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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한걸음에 내달려 찾은 해묵은 기억 뭉치

공주 한옥마을 그리기 '추억의 새순' 展을 다녀와서

2019.05.17(금) 11:06:46 | 엥선생 깡언니 (이메일주소:jhp1969@naver.com
               	jhp1969@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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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7월, 공주 제민천변에 게스트하우스 '공주하숙마을'이 개장되었다. 교육도시인 공주에는 1960년대 ~90년대 인근 지역에서 유학을 와 하숙을 하며 학창시절을 보낸 학생들이 많았고, 그 점에 착안한 공주시에서는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공주 갑부 '김갑순' 생가 일대를 개축하여 '공주하숙마을'을 조성하게 된 것이다. 그 공주하숙마을 행정동(行政棟)에는 건물 분위기에 어울리는 그림 한 점이 걸려 있는데, 이 그림을 그린 작가의 개인전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공주시 감영길에 위치한 '이미정 갤러리'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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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정 갤러리 특별실에 들어서자 낯익은 그림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공주하숙마을 행정동에 걸렸던 그 그림이다. 70·80세대에게 학창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게 하는 이 그림은 화가 '이만우'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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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남도와 충남문화재단의 후원으로 5월 8일(수)~21일(화), 화가 이만우의 '(공주 한옥마을 그리기) 추억의 새순' 展이 열리고 있다. 목원대학교 미술대학과 同 대학원 회화과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이만우 작가는 공주의 명소와 서민들의 생활상을 자주 화폭에 옮겨 왔었다. 이번 전시작들 역시 2010년 9월에 오픈한 공주한옥마을을 모티브로 작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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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거주주민, 친구들의 어릴 적 사진, 공주대학교 공주학연구원, 신용희 기자(금강뉴스 대표)의 도움으로 그린 '성안마을' 작품들

공주에는 약 500여 명의 회화 관련 예술가들이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필자가 그 많은 예술가 중에서 화가 이만우에게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공주공산성 안에 있었던 '성안마을'을 배경으로 그린 작품들 때문이었다.

앞서 밝힌 대로 공주하숙마을이 들어선 자리는 김갑순이라는 인물의 생가가 자리했던 곳이다. 김갑순은 우연히 고위직 인물에게 호의를 베풀고 그 인연으로 돈을 벌기 시작했다고 알려져 있다. 사업수완이 좋았던 김갑순은 종잣돈으로 사통팔달의 요지였던 공산성 내에 여러 점방을 짓고, 서울로 올라가는 삼남의 상인과 행인들에게 숙식을 제공하여 막대한 부를 축적하게 된다. 돈이 몰리는 곳에 하나둘 돈벌이를 찾아 사람들이 들어오게 되고, 식솔들과 정착하여 무리지어 살게 되면서 형성된 마을이 성안마을이다.

수십 년 전 외국에서 공주를 방문한 지인이 공주공산성으로 아침 산책을 하러 갔다가 성안마을을 방문했던 일이 있다. 필자는 성안마을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던 때였고, 당시에는 카메라가 흔치 않던 시절이라 지인의 설명만으로는 어떠한 답변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저 그런 곳이 있나 보다' 흘려듣고 말았다. 그런데 2017년 우연히 이만우 작가의 전시회에 갔다가 성안마을의 일상을 그린 그림을 보고 잊고 있던 수십 년 전 기억을 떠올리게 되었다. 그와 함께 수많은 유적과 유물이 발굴되면서 원주민은 새 터전을 찾아 떠나야 했고, 그렇게 점점 사라져 이제는 흔적조차 남지 않은 성안마을을 그린 화가 이만우에 대한 호기심이 일었다. 이후 공주문화예술촌, 공주하숙마을을 중심으로 공주시의 도시재생사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만우 작가의 활약을 지켜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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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0일(금), 이미정 갤러리에서 드디어 이만우 작가를 만났다. 그리고 몇 년 간 품고 있던 질문을 던져 보았다.

엥선생: 작가님은 왜 성안마을을 배경으로 그림을 그리셨어요?
이만우 작가: 제가 공주중학교를 나왔어요. 그때 친구 둘이 성안마을에 살아서 몇 번 놀러 간 적이 있습니다.
엥선생: 그 친구분들과 지금도 만나고 계신가요?
이만우 작가: 지금은 만나지 못하고 있고, 타지에 산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엥선생: 성안마을과 관련된 사진 자료는 갖고 계신지요?
이만우 작가: 아니오, 없습니다.
엥선생: 그럼, 어디에서 성안마을 자료를 구하셨는지요?
이만우 작가: 지인들의 도움과 어릴 적 기억에 남은 잔상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몇 번의 대화가 오가면서 대부분의 궁금증이 풀렸다. 성안마을이 사라지고 나서 그곳을 찾지 않았던 나 자신을 얼마나 자책했는지 모른다. 그 앙금을 이만우 작가의 그림을 통해 어느 정도 덜어내고 작가의 추억과 기억을 빌어 내 추억과 기억의 텅 빈 공간을 채울 수 있었다.

2018년 사진을 찍어 둔 공주한옥마을 신토관 전경
▲2018년 찍어 둔 공주한옥마을 신토관 전경 사진

2018년 作
▲공주한옥마을 신토관 Ⅰ, 26.7×41.7cm 종이 위에 watercolors, 수성펜 2018

2019년 作
▲공주한옥마을 신토관 Ⅱ, 26.7×41.7cm 종이 위에 watercolors, 수성펜 2019

'(공주 한옥마을 그리기) 추억의 새순' 展에는 총 27점의 작품이 전시되었다고 한다. 우리 한옥이 주변 경관과 어우러져 풍기는 정감 있는 모습을 수성펜을 사용하여 한껏 묘사하고 있었다. 그 작품 중에는 필자가 이전에 둘러보고 사진에 담아온 한옥마을의 풍경도 보여 반갑기 그지없었다.

고마관에서
▲고마관에서 바라본 공주한옥마을 Ⅱ, 25×39.2cm 종이 위에 watercolors, 수성펜 2019

눈 내린
▲눈 내린 공주한옥마을 고마관, 21.3×29cm 종이 위에 watercolors, 수성펜 2019

주렁주렁 감이 매달린 풍경과 흰 눈으로 뒤덮인 풍광이 그려진 작품 앞에 서니 이만우 작가는 공주한옥마을을 오롯이 자신의 기억에 담기 위해 수차례 이곳을 다녀갔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같은 대상일지라도 보는 각도나 때에 따라 천차만별의 모습이 드러난다는 것을 아는 나이가 된 덕분에 작품 안에서 놓칠 뻔한 작가의 열정과 수고를 매만질 수 있었다.

2019년 5월 16일(목),
▲포정사 문루, 2019년 5월 16일(목)에 찍은 사진이다

포정사 문루 21.6
▲포정사 문루, 21.6×40.7cm 종이 위에 watercolors, 수성펜 2018

이만우 작가의 '(공주 한옥마을 그리기) 추억의 새순' 展을 다녀온 며칠 뒤 짬을 내어 공주한옥마을을 찾았다. 늘 정면에서만 바라보던 선화당 포정사 문루를 이만우 작가의 시선에서 바라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셀 수도 없을 만큼 보아왔던 곳인데. 이 낯선 느낌은 뭐지?' 이제까지 느껴보지 못한 생소한 육감에 어리둥절해서 하면서도 그 경험이 그리 싫지 않아 일전에 감상했던 이만우 작가의 시선에서 공주한옥마을 다시 살피고자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

버들피리 부는 남매
▲버들피리 부는 남매,  2019년 5월 16일(목)에 찍은 사진이다

버들피리 부는 남매
▲버들피리 부는 남매, 23×41cm 종이 위에 watercolors, 수성펜 2019
 
공주한옥마을 한 바퀴 '빙' 돌아 나오면서 "사람들이 너무 모르더라고요. 한옥마을을…" 이번 전시작의 작업 동기를 이렇게 전하던 작가의 변(辯)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필자에게 있어 공주한옥마을은 사진이 예쁘게 찍히는 곳, 먼 곳에서 온 이들은 머물다 가는 곳이었다. 그런데 장독대며 굴뚝이며 사립문을 마주할 때마다 가물가물한 기억 저편에서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나가는 추억을 곱씹게 되었고, 전시 제목 '(공주 한옥마을 그리기) 추억의 새순'은 작가의 시점이 아니라 관람객들이 그림을 통해 잊고 있던 추억을 상기하길 바라는 작가의 속내에서 정해진 것은 아닐까 반문하게 되었다.

'젊은이는 앞날을 내다보고 살고, 나이 든 이는 지나온 날을 되돌아보고 산다'고들 한다. 내심 후자에 속하고 싶지 않아 발버둥치며 청춘을 보내왔고, 더는 빼도 박도 못하는 인생의 뒤안길에 선 지금, 지혜로운 삶의 샘을 파고 후회 없는 '추억의 새순'을 틔우도록 자극을 준 이만우 작가의 작품 한 점 한 점마다 빠알간 장미를 선사하고 싶다.

이만우 개인전, '(공주 한옥마을 그리기) 추억의 새순' 전  
전시장: 이미정 갤러리, 충남 공주시 감영길 12-1(매주 월요일 휴관)
전시기간: 2019년 5월 8일(수)~5월 21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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