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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이렇게 사람 많은 대목장은 10년 만일세~

공주 설대목장 풍경

2019.02.01(금) 21:50:11 | 엥선생 깡언니 (이메일주소:jhp1969@naver.com
               	jhp1969@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2월이 시작되는 첫날, PC를 켰고 포털사이트에 접속했더니 검색어 상위권에 '전통시장 장 보기'가 올라와 있었습니다. 대구, 전남, 음성, 제천, 칠곡 등지의 설맞이 오일장 풍경이 생생하게 전해지고 있었습니다. 설 대목장이 서는 2월 1일, 공주시 공무원들이 설을 맞아 산성시장과 유구 전통시장에서 장보기 행사를 했다는 뉴스도 실려 있었습니다. 명절을 앞두고 경기를 체감하며 소상공인들과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시간을 갖기 위한 행사였다고 합니다.

인산인해를
▲ 인산인해를 이룬 공주 설대목장

올 설 대목장으로는 마지막이 되는 이날 필자 역시 공주 오일장에 제수 거리를 마련하기 위해 발길을 옮겨봤습니다. 풍문대로 오일장에 나오신 분들이 많았습니다. 공주산성시장에서 10년간 장사를 해 왔다는 금은방 아저씨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10년 만에 처음 본다. 설 대목장에 사람 이렇게 많은 거." 특별한 홍보나 이벤트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전통 시장에 이렇게 사람들이 몰렸다는 희소식을 직접 들으니 이유 없이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반가운 각설이
▲ 반가운 장터 각설이

가위 치는 소리가 요란하여 따라가 보니 감사 세일 중인 정육점 앞에 피에로 분장을 한 각설이가 엿장수 가위를 들고 장단을 맞추고 있었습니다. 육고기 살 손님들 이목 끌 목적으로 초빙한 분인가 봅니다. 대성공인 듯합니다. 가게 앞에 차례를 기다리는 손님들이 죽~서 계십니다.

쌈
▲ 쌈짓돈을 꺼내는 손님

좋은 구경 거저 듣고 보기 미안했던지 할머님 한 분이 쌈짓돈을 꺼내 엿가락을 사 가십니다. 정육점과 엿장수 팀의 윈윈 전략이 성공적으로 보입니다. 덕분에 필자야말로 기분 좋게 장보기를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미국산 목전지도 팔아요.
▲ 미국산 목전지도 팔아요.

다른 골목으로 들어서니 양념까지 재워 고기를 파는 정육점이 보입니다. 돼지갈비는 국내산인데, 돼지 목심과 앞다릿살(=전지)을 함께 가공한 목전지는 미국산을 쓰고 있었습니다. 이제 예전 같지 않아서 수입육에 거부감을 느끼는 분이 적어서 원산지를 속여 파는 상인들은 안 계신 듯합니다.

러
▲ 러시아산 통명태와 제사포

얼마 전 올해 그 귀하다던 명태가 동해안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었었습니다. 장에는 통명태가 됐든 제사포가 됐든 러시아산이 활개를 치고 있었는데, 내년에는 국산 명태 맛 좀 볼 수 있으려나 모르겠습니다.

연산 대추도 팔아요.
▲ 연산 대추도 팔아요.

알밤 하면 공주, 곶감 하면 상주, 대추 하면 연산이죠. 그 연산 대추도 공주 오일장 대표 제수 거리로 판매대 위에 올라앉아 있습니다.

겨울에 참외가 장에 나왔어요.
▲ 겨울에 참외가 장에 나왔어요.

며칠 전, 나이 어린 조카가 갑자기 참외가 먹고 싶다며 생떼를 써서 애를 먹은 일이 있었습니다. 날이 더워져야 먹을 수 있다며 달랬었는데, 공주 오일장에서 몇 달은 기다려야 먹을 수 있는 참외를 발견하고 헉(?) 놀랬습니다. 3개 8000원에 비싼 몸값을 자랑했지만, 마트에서도 못 보던 참외를 전통 시장에서 발견하다니.... 졸지에 거짓말쟁이 되고 말았습니다. 설 대목장이어서인지 없는 것 없이 다 있는 것 같습니다.
한참 장보기를 겸해서 장 구경을 하고 있자니 시장에 나오는 물품들이 이제는 국적을 가리지 않고 팔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계절도 따로 없는 듯합니다.

메주도 팔아요.
▲ 메주도 팔아요.

전통문화로 선정될 만큼 요즈음 전통 방식으로 된장, 간장, 고추장을 집에서 담아 먹는 가정이 드문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도 여전히 그 수고스러운 일을 하는 집들이 있고, 우리 전통 먹거리를 대표하는 '장(醬)'은 정월에 담근 장을 으뜸으로 치지요. 설 지나면 바로 주부들의 치러야 할 일이 될 터이니 설 명절 제수 거리와는 거리가 먼 데도 이렇게 잘 띄운 메주가 짚에 엮인 채 장터에 나와 있나 봅니다.

봄
▲ 봄꽃을 기다리는 손님이 계십니다.

올겨울은 심한 추위 없이 지나갈 것 같지요? 그래서인지 몰라도 서둘러 시절을 앞서고자 하시는 분들도 목격되었습니다. 때 이른 꽃 묘목을 찾으시는 손님에게 주인이 "다음 장에 더 이쁜 걸로 꼭 갖다 놓을게." 이렇게 전하고 있었습니다.

정이 넘
▲ 친구와 함께 하니 더 좋은 장터구경

전통 시장의 오일장에 나오면 절대로 손해 보는 거래는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구수한 상인들의 입담이며, 각 고장의 대표 먹거리를 사지 않고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니 말입니다. 게다가 함께 장 구경을 나오셨는지 아니면 우연히 장터에서 만나 뜨끈한 어묵 국물을 나누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정겨운 장면을 늘 목격하게 되니 전통 시장의 매력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설 명절에 정과 함께 오고 가는 선물처럼 설 대목장은 감사하게도 온갖 호사를 누리게 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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