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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목 놓아 부르는 사모곡 '북간도아리랑'

민족의 자긍심을 노래하는 '남은혜' 명창의 소리 인생

2018.05.02(수) 09:22:19 | 엥선생 깡언니 (이메일주소:jhp1969@naver.com
               	jhp1969@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2018년 4월 27일(금)은 분단 이래 65년 만에 서울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역사적인 날이다. 북쪽이 고향이 아니더라도 그곳에 두고 온 가족이 없다 하더라도 이날의 가슴 벅찬 순간은 온 국민을 감격으로 고동치게 했을 것이다. 그러니 긴 세월 지척에 고향을 두고도 내 맘대로 오가지 못하는 실향민들의 심정이야 오죽했으랴.

이처럼 어떤 민족보다 설움 많고 한 많은 우리 민족의 아픔을 달래야 할 때는 물론이거니와 환희의 순간까지도 늘 함께해 온 노래는 '아리랑'이 아닐까. 오늘은 민족의 노래 '아리랑'을 위해 한평생을 바치는 한 인물을 조명해 보고자 한다.

목놓아부르는사모곡북간도아리랑 1목놓아부르는사모곡북간도아리랑 2
(사)공주아리랑보존회(공주시 무령로 250-1 , 041-854-9933)


3월 7일(수)은 공주문화원 평생학습 프로그램의 하나인 '민요교실'의 개강일이었다. '(사)공주아리랑보존회' 연습실에서 개강 파티 후 '덩기덕' 장구 소리와 함께 민요 수업이 시작되었다. 첫날이다 보니 신입 회원들이 있어 누구나 알고 있는 '(구)아리랑'을 먼저 불렀다. 그리고 공주 지명을 딴 여러 아리랑 중에서 '긴 공주아리랑'을 부를 때였다. 노랫소리 속에 흐느껴 우는 소리가 소소(疏疏)히 묻혀 들려왔다.

수업을 마치고 운 당사자에게 연유를 물으니 "가사가 애절해서요~" 라고 답한다.

《긴 공주아리랑》

후렴 : 아리롱 아리롱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나 간다

1. 산천초목은 푸르나 가는디 우리네 낭군은 늙어만 간다
2. 세상인심은 무정도 한데 요네 마음은 유정도 해라
3. 서산에 지는 해는 지고 싶어지나 정들이고 가시는 님은 가고 싶어가나
4.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고 자식 많은 우리 부모 속 편할 날 없네
5. 놀다 가세 놀다 가세 노다 가세 스무사흘 달뜨도록 놀다 가세
6. 영감아 땡감아 개떡 먹게 보리 방아 품 팔아서 개떡 쪘네
7. 눈물이 말라서 한강수 되고 이내 몸 죽어서 흙으로 가네


나이로도 그렇고 별반 고생한 인생을 살아온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수업 중에 흐느껴 운 수강생은 도대체 가사의 어느 부분에 누구를 이입시켰길래 처음 듣는 노래에 울음을 삼켰던 것일까? 아무래도 우리 민족은 '아리랑'이 주는 고유의 정서와 감흥을 절로 이해하는 천부적인 소질을 타고났나 보다.

목놓아부르는사모곡북간도아리랑 3 ▲ 교습 중인 '남은혜' 명창

경기도 '여주'가 고향으로 1987년 공주 토박이 남자를 만나 가정을 꾸리고 '공주'를 제2의 고향으로 삼아 뿌리를 내리고 있는 중요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 이수자 '남은혜' 명창은 '아리랑'을 그 누구보다 사랑하는 사람이다. '남은혜' 명창이 걸어온 국악사적 발자취와 공적은 일일이 기술할 수가 없어 주요 약력만 소개한다.

《주요 약력》

1. 1979  중요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예능보유자 묵계월 사사
2. 1998  중요무형문화재 전수자
3. 2002  중요무형문화재 이수자
4. 2005  한국국악협회 충남 민요분과위원장
5. 2007  <공주아리랑보존회> 결성
6. 2012  <공주아리랑제> 개최
7. 2013   공주지역 아리랑학술조사(아리랑학회 공동)
             해외아리랑 학술답사/ 북간도(아리랑학회 공동)

공주아리랑, 북간도아리랑 음반
▲ 공주아리랑, 북간도아리랑 음반

'아리랑'이라는 제목으로 전승되는 민요는 약 60여 종 3600여 곡이라고 한다. '남은혜' 명창의 공주지역에 대한 관심은 '아리랑'을 매개로 구체화되어 공주 이인면 복룡리 · 유구면 ·우성면 봉현리를 대상으로 아리랑을 발굴, 조사하기에 이르렀고 전라도·경기도·충청도 소리가 융합하는 곳의 속성을 찾아낸다. 2014년 공주 사람이라면 누구나 애창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여섯 개 트랙의 '공주아리랑' 음반을 발매하게 된다.

매년 일정한 날을 정하고 '아리랑제'를 개최하는 곳은 대구, 공주, 정선이라고 한다.  '남은혜' 명창의 남다른 사명감과 노력이 있었기에 '공주아리랑'은 충청도 아리랑을 대표하게 된 것이다.

목놓아부르는사모곡북간도아리랑 4▲ 선대부인 '이광순' 여사님 -2014년 발매 앨범에 수록된 사진   
 
2014년 발매한 음반에는 '공주 아리랑'과 함께 또 한 장의 음반이 발매됐는데 다섯 개 트랙의 '북간도 아리랑'이 그것이다. '남은혜' 명창의 개인사와 관계 깊은 곡절 있는 곡이기도 하다. 
'남은혜' 명창의 아버님 고향은 충북 보은이고 어머님은 삼척이다.  '남은혜' 명창의 고향은 앞서 말한 대로 '여주'인데 중국 교포들이 사는 동북 3성과는 어떤 관련이 있단 말인가? 이 물음은 어린 '남은혜'가 늘 품어온 의문이기도 했다.

《북간도아리랑》

후렴: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1. 어머니 아버지 어서 오소 북간도 벌판이 좋탑디다
2. 밭 잃고 집 잃은 동무들아 어디로 가야만 좋을 가나
3. 괴나리 봇짐을 짊어지고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4. 산중에 귀물은 머루나 다래 인간의 귀물은 너와 나로구나
5. 내일은 북간도로 떠나가네 세간을 다 팔아도 여비 아니라네
6. 검둥이 팔아 길 떠나네 북간도는 좋은 곳 이밥 먹는 곳
7. 아버지 어머니 집 싸면서 북간도 좋다더니 왜 우는가
8. 앞통이 산에야 줄밥나무 왜놈의 신주로만 다 날아난다
                                   .
                                   .
20. 이 몸이 자라나던 금수강산 이 몸이 자라나던 삼천리로구나
21. 북쪽 나가 광복하러 떠나가는 몸 요내 가슴 내 가슴 누가 알리요
22. 쓰라린 가슴을 움켜지고 백두산 고개로 넘어 간다
23. 아리랑 고개는 열두 고개 마지막 고개로 넘어간다      
                    

어느 날 '남은혜' 명창의 외조부는 술좌석에서 취기에 딸을 주겠노라 친구에게 약조하게 되었단다. 외조부는 약속을 지키라며 들이닥친 친구에게 혼사 얘기를 듣고 멀리 내뺀 큰딸 대신 13살 어린 둘째 딸을 후처 자리로 보내게 되는데 이 둘째 딸이 남은혜 명창의 어머님이시다. 기다리면 찾아오겠지....살다보면 만나지겠지.....했던 남 명창의 외할머니와 남 명창의 외할아버지는 그 후 북간도로 떠났고 남은혜 명창의 어머니는 그  기약 없는 기다림을 한숨 섞어 부르는 '아리랑'과 '북간도.....' 하는 처연한 토막 소리에 실어 사무치는 그리움을 대신하곤 하셨단다.

어려서는 부끄러워 꼭꼭 숨기고픈 가정사였지만 이제는 평정심으로 담담하게 얘기할 수 있다는 '남은혜' 명창이다. 아마도 기구한 삶을 산 어머니의 애잔한 일생을 함께 가슴 아파할 수 있는 긴 세월을 버텨냈기 때문은 아닐는지. 그렇지만 수십 년 지난 세월에도 '북간도아리랑'을 부를 때만큼은 어머니 생각으로 울컥하는 마음이 좀처럼 추슬러지지 않는다고 말씀하신다. 

선대부인 이황순 여사님(위)과 묵계월 선생님(아래)▲ 2011년 묵계월 선생님과 함께 한 남은혜 명창

그리고 '남은혜' 명창에게는 어머니가 한 분 더 계시니 중요무형문화재 제57호 담월 '묵계월' 선생이다. 2014년 향년 93세로 타계하신 '묵계월' 선생님은 1921년생으로 10대에 명창 칭호를 받았으며 1975년에는 경기민요 예능 보유자로 지정받은 분이다.

'남은혜' 명창은 스승님의 장점을 사사한 지 3년이 지나 어머니가 부르던 아리랑이 메나리조 <정선아리랑>이었고, 사설은 <본조아리랑>으로 '북간도' 부분은 어머니가 지어 부른 것임을 알게 된다. <정선아리랑>이 '남은혜' 명창의 레퍼토리의 하나가 된 까닭이다.

■ 메나리조 : 경기도와 강원도민요의 특징을 이르는 말로  미·솔·라·도·레의 5음 음계 또는 미·라·도·레의 4음 음계로 구성됐고, 종지음은 '미' 또는 '라'이며, 많이 나오는 선율은 도·라·미이다. 느리게 부르면 구슬프다.

'남은혜' 명창은 1997년 '묵계월' 선생님으로부터 사사한 10년 만에 국가(문화재청)가 인정한 중요무형문화재의 '전수자'로 인정을 받는다.

2012년 아리랑특별전-국립민속박물관 개최▲ 2012년 아리랑특별전-국립민속박물관 개최

목놓아부르는사모곡북간도아리랑 5
▲ 2015.11.21 유네스코한국위원회 공연

2016년 안중근의사숭모전(일본 미야기현)
▲ 2016년 안중근의사 숭모전(일본 미야기현 대림사)

2017 서울▲ 2017 서울-도쿄 우정 걷기 대회

아리랑을 주제로 한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일본 등지의 해외공연은 '남은혜' 명창에게 소중한 업(業)이다. 특히 2012년 우즈베키스탄공화국에서 개최한 '아리랑 축제'에서는 중앙아시아의 고려인들의 고된 삶이 고스란히 투영된 시 '치르치크아리랑'을 만나게 되고 다음 해에는 이에 곡을 붙인 창작<치르치크아리랑-작시:김세일, 작곡:이병욱>을 부르게 되기 때문이다.


《치르치크아리랑》

후렴: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얼쑤 아라리요

1. 수십 년 전 이 고장에 와 우리가 심은 백양나무 자라
   치르치크 풍년 벌을 지켜오면 우거진 녹음은 농부들의
   쉼터 되었네오늘도 쉼 참에 거기 모여 있구나
   목화 따는 꽃 나이 처녀들아 풍년벌 탐스러워 흥겨워 하느나 조선처녀 우즈벡 처녀들아
   돔부라를 타는 우즈벡 처녀들아 어쩌면 그리도 잘 타느냐 고려민요
   치르치크 아라리요 아리랑 아라리요

  목화송이 만지는 손 그리도 날쌜 줄야
  타는 손길마다 나비처럼 춤을 추네
  치르치크 아라리요 아리랑 아라리요
 
  일 따라 노래하네 돔부라 가락마저 청아한 그 목소리 흥겨웁게 노래하네
  치르치크 아라리요 아리랑 아라리요
  치르치크 아라리요 아리랑 아라리요
   치르치크 아라리요 아리랑 아라리요


공주민요보존회(현 공주아리랑보존회) 회원들과 산아지타령을 부르는 장면▲ 공주민요보존회(현 공주아리랑보존회) 회원들과 산아지타령을 부르는 장면 - 2014년 발매 앨범에 수록된 사진

'남은혜' 명창은 2015년 10월 21일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1912~1989)의 한이 서린 일본 대마도에 있는 기념비 앞에서 아리랑을 열창하고, 2018년 3월 1일 동학혁명군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우금티(=우금치; 소를 팔러 가며 뺏기지 않기 넘어야 했던 고개)에서 '우금티아리랑'을 '공주아리랑보존회' 회원들과 불렀다.

《우금티아리랑》

후렴: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철철철 배 띄워라

1. 갑오년에 동학농민 봉기했네. 사발통문 돌리고 봉기했네.
2. 우금티를 넘어 넘어 한양 가자! 녹두장군 따라서 넘어가자!
3. 구약통 납날개 양총을 매고 우금티 고개 대전에 승전을 했네.
4. 봉기했네 봉기했네 삼남의 백성이 사발통문 돌리고 일어났네~
5. 원수야! 길봉아! 너 잘 있거라! 명년 춘삼월 상봉하자!
6. 배곯은 백성이 일어났네~ 나라 살리고자 일어났네~
7. 새야 새야 파랑새야 파랑새야~녹두밭에 앉지 마라 청포장수 울고 간다
8. 우리 밭에 앉지 마라! 앉지마라! 부지깽이 매 맞는다 매 맞는다.
9. 아리랑 고개는 이별의 고개~ 우금티 고개는 아리랑 고개
10.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우금티 고개로 넘어간다.

'남은혜' 명창은 국내·외의 지역별 '아리랑'을 발굴하고 창작하여 전승하고 보급하는 일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우리네 조상은 아무리 척박한 땅에서도 굽이치는 고된 삶을 이겨내며 한민족의 정체성을 지켜냈고, 그 삶의 '희로애락'은 '아리랑' 가사와 가락에 오롯이 남아 있음을 체득했기 때문일 것이다. 

많은 사람이 '아리랑'을 자랑스러워하고 자신 있게 부르는 그 날을 위해 '남은혜' 명창은 또 오늘 하루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며 살아낼 것이다. 명창님이 흘리시는 땀에 대한 보답으로 '산아지타령' 한 곡조 쭉~ 뽑아 올려 본다. 

《산아지》

후렴:에야디야 에헤헤 디야 어허 디여루 산이로구나

이산 저산 양산 간에는 울고 간다고 곡산이로구나
바람아 광풍아 불지를 마라 우리 농부가 찬바람이 나네
어이야 너머 간다 얼카덩이가 넘어가 넘어 넘어 가는디 나도나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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