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언제와도 예쁜 곳, 가을 더 없이 예뻐
가을은 참 좋다. 좋은 만큼 계절이 참 짧게 느껴진다. 가장 절정일 때 그 곳을 찾으면 정말 좋겠지만, 멀리서 시기를 맞추기란 쉽지 않다. 아산여행을 계획하면서 꼭 가보고 싶은 곳, 가을사진찍기 좋은 공세리성당이다. 성당은 충남기념물 제144호로 아산만과 삽교천을 잇는 공세리 언덕 위에 자리잡고 있다. 1894년에 설립되었으며 현 건물은 초대 드비드신부가 직접 설계하여 1922년에 완공하였다. 아름다운 공세리성당은 모래시계, 신부수업, 아이리스, 태극기 휘날리며 등 영화 촬영지로 유명하다.
평일에 찾은 공세리성당은 비교적 한적한 편이었다. 주차 후 좌측에 공세리의 역사만큼 묵은 느티나무 한그루가 맞이한다. 멀리 보이는 건물은 예수의 마음 피정의 집으로 신앙을 성숙시키는 교육의 장소로 예수 성심상이 두 팔을 펴고 반기고 있다. 곧장 오르막을 오르면 성당이 있다.
좌측으로 내려올 때 잠시 쉴 수 있는 공간이자 십자가로의 길이 이어지는 기도길이 있다. 성지가면 대체로 철쭉이 많은데 공세리성당 역시 봄이면 철쭉동산으로 아름다울 것 같다. 철쭉의 꽃말이 사랑의 즐거움, 사랑의 기쁨으로 '은근, 끈기, 풍요'를 상징, 봄이 주는 풍요로움을 일찌감치 누릴 수 있는 꽃이라 많이 심는가 보다.
▲십자가로의 길
순백의 마리아 상 뒤로 흰 배롱나무꽃이 아직 남아 있었다. 꽃이 활짝 폈을 때 마리상과 한폭의 그림같은 풍경이었을 것 같다.
나무 아래는 맥문동 꽃이 아직도 피어 생생하게 다가온다. 두 손곱게 합장하고 있는 마리아상은 믿는 종교와 상관없이 경건하게 고개가 숙여진다.
아직 단풍이 들지 않아 조금 아쉽긴 하지만, 싱싱한 향기에 절로 심호흡이 일어난다. 나무의 호흡을 상상하며 올려다보니 나무의 기분이 전해진다. 가을의 따스한 햇살과 싱그럽게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우수수 잎이 떨어지고 있었다면 얼마나 환상적일까?
성당 옆의 보호수는 둘레기 5.5m로 사방으로 가지를 뻗고 있어 웅장하다. 과거 공세곡창지로 알려진 이곳은 조선 성종9년(1478)에 세곡 해운창을 운영하다 중종 18년(1523) 80칸의 창고를 짓고 충청, 전라, 경상도에서 거둔 세곡을 이곳에 집합하였다고 한다. 지금은 상상이 안가지만 항구가 있어 조운선 15척을 이용하여 500리 물길을 따라 서울로 곡식을 올렸다. 당시 세곡 상,하역하던 사람들의 휴식처로 성곽 주위에 나무를 심었는데 그중에 한 나무라고 한다, 영조38년(1762) 해운창 폐지로 이곳 조창도 폐지되었지만, 이 나무는 천주교 성전과 함께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오가는 사람들을 사로 잡으며 계절마다 다르고 누구와 함께 보느냐에 따라 또 다른 감흥을 불러 일으키는게 풍경이다. 햇볕의 움직임에 따라 조금씩 움직이는 그늘의 움직임도 오늘은 느끼고 간다. 그만큼 조용한 시간에 공세리를 찾아 좋았다.
은행이 물들면 정말 아름다운 공세리 성당, 한바퀴 돌며 사진 담는 사이에 성당의 예배가 끝났는지 일제히 쏟아져 나온다. 살며시 성당내부를 드려다보았다. 사진촬영금지 표시를 잘 지키고 마음으로 내부를 담아보았다. 나오는 길, 수녀님과 어르신의 뒷모습이 무척 따뜻하게 느껴져 살며시 담아보았다. 도시는 속도가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아산 공세리는 찾아올 때마다 그대로의 모습으로 느긋함을 허락하고 있어 좋다. 가을 바람이 맑은 날, 다시 찾고 싶다.
공세리성당 ☎041-533-8181 충남 아산시 인주면 공세리성당길 10 ( 인주면 공세리 19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