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폭염을 견디고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여름꽃은 그리 많지 않다.
대표적인 꽃이 연꽃, 수국, 배롱나무 꽃을 들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여름 내내 푸르름 속에서 유독 붉은 빛깔을 토해 내는 배롱나무 꽃은 여름을 대표하는 꽃이라 할 수 있다. 목백일홍, 간지름나무라고도 불리는 배롱나무는 가지마다 꽃을 가득 달고 백일동안 꽃을 피워내고 있다.
특히나 배롱나무는 우리 한옥 건축물과 잘 어울려 100년 이상의 노거수를 고택이나 사찰, 서원, 향교에서 만나 볼 수 있다.
▲ 개심사의 배롱꽃나무
▲ 문수사의 배롱나무
전국의 명소로는 안동 병산서원, 달성 하목정, 경주 기린사, 군산 옥구향교, 화순 만연사, 고창 선운사를 들 수 있으며, 충남에도 서산 개심사, 문수사, 당진 충장사, 공주 신원사의 노거수를 만날 수 있다.
▲ 안동 병산서원 전경
오늘은 천년고찰 서산 개심사의 두 그루 배롱나무를 소개하기로 한다.
개심사 배롱나무는 종각아래 연못에 한 그루, 명부전 옆에 한 그루가 오랜 세월동안 풍상을 견뎌내며 자리를 지키고 있다.
두 그루의 배롱나무가 여름철 개심사의 아름다운 분위기를 만들고 있으며, 특히나 연못 위 배롱나무는 종각과 어우러져 한 폭의 풍경화를 연상시키며 개심사를 찾는 관광객들의 땀을 식히는 시원한 휴식 공간이 되기도 한다.
배롱나무는 성장하면서 꽃이 필 무렵 줄기 표면이 터지면서 껍질을 벗는다.
매끈한 피부를 살살 문지르면 가지가 흔들리는 것 같이 보인다 하여 간지름나무라는 별병도 가지고 있다.
수령이 오래 될수록 줄기와 나뭇가지가 울퉁불퉁 뒤틀림이 더해져 강직한 기상과 강렬한 꽃의 빛깔과 벗에 대한 그리움, 탈속, 절개를 상징하는 꽃으로 오랜 세월동안 선비들이 사랑한 꽃으로 알려져 있다.
▲ 개심사 종각과 어우러진 배롱나무꽃
▲ 배롱나무 아래서 휴식을 취하는 관광객
▲ 용트림 하듯 울퉁불퉁한 배롱나무 줄기
▲ 연못을 수놓은 배롱나무 꽃잎
▲ 개심사 명부전 옆의 배롱나무
어렸을 적 어머니께서 말씀해 주신 기억에 의하면 이 배롱나무는 원망의 꽃이기도 했고 희망의 꽃이기도 했다고 한다. 곡식이 귀한 시절, 이 꽃이 져야 가을 곡식을 수확하게 되는데 피고지고를 반복하는 기간이 길어 배롱나무를 원망하게 되고, 또 꽃이 지고나면 햇곡식을 수확한다는 희망의 꽃이기도 했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다.
아무튼 무더위를 이기며 백일동안 꽃을 피워내며 일상에 지친 많은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많은 전설을 이야기하는 배롱나무는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