '2회 장터갤러리'를 둘러보고

2019.05.27(월) 13:44:31 | 엥선생 깡언니 (이메일주소:jhp1969@naver.com
               	jhp1969@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서민들의 생활사를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는 곳은 시장이라고 생각한다. 철마다 무엇을 먹고, 어떤 옷을 입고, 지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세상 돌아가는 일을 보고 듣게 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다양한 문화, 예술, 체육 활동까지 이어져 장터 풍경은 그림으로 혹은 사진으로 담아 두면 시대상을 읽을 수 있는 가치 있는 자료로 남기도 한다.

2014년 공주산성시장 문화공원에서 상인회 주최로 열린 어린이 그림대회
 
2014년 공주산성시장 문화공원에서 상인회 주최로 열린
▲2014년 공주산성시장 문화공원에서 상인회 주최로 열린 '어린이 그림대회' 모습

2010년, 지금의 공주산성시장 문화공원이 조성된 이래 이곳은 다양한 문화 공간으로 활용되어 오고 있다. 필자에게 이곳에서의 가장 기억에 남는 행사를 꼽으라면 주저없이 '어린이 그림대회'를 들 것이다. 지역 어린이들이 공주산성시장을 둘러보고 시장 풍경을 그리는 대회로 순수한 아이들의 눈에 비친 장터의 모습이 여간 재미지지 않았다.

장터에서꼭꼭숨은그림과숨바꼭질하기 1

근래에 크고 작은 지역 행사마다 어린이 사생대회가 열리지 않는 곳이 없다 보니 공주산성시장에서 열리던 '어린이 그림대회'는 언젠가부터 슬쩍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공주산성시장 1길을 지나다 보면 문화광장과 '백제수산' 기둥에는 아직도 당시 대회에 참가한 어린이들의 그림이 걸려 있어 눈길을 끈다.

공주산성시장 상인들의 도움으로 전통시장의 복잡한 전기배선을 살피는 행사 관계자들
▲공주산성시장 상인들의 도움으로 전통시장의 복잡한 전기배선을 살피는 행사 관계자들 

공주대학교 공주학 관계자들과 기산식당 할머님이 현수막을 걸고 있다.
▲공주대학교 공주학 관계자들이 걸 곳이 없어진 현수막을 '기산식당' 할머님의 양해 아래 식당에 걸고 있다

전시 작품을 배치하고 있는 이종옥 기획자와 조영래 작가
▲전시 작품을 배치하고 있는 '이종옥' 기획자와 '조영래' 작가

지난 5월 23일(목)부터 공주산성시장 1·2길에는 시장 상인도 손님도 아닌 듯한데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목격되었다. 얼기설기 얽혀 있는 전기 배선을 따라 전등을 달 장소를 물색하고, 현수막을 달기 위해 사다리를 오르락내리락하는 이들은 제2회 장터갤러리를 준비하러 나온 관계자들이었다.

5월 24일(금)~5월 25일(토), '공주의 근대, 8야(夜行, 夜路, 夜史, 夜說, 夜食, 夜市, 野宿, 夜畵)를 품다'라는 주제로 공주 원도심에서 ' 2019 공주 문화재 야행'이 개최되었다. 이 8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작년에 이어 20명의 작가가 참여한 장터갤러리가 공주산성시장에서 열리게 된 것이다. 기다리는 '어린이 그림대회'는 몇 해 동안 열리지 않고 있지만, 2018년부터 공주산성시장에서는 그림을 통해 장터를 새롭게 조명하고자 하는 이들의 마음이 모이고 있어 내심 얼마나 흡족한지 모른다.
 
제2회 장터갤러리를 기획한 '이종옥' 작가의 말을 빌리면, 1회 장터갤러리의 반응이 좋아 많은 분이 찾는 행사 기간 공주산성시장의 곳곳에 시장을 그린 그림을 걸어 야외갤러리를 준비하게 되었다고 한다. 공주산성시장 1·2길은 통로가 좁고 골목이 복잡해서 이곳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자주 지나다니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기획을 맡은 이종옥 작가는 일부러 이곳으로 전시 장소를 정했는지도 모르겠다.  

이종옥 작가와 산성시장 상인분이 작품에 그려진 상가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다.
▲이종옥 작가와 산성시장 상인 분이 작품에 그려진 상가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다
 
장터갤러리의 숨은 일등공신 생강집 아저씨께서 이만우의 현장 퍼포먼스를 지켜보고 있다.
▲장터갤러리의 숨은 일등공신 '생강집' 아저씨께서 화가 '이만우'의 현장 퍼포먼스를 지켜보고 있다

공주산성시장의 장터갤러리 준비과정을 지켜보니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시거나 그림에 관심을 쏟아주시는 상인 분들이 있으셔서 이번 장터갤러리는 소기의 목적을 이룬 것으로 보였다. 장사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거나 그림이 장터와 무슨 상관이 있냐며 무관심으로 일관했다면 장터갤러리는 중도에 그만두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다행히 가게 입구에 그림과 도자기를 전시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시고, 오고 가며 스케치하는 작가 그림도 들여다 봐 주셔서 소명감을 갖고 이번 행사에 참여한 예술가들에게 힘을 실어 주었다.
 
본부석이 마련된
▲본부석이 마련된 상가 '청이언니' 앞에서 영상정보대학 만화학과 대학생이 캐리커처를 그려 주고 있었다

5월 24일~5월 25일 '2019 공주문화재 야행'이 열린 양일간 공주산성시장 장터갤러리에도 많은 방문객이 찾아 주었다. 작년과 달리 제2회 장터갤러리는 그림 50여 점이 걸린 골목을 돌아다니며 관람하고, 그림에 나오는 점포 7곳의 인증사진을 찍어 오면 온누리상품권을 증정하는 행사가 같이 진행되었다. 장터 행사에 재미를 더할 목적과 함께 재래시장 이용 독려를 위해 기획된 것이라고 한다. 필자 역시 바지런히 시장 골목을 누비고 다니며 사진을 찍어 상품권을 획득했고, 수제 음료에 찹쌀 도넛으로 포식하고 더욱 힘내서 이곳저곳을 구경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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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네 야채
▲ 일본식 건축 양식을 보이는 '막내네 야채' 주변에 마련된 장터갤러리(위)와 건물 처마(아래)

공주산성시장 곳곳의 숨은 그림을 찾다 뜻밖에 횡재를 만나기도 했다. 1980년대만 해도 공주시에는 공주풀꽃문학관처럼 일본식 목조 건물이 꽤 많이 남아 있었다고 한다. 공주하숙마을 맞은편 양조장과 봉황동 큰샘 근처 예술가의 정원 건물 외에는 거의 다 허물어졌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장터갤러리의 가장 많은 작품이 전시된 장소에서 일본식 건물 양식으로 보이는 건물을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전시장을 내주신 '막내네 야채' 이정현 사장님의 설명에 따르면 건물 벽면의 낙서가 1970년대에 그려진 것으로 헤아려지고, 건물은 그 훨씬 이전에 지어졌을 것으로 여겨진다고 한다. 2회 장터갤러리 기획자인 이종옥 작가가 일러준 2곳을 더해 이번 장터갤러리를 통해 공주산성시장의 몰랐던 세 곳을 새롭게 찾아냈다. 공주 지역의 근대사를 알려 줄 건물을 발견하고 나자 1937년 개설된 이 장터의 역사적 가치를 다시금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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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김현정' 작가가 그린 외할머님과 외할머님이 운영하는 '중앙인삼'

작년에 이어 공주문화예술촌 창작레지던시 3기 작가 '김현정'은 외할머님이 30년 이상 운영하는 '중앙인삼(대표 유화자)'을 배경으로 5점의 그림을 그려 전시했다. 중앙인삼에서 파는 갖은 약재며 붉은 꽈리에 재활용 비누 등이 그려진 전시 작품 속에서 외할머님 초상화 작품은 그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다. 그림 전시를 돕느라 골목에 나오신 김현정 작가의 외할머님을 뵐 수 있었는데, 인자한 표정이며 부드러운 말투에 이것저것 애써 도우시려는 고운 품성까지 그림에서 엿볼 수 있었던 할머님 모습 그대로였다. 나이 어린 작가의 외할머니에 대해 느끼는 감정처럼 재래시장에는 기억하고 싶은 감성이 늘 배어 있다.  

시대에 발맞춰 다양한 상거래 방법이 생겨나고, 손쉬운 방법을 선택하게 된 젊은 소비자의 발길이 뜸해진 전통시장에 대해 회생 불가의 진단을 내리기도 한다. 하지만 필자는 삶의 애환이 녹아 있고 추억이 깃들어 있는 전통시장만큼 삶의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곳은 없다고 생각한다. 2019년 열린 장터갤러리는 공주산성시장이라는 캔버스 위에 지역 상인, 지역 예술가, 지역민이 한데 어울려 한 점의 생활사를 그려내었고, 전통시장의 존재 이유를 다시금 확인시킨 귀중한 시간으로 간직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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