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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보이지 않는 '경제의 손'을 찾아준 배움터!

공주농협 농산물 공판장 (共販場) 방문기

2019.02.20(수) 09:28:17 | 엥선생 깡언니 (이메일주소:jhp1969@naver.com
               	jhp1969@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공주농협 본점(2
▲ 공주농협 본점(2층)과 농산물 공판장(1층) 전경

공주산성시장은 1937년 2월 27일 개설되어 8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그리고 1973년 10월 21일, 공주산성시장이 위치한 산성동 187-19에 공주농협(본점) 종합청사가 새로 지어지고, 그로부터 일 년 뒤인 1974년 10월 19일에는 공주농협 농산물 공판장의 개장 업무도 시작된다. 여기서 '공판장(共販場)'은 공동 판매장을 줄여 이르는 말로 여러 동업자가 함께 모여 판매하는 도매시장을 말한다.

공주농협 농산물 공판장

2019년 1월 1일부터 오전 경매와 토요 경매가 없어지고 저녁 경매만 진행된다는 소식을 듣고, 정월 대보름을 앞둔 공주농협 농산물 공판장의 풍경이 궁금하여 2월 15일(금)에 공주농협 농산물 공판장을 찾아가 보았다. 서울 가락농수산물종합도매시장이나 양재동 화훼 공판장처럼 많은 사람이 복닥대는 치열한 삶의 현장을 떠올리고 찾았건만, 예상과 사뭇 다르게 너무 한산해서 내심 큰 충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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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농협 농산물 공판장에 일정 금액을 예치하고 개인 또는 농협, 작목반, 영농조합 등에서 출하한 농산물을 사들여 소매를 할 중도매인들은 본격적인 경매에 들어가기 전, 이날 공판장에 반입된 농산물의 신선도와 품질을 꼼꼼히 살피고 있었다. 저녁 6시가 되자, 드디어 농산물 경매가 시작되었다. 마이크를 잡은 경매사는 농산물을 사갈 중도매인들에게 중량과 시작가(價)를 먼저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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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가 시작되자 미리 점찍어 둔 농산물을 낙찰받기 위해 중매인들의 양보 없는 경쟁이 시작되었다. 공주농협 농산물 공판장은 거래 규모가 그리 크지 않다 보니 전자식 경매법을 채택하지 않고 있다. 중도매인들은 (거수) 수지법으로만 경매를 하고 있었다. 낮은 가격에 질 좋은 농산물을 사들이기 위해 경쟁 중인 중도매인들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자니 알 수 없는 수신호로 의사소통을 하는 장면이 신기하고도 신기할 따름이었다.

낙

중도매인들은 왜? 종이박스를 찢어서 들고 다니는지 궁금점도 생겨났다. 거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하나는 경매가 진행될 때 다른 중도매인에게 제시가(價)를 들키지 않기 위한 방어책이었고, 또 다른 이유는 메모장을 대신하기 위함이었다. 가까이 다가가 들여다보니 뒷면에 매수한 농산물에 대한 상세 정보가 조목조목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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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농협 농산물 공판장을 찾았을 때 가장 먼저 경매된 작물은 '오이'였다. 포장 상자에 공주시의 고유 브랜드인 '고맛나루' 이름을 달고 있는 오이는 전국적으로 품질 좋기로 소문난 우성면에서 출하한 보증수표 같은 상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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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에도 2월 18일 작은 보름과 19일 정월 대보름을 앞두고 있어서 삶은 고사리, 호박고지, 더덕, 도라지, 시래기 등의 나물류 식자재가 눈에 띄게 많았다. 공주 특산물인 알밤을 비롯한 땅콩, 호두 등의 견과류도 많은 양이 반입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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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 영향인지 시설재배 상품이 대세인 까닭인지 정확지는 않지만, 묵은김치에 물린 입맛 돋우는 겉절이로 딱인 봄동이며 솎은 열무가 보였다. 한겨울 들판에서도 캘 수 있었던 냉이는 작은 보름날 황태를 잘게 찢어 콩나물과 두부, 부추를 넣고 함께 끓이면 시원한 국물 맛이 그만일 테고, 정월 대보름날 흰쌀밥에 달래장 만들어 특식을 마련하실 분들은 쪽파 구매를 어김없이 약속할 테니 중도매인들의 경쟁은 시간이 지날수록 격해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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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낙 요즘은 직거래 장터가 생산자와 소비자의 거래 창구로 일반화되어 있고, 인터넷 쇼핑과 홈쇼핑 등 매매처도 다변화되어 있다. 게다가 2월은 노지 작물이 됐든 시설재배 상품이 됐든 출하 작물이 많을 시기는 아니어서 경매는 30여 분 만에 끝나 버렸다. 중도매인들은 각자 사들인 농산물의 수량과 품목을 확인하고 자전거, 오토바이, 트럭에 싣기 시작했다. 다음 수순은 소매상과 식당, 반찬가게, 학교 등지의 대량 소비처로 나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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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농협 농산물 공판장을 방문한 날 가장 눈에 띈 분은 24번 중도매인이셨다. 공주산성시장에서 농산물 도소매업을 하고 계시다고 한다. 장사 수완이 얼마나 좋으신지 "나는 300원씩밖에 이문이 안 남아. 잘 사는 거야. 마늘이 너무 좋잖아~." 어쩌고저쩌고 몇 마디 건네시더니 매수한 육쪽마늘을 그 자리에서 웃돈 얹어 다른 중도매인에게 넘기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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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농협 농산물 공판장을 방문한 다음 날은 공주 오일장이 서는 날이었다. 공판장 바로 인근에는 전날 만나 뵌 중도매인들이 상권을 형성하고 있는 골목이 있다. 2월 16일(토), 이 골목뿐만 아니라 장터 곳곳의 판매대에는 소포장 된 농산물이 올라앉아 있었다. 농산물 유통 단계의 일부 과정을 지켜본 다음 날이어서인지 식탁에 오늘 오이 한 개, 호박 한 덩어리가 그리 소중해 보일 수가 없었다.
 
【방문 후기】공주산성시장은 구한말 공주부 내의 정기시장에서 2019년 문화관광형시장으로 육성되고 있는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일정한 시간 간격을 두고 상권이 바뀌고, 시설이 현대화되는 과정을 거쳐왔다. 새로운 형태의 시장으로 거듭날 때마다 생업을 저버리고 떠나야만 하는 이들이 생겨날 만큼 험난한 고비를 맞아왔다. '콕' 집어 말할 수 없지만, 2019년 공주농협 농산물 공판장을 둘러보고 나니 또다시 그 변화의 시기가 도래했음을 예감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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