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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소통의 공간이었을 우물터에서 백제를 느끼다

부여읍 구아리 우물 유적터와 성왕(聖王) 동상

2019.05.11(토) 13:29:56 | 황토 (이메일주소:enikesa@hanmail.net
               	enikesa@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부여군청 가까이에는 잘 정돈된 아담한 공원 같은 곳이 있다. 팻말로 서 있는 글을 보니 백제시대 우물이 있던 유적터로 충청남도 기념물 제88호이다

글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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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여 구아리 백제 유적(우물)의 내용을 알리는 글

"天王(천왕)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기와 조각이 나와 천왕지터로 추정해왔다. 발굴한 결과 백제시대 우물 2기가 남북방향으로 배치되어 있는 것이 밝혀졌다. 북쪽 우물의 평면은 방형(方形)이고 깊이는 270cm이다. 깊이 70cm 정도 되는 남벽에 4각 홈통을 설치하여 다른 우물과 연결하였다. 우물 아래쪽 반은 자연석으로, 위쪽 반은 다듬은 돌로 쌓았다. 남쪽 우물도 평면은 방형이고 깊이는 270cm인데 위에서 아래로 90cm까지는 판자를 ‘우물 정(井)’자 모양으로 4단을 짜맞추고 아래쪽은 다듬은 돌로 쌓았다. 북벽에는 북쪽 우물과 연결되는 나무 홈통을 두었다. 우물에서 많은 기와류와 토기, 수막새, 목재 방추차 등 생활용구가 출토되었다. 백제시대의 생활상과 건축술의 연구에 중요한 자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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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한 공원처럼 보이는 구아리 우물 유적터가 네모칸 모양으로 둘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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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을 중심으로 생활했던 생활 유적을 엿볼 수 있는 터, 이곳에 있던 우물은 백제가 패망하면서 함께 폐쇄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우물’은 여성들, 특히 어머니들의 삶과 관계가 깊다. 두레박, 물통, 물지게 등 초·중등시절, 부엌 한 구석엔 나와 동생이 들어갈 정도의 물 항아리가 있었다. 부모님은 그 항아리에 물을 채우느라 동네 우물터를 자주 오갔다. 세월이 흘러 생각해 보니 그 시절 우물가는 동네 어머니들의 힐링과 정보의 공간이었다. 물을 긷고 김치거리 채소를 씻으면서 밤새 일어난 소식들을 주고 받으며 이야기들이 풀어지는 곳. 아이들은 그 옆에서 장난치며 놀았다. 지금이야 주방에서 물을 사용하는 게 너무 당연하다 싶지만 내 기억으로는 불과 45년 전만 해도 집 담벼락에 물지게가 걸려 있었다.

마을의 공동체를 더 실감나게 했던 곳. 하고 싶은 이야기를 사이다처럼 속 시원히 하는가 하면 누구의 뒷담화로 수군대기도 하는 곳. 오해와 이해, 사실과 진실이 교차되며 소문이나 정보의 처음 장소가 되기도 했던 우물터는 우리네 생활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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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아리 우물유적터 안에 걸려 있는 펼침막, 5월 11일(토) 구드래둔치에서 열리는 '부여읍민 화합한마당 체육대회'의 글 

부여를 걷다 보면 어디를 걷더라도 지금 이곳이 아직 밝혀지지 않은 또 다른 유적이 있는 곳은 아닐까 싶을 정도다. 발굴과 연구가 계속 되는 곳. 부여는 위협적으로 다가오는 고층 건물이 눈에 띄지 않는다. 어쩌면 발굴이 계속되어야 하기에 개발에서 늦춰지는 지역일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아담한 집들과 마주치는 사람들의 느긋한 사투리에서 평안함을 느끼는 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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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의 깃발이 원형교차로에 둘러 있고 성왕의 동상은 나무에 가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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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성왕 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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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모습으로 보이는 백제 성왕의 동상  

부여군청 옆에는 보건소가 있다. 근처 도로 중심의 원형교차로에는 앉아 있는 백제 성왕(聖王)의 동상이 보인다. 백제의 왕 중에 왜 성왕의 동상으로 정했을까. 성왕은 523년 부왕인 무령왕의 뒤를 이어 26대 왕으로 즉위한다. 그는 538년, 왕실의 권위 회복과 왕권 강화를 위해 지금의 공주인 웅진에서 사비천도를 단행한다. 외교와 국방, 관제정비 등 강력한 통치질서를 확립한 왕으로서의 상징성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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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피어 화사한데 먹다 남긴 음식물과 쓰레기, 그리고 그 옆의 고양이 

백제 우물터가 발견된 부여 구아리 유적터. 백제시대 당시 분위기를 확 깨는 한 장면이 옥에 티처럼 포착된다. 벤치가 놓인 곳에 사람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 냄새를 맡고 길고양이가 어슬렁거린다. 천 년이 훨씬 넘어 플라스틱 물건에 음식을 담아 먹거나 귀한 밥을 버리기도 한다는 걸 백제 사람들은 상상이나 했을까. 내가 버린 쓰레기가 다른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 않는지 행사와 이동이 잦은 5월에 한 번쯤 되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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