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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꿈꾸는 서민들의 멈추지 않는 삶의 터전

공주 산성시장에서 만난 70대 신인 '우평남' 화가

2018.08.05(일) 14:58:06 | 엥선생 깡언니 (이메일주소:jhp1969@naver.com
               	jhp1969@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꿈꾸는서민들의멈추지않는삶의터전 1▲ '놀부식당' 가는 길

'금산인삼' 집 앞에서 얘기 중인 시장 이모님들께 아직 산성시장에 남아 있다는 '장터갤러리' 작품 2점의 행방을 물으니 '놀부식당'에 가면 알 수 있다는 정보를 주신다. '금산인삼' 집 옆으로 난 골목에 들어서니 정보를 주신 '은희식당' 이모님 댁 맞은편에 범상치 않은 상호 '놀부식당' 간판이 보인다.

꿈꾸는서민들의멈추지않는삶의터전 2▲ '놀부식당' 내부 모습

테이블 6개의 작은 식당 안에는 취기가 약간 오른 남자 손님 두 분과 안주인이 계셨다. 안주인께 식당을 찾은 이유를 말씀드리자 방금 출타하신 바깥 사장님께 전화 연락을 넣어 주셨다. 잠시 바깥 사장님을 기다리는데, 손님 중 한 분이 필자의 손에 들린 카메라를 보더니, "내가 ○○중학교 선생인데, 부탁 한 가지만 합시다." 운을 떼셨다. 공주 시내에 소재한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이 암에 걸렸는데, 다문화가정 학생이고 부모님이 이혼하여 베트남 출신의 엄마와 단둘이 어렵게 살고 있으며 형편이 좋지 못해 수술비 마련이 어렵다는 사정 이야기였다. 공주교육지원청에서 교직원들이 십시일반 모은 성금을 전달했는데, 치료비가 모자라고 아직 이 소식을 모르는 사람이 많은 듯하여 도움을 청한다고 몇 번을 강조하셨다.

힘없는 필자는 공주시에 민원을 넣었고, 얼마 전 공주시 보건소 건강과 방문보건팀으로부터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이미 공주시에서도 '암 환자 의료비 지원' 대상자로 선정하기 위해 2018년 5월 30일 소득재산 조사를 했다고 한다. 현재 소득재산 조사 결과로는 2인 재산액이 기준을 넘어 최대 3000만 원까지 받을 수 있는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수술비와 치료비 모금액이 재산으로 합산된 게 아닌가 싶었다. 공주시에 또 한 번 사실 확인을 요청해 봐야겠다. '놀부식당'에서 이웃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자 하는 의인 한 분을 먼저 만났다.

2017년 이미정갤러리 전시 팸플릿과 공주시정지 표지 ▲ 2017년 '이미정 갤러리' 전시회 팸플릿과 공주시정지 '흥미진진 공주' 표지(오른쪽은 작품명 '나의 고향 공주'로 황토를 입힌 삼베를 붙여 작가가 평생 살아온 공주의 공간을 꾸밈없이 표현하였다.) 

잠시 후 바깥 사장님이 '놀부식당'으로 들어오셨다. '놀부식당' 벽면 가득히 걸린 그림이나 팸플릿이 예사롭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던 데다 헌혈을 447번이나 하셨다는 ○○중학교 선생님으로부터 '놀부식당' 바깥 사장님의 정체를 듣고 난 직후였다. 바깥 사장님은 다름 아닌 공주의 70대 신인 '우평남' 화가였다.

2017년 12월 '이미정 갤러리'에서 열린 전시회를 놓쳤다가 공주시 홈페이지에서 '공주시 SNS 서포터즈'의 블로그를 통해 전시회 소식을 접했고, 2018년 2월 공주시정지 '흥미진진 공주' 표지를 장식한 '우평남'화가의 작품을 한 번 더 조우하고는 '우평남' 화가에 대한 궁금증은 더욱 커져 있던 상태다. 그런데 그토록 만나 뵙고 싶었던 분을 공주 산성시장 '놀부식당'에서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만나 뵌 것이다.

놀부식당 안사장님과 바깥 사장님
▲ '놀부식당' 사장님(좌)과 '우평남' 화가(우), 두 분은 부부셨다.

꿈에서조차 상상하지 못할 상황과 맞닥뜨리고 주체할 수 없는 흥분이 겨우 가라앉자 사모님(한사코 기사에 내지 말라 하셔서 성함도 여쭤보지 못해 죄송하다)께서 화가의 길을 걷게 된 남편 '우평남'에 대한 비화를 조곤조곤 소상하게 얘기해 주셨다.

사모님은 산성시장에서 예전에 '광천상회'라고 하는 어물전을 하셨다고 한다. 그때 단골손님 중 한 분이 세계적인 화가 '임동식' 화백이었다고 한다. 산성시장에 슈퍼마켓 형태의 '한독프라자'가 들어서고 어물전 매출이 줄면서 2년 정도 휴식기를 갖던 어느 날, 시장에서 '임동식' 화백과 우연히 만났다고 한다. 안부 인사와 함께 '놀부식당' 개업 소식을 알렸고 '임동식' 화백은 다시 '놀부식당'의 단골이 되셨으며 남편분을 '임동식' 화백에게 소개하게 되었는데, 동갑내기인 두 분은 여러모로 잘 맞으셔서 이후 곧잘 어울리게 되셨다고 한다. 

'우평남' 화가를 소개하는 글에서 곧잘 '농사꾼 예술가'라는 수식어가 붙어 다녀 그런 줄로만 여겨 왔다. 그런데 실상은 농사와 무관한 여러 직업에 종사하셨고, 임동식 화백이 '원골 프로젝트'로 공주시 신풍면에 거주하실 때라 소일 삼아 종종 밭농사를 지으셨다고 한다.

꿈꾸는서민들의멈추지않는삶의터전 3▲ '우평남' 화가의 목공예품 ('놀부식당'에 있는 작품 중 일부이며, 식당 다른 곳과 자택에 다수의 작품이 있다)

우평남▲ 70대 신인'우평남' 화가

'놀부식당' 곳곳에는 손재주 좋은 '우평남' 화가의 목공예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교유(交遊)가 돈독해지자 그 재주를 눈여겨 본 '임동식' 화백이 유화를 그려 볼 것을 제안한다. "내가 무슨 그림을 그려?" 고개를 저어오던 '우평남' 화가는 2016년 드디어 붓을 잡게 되고, '임동식' 화백의 예상대로 소질을 드러내게 된다.

서양화를 전공하고도 설치미술을 고집하던 '임동식' 화백 역시 '우평남' 화가의 권유로 풍경화를 그리게 되었고 화단에 그 존재를 각인시키게 된다.

'놀부식당' 을 찾은 날, '우평남' 화가는 대전시 동부 복합종합터미널 내에 있는 'dtc 갤러리'에서 7월 13일 시작된 전시회〈임동식 80년대 함부르크 시절 드로잉부터 2018오늘까지〉에 '임동식' 화백과 다녀온 길이라 전했다. 이곳에서의 전시는 2016년에 이어 두 번째다. 70대 신인 '우평남' 화가를 언급할 때 '임동식' 화백이 거론되는 것은 숙명과도 같아 보인다. '임동식' 화백의 그림에 '우평남' 화가가 곳곳에 등장하는 것만큼이나.

장
▲ '장터갤러리'에 출품하여 '이미정 갤러리'에 재전시 중인 '우평남' 화가의 작품들

'이미정 갤러리'에 전시된 '우평남' 화가의 작품은 늘 그랬듯 그의 고향인 공주가 화폭에 담겨 있었다. 작가 대부분이 시화를 그려 애송시를 소개했는데 '우평남' 화가는 애창곡 '홍도야 우지마라' 가사를 적어 넣은 그림을 내셨다. '이미정' 관장님으로부터 '우평남' 화가님이 '놀부식당' 앞에서 직접 이 노래를 부르셨다는 귀띔도 들었다. 늘 뒷북만 치다니.......아! 애석하다~

졸부식당
▲ '놀부식당' 앞까지 배웅을 나와주신 '우평남' 화가
 
'우평남' 화가는 슬하에 2남 1녀를 두고 있다. 아버지(우평남 화가)가 그림 그리는 것을 자녀분들이 너무 좋아한다고 한다. 치매 예방에도 좋고, "그림을 그리다 보면 시간이 왜그렇게 시간이 빨리 가는지 모르겠다." 고도 말씀하신다. 집안에 마련된 화실을 궁금해하자 망설임 없이 "당장 가서 보여 줄 수 있지." 선뜻 답해 주셔서 지금까지 그 호의를 잊을 수가 없다. 동거인인 한 분의 허락을 마저 받으면 언젠가 70대 신인화가를 배출한 그 영광스런 공간에도 꼭 입성해 보고 싶다.

정작 '장터갤러리'에 전시됐지만, '이미정 갤러리'에 전시되지 못한 행방이 묘연한 2점의 그림 얘기는 꺼내 보지도 못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쌩하고 쏜살같이  시간이 지나갔다. '우평남' 화가는 황송하게도 '놀부식당' 앞까지 배웅을 나와 주셨다.  

놀부
▲ 공주 산성시장 터줏대감 '놀부식당'의 '우평남'화가는 이 앞에서 '홍도야 우지 마라'를 열창하셨다고 한다.

치열하고 고된 삶의 현장을 응집해 놓은 서민 장터 '공주 산성시장'은 2018년 갤러리라는 새로운 공간으로 거듭났다. 공주 산성시장의 새로운 변화와 서민 장터를 수십 년간 지켜온 '인생극장' 주인공들의 무한 변신은 장터를 찾는 소시민들이 이곳을 다시 찾는 '설렘의 원동력'이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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