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산시 연산면 고정리는 600년 역사와 전통을 지닌 마을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권문세가의 세거지였음 산재되어 있는 문화유적을 보면 알 수 있다. 조선 예학의 태두인 사계 김장생 사당과 묘역, 조선 성종때 좌의정을 지낸 의정공 김국광 사당과 양천허씨 재실 영모재, 영사재, 모선재, 김계휘신도비 등 문화유적이 많이 산재되어 있다. 
  


마을은 논을 양쪽에 두고 쭉 이어져 있으며 마을 입구에 고정리 양천허씨 정려(유형문화재 제109호)부터 만난다. 김장생의 7대 조모로 17세에 남편을 잃자 연산 고정리 시댁으로 돌아와 아들을 훌륭히 키우고 정절을 지키자 조정에서 정려각을 세워주었다. 팔작지붕의 각1칸의 화려한 정각 안에는 '양부허씨지려'라고 음서 되어 있는 명정비가 있다. 


 


좌측으로 연산 영사재가 보인다. 뒤에 사당까지 함께 이어진 멋진 기와의 출렁임이 느껴지며 웅장함이 느껴진다. 이곳을 가기 전에 직진하여 모선재부터 둘러보았다.




모선재(도지정 문화재 자료 제307호)는 김호와 김계휘 두 분을 모시기 위해 자손들이 건립한 재실이다. 처음에는 그냥 고택인 줄 알았는데, 원형이 잘 보존된 모선재는 재실이면서 내부구조를 갖추고 있어 귀중한 건축물 자료라고 한다.




사실, 고정리 문화재들을 찾은 가장 큰 이유는 모선재 좌측에 있는 능소화를 보기 위해서 였다. 다른 계절에 이곳을 두어 번 찾았는데 언젠가 능소화가 피면 꼭 와보리라 했는데 조금 늦은 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올해는 다행히 꽃을 볼 수 있어 좋았다.




능소화도 꽃이 동백처럼 가장 아름다울 때 미련없이 뚝뚝 떨어진다. 바닥에는 능소화 꽃이 가득~ 얼마나 많이 떨어지는지 꽃을 쓸기 위한 빗자루까지 있다. 아름다운 건 순간, 그래도 여전히 너는 꽃이다.
  
  
  

 
배롱나무꽃이 영걸어가고 있는 모선재 옆으로 올라가면 문신 의정공 김국광 사당(향토유적7호)이 있다. 이 사당은 조선 성종 때 좌의정을 지낸 의정공 김국광(1415~1480)의 사당으로 매년 음력 10울 10일과 11월 11일에 제사를 모신다.사당 좌측으로 후손의 저택이 있는데 강아지가 얼마나 열심히 짖는지, 그 소리에 동네 강아지가 일제히 다 짖어대니 정신이 없어 입구만 찍고 얼른 내려왔다. 
  
  
  

▲모선재에서 영사재로 가는 길, 고구마밭
  
  
  

▲영사재
  
영사재는 세종18년(1436)에 출생하여 세조 14년(1468)에 대사간과 병조참판을 지낸 김극뉴의 처 의령남씨를 제향하는 곳이다. 고졸함이 느껴지는 재실은 누군가 사는 것 같아 발걸음이 조심스러웠다.
  
  


영사재 뒤로 구릉 위에 새로 지은 삼문과 건축물들이 있다. 문이 활짝 열려 있어 들어가 볼 수 있다. 이곳에 오르니 조금전에 보았던 영사재를 비롯하여 마을 입구에 있는 양천 허씨 정려누각도 보인다. 비 온 뒤라 자욱한 구름 안으로 파란 하늘이 서서히 드러나는 시간이다.
  
  담 너머로 개망초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그 뒤로 의령 남씨의 모역이 보인다, 묘역에는 묘비를 비롯하여 문인석, 석등, 상석 등이 배치되어 있다. 함부로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풀이 많이 자라 있다.









내려오는 길, 지붕을 넘실거리는 접시꽃이 고운 눈빛을 보낸다. 고정리 마을은 여전히 아날로그적인 풍경을 간직하고 있다. 그래서 언제 찾아도 고향 같은 느낌이다. 내년, 능소화가 절정일 때 또 한번 마을을 찾을 것 같다. 아마, 그때도 지금의 모습일이지 않을까?
 
 
고정리 양천 허씨 정려 논산시 연산면 고정1길 32
모선재 논산시 연산면 고정1길 34-15
영사재 논산시 연산면 고정1길 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