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 춥지 않았던 겨울, 미세먼지로 겨울답지 않은 겨울을 보냈다 싶은데 어느새, 대한도 지나고 입춘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오랜만에 걸은 공주 제민천은 햇살 가득 머금고 청아한 물소리는 봄을 성큼 앞당기는 것 같다.
길을 걷다 보면 봄을 알리는 글귀가 많이 있다. 나태주 시인의 '봄소식'은 소소한 일상의 작은 풍경에서 봄을 발견할 수 있다. 아름다운 글귀는 제민천을 걷는 내내 머릿 속에 머물며 풀꽃 하나 그리게 된다.
작은 풀꽃은 길가에 조촐하게 자라 허리 굽혀 바라봐야 자세히 보인다. 다른 풀들이 자라기 전에 생존경쟁으로 순박하게 꾸미지 않은 작은 꽃. 그 꽃을 가장 아름답게 글로 표현한 분이라면 공주의 나태주 시인이다.
공주 구도심, 풀꽃 문학관이 있는 반죽동은 하숙마을, 반죽동 당간지주, 기독교 박물관, 제민천, 공주역사영상관, 벽화거리, 공주영상 이미정갤러리 등 도보여행하기 좋은 곳이다. 풀꽃문학관은 적산가옥을 개조하여 문학관으로 이용되고 있다. 별로 올라오지 않았는데 문학관 앞에 서면 앞이 탁 트여 구도심이 내려다보인다.
풀꽃 문학관 바로 옆에 있는 집도 옛집을 떠올리는 대문과 계단... 친근감과 따스함이 느껴지는 풍경이다. 역시, 세월이란 옷만큼 따뜻한 옷은 없는 것 같다.
적산가옥이라 자연스럽게 창으로 둘러싸인 문학관 외관도 눈여겨봐진다. 풀꽃 표시석, 시가 곳곳에 적혀 있다. 마당에 다양한 풀꽃이 심어져 있는데 금방 새손이 올라올 것이다.
문학관에 들어서면 안내하시는 분이 반갑게 맞이해주신다. 나태주 시인이 계시는 날은 운이 좋은 날이다. 안타깝게도 복도 등은 목조라 난방이 안되어 설렁하다. 조금 오래 머물고 싶지만, 추워서 오기 전의 마음과 달리 서두르게 된다.
풀꽃시인 나태주 시인은 공주사범학교를 졸업,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대숲 아래서' 등단하여 봄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대표 시인이다.
풀꽃을 주제로 다양한 형태의 작품이 가득한 방~ 가장 눈에 띄는 건 나태주 시인이 직접 그리고 적은 풀꽃 병풍이다. 가장 많이 알려진 풀꽃,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일상 속, 에너지가 느껴지는 글이다.
시가 인기 있는 만큼 많은 사람이 시를 적어 보내온 공예품으로 올 때마다 더 늘어나는 것 같다.
얼마 전 인기리에 종영된 미스터 션샤인에도 시인의 글이 나왔는가보다. '가슴 속엔 조그만 사랑이 반짝이누나' 사랑을 시작하기 시기에 딱 어울리는 글귀이다.
또 다른 방은 나태주 시인의 시집이 전시되어 있으며 구입도 가능하다. 요즘 가장 인기있는 시집은 남자친구에서 잠시 나와 다시 알려진 '꽃을 보듯 너를 본다'이다. 인터넷이나 블로그 등에 자주 오르내리는 시만 모은 베스트 시집 모음으로 독자의 의견으로 만든 책인 셈이다.
'꽃을 보듯 너를 본다.' 우리가 바라보는 세상도 각박하지 않고 꽃처럼 아름다우면 얼마나 좋을까? 계절의 변화가 있다는 건 참 고마운 일이다. 풀꽃 문학관에서 마음의 풀꽃을 만나고 나니 곧 다가 올봄이 더 기다려진다. 큰 절을 하고서야 만날 수 있는 풀꽃, 자세히 오래 보아야 예쁜 풀꽃을 빨리 만나고 싶어 진다.
공주풀꽃문학관 ☎041-881-2708 공주시 봉황로 85-12
운영시간: 하절기(10:00~17:00), 동절기(10:00~16:00)
휴관: 매주 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