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물 제1746호 노강서원
퇴근을 앞두고 직장 동료 분으로부터 한 권의 책을 선물 받았습니다. 논산시 문화관광과에서 편찬한 "논산, 문득 돌아본 곳에서 예를 마주하다"라는 책이었습니다. 600년을 이어온 예학의 기품을 엿보기라도 하듯 책을 펼치니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이대로 귀가할 수 없다는 생각에 표지 사진의 촬영 장소인 노강서원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 논산시 문화관광과에서 편찬한 <논산, 문득 돌아본 곳에서 예를 마주하다>
▲ 노강서원이 위치한 논산시 광덕면 오강리 입구
노강서원은 몇 해 전에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내비게이션을 켜니 논산시내에서 10분 남짓의 거리, 해거름이 길어진 덕분에 카메라를 챙겨 들고 나설 수 있었습니다. 노강서원이 있는 논산시 광덕면 오강리로 가는 길은 드라이브하기에 좋았습니다.
▲ 노강서원 외삼문
오강리 경로당 앞에 주차하고 홍살문을 지나 노강서원 외삼문 앞에 섰습니다. 여느 때 같으면 성큼 들어섰을 테지만 재촉하던 발걸음의 속도를 줄였습니다. 아는 것만큼 보인다는 말을 떠올리며 입구의 안내문을 꼼꼼히 읽고서야 노강서원과 마주했습니다.
▲ 노강서원 전경
보물 제1746호로 지정된 노강서원은 위풍당당한 모습이었습니다. 돈암서원에 비해 규모는 좀 작지만 그래도 예학의 기품이 오롯이 담겨 있었습니다. 날씨가 좋았다면 청명한 하늘과 함께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었을 텐데요. 그래도 아쉬움은 늘 다음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위안이 되었습니다.
▲ 노강서원 내부
노강서원은 문정공 윤황을 추모하기 위해 세운 서원입니다. 대원군의 서원훼철령에도 철폐되지 않은 역사와 지역 유림의 자존감이 깃든 곳인데요. 내부를 들여다보니 아직도 모임을 갖고 있는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었습니다.
잠시 툇마루에 앉아 가지고 간 책을 읽었습니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선현의 학문과 덕행을 이어가는 지역 유림의 모습을 떠올리며 경외감을 마음 깊이 간직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 노강서원 송덕제
퇴근길에 찾은 노강서원은 흐린 날씨 때문에 사진을 담기에 좋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고즈넉한 모습만은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윤황과 더불어 윤문거, 윤선거, 윤증의 덕행을 칭송하기 위해 건립한 송덕제 뒤로 우뚝 솟은 나무가 옛 선비의 절개처럼 푸르게 넘실대고 있었습니다.
▲ 노강서원 숭의사 외삼문
▲ 노강서원 숭의사
노강서원의 강당을 마주한 후 숭의사로 향했습니다. 윤황을 중심으로 좌우에 윤문거·윤선거·윤증을 추모하는 위패가 봉안되어 있는 곳입니다. 내부를 볼 수 없었지만 외관에서 느껴지는 세월의 흔적만으로도 발길을 되돌리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 논산시 광덕면 오강리 '지와바리 전수관'
노강서원을 둘러본 후 주차한 오강리 경로당으로 돌아왔습니다. 오강리에는 최근에 지은 지와바리 전수관이 있는데요. 지와바리는 집을 짓고 기와가 잘 얹히도록 지붕의 흙을 밟는 일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논산문화원이 옛 전통을 발굴하여 재현한 지와바리는 마을 잔치이면서 우리가 계승해야 할 전통으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퇴근길에 받은 한 권의 책이 이끌어서 노강서원에 다녀왔습니다. 여행이라기보다는 산책에 가까웠지만 직장생활에서의 긴장감을 풀 수 있는 보람된 시간이었습니다.
찾아가는 길: 충청남도 논산시 광덕면 오강길 5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