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수염의 갓을 쓴 선비가 서울에서 내려와 세 갈래 길 앞에 서있다. 잠시 숨을 고른다.
남쪽으로 내려가면 청주로 들어가 새들도 쉬어간다는 문경새재에 이를 것이고, 서쪽으로 가면 공주를 걸쳐 전라남도로 갈 수 있을 것이다. 재미있는 상상이다.
천안 삼거리는 선비가 아픈 다리를 쉬어가는 삼남대로 분기점으로 흥타령부터 갖은 민요와 전설을 품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주차장 및 입장료: 무료
날이 따뜻해져 천안삼거리공원으로 향했다. 2003년부터 매년 일주일씩 천안흥타령춤축제가 열리는 곳으로
유명한 천안삼거리공원은 예전에 삼거리가 있었던 자리에서 500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공원이다. 아직겨울에서 봄으로 들어가는 초입의 공원은 아직 스산하고 고요했다.
한층 가벼워진 옷차림에 한가로운 주말을 즐기는 사람들이 보였다. 한쪽엔 공놀이를 하는 가족이, 또 한쪽엔 돗자리를 깔고 소풍을 즐기는 가족이 보였다. 저 멀리 야외 공연장에선 장구와 북소리가 울려 퍼졌다.
길을 걸었다. 벤치에 앉아보기도 하고 정자에 가서 숨을 고르고 흥겨우면서도 서글퍼 보이는 표정의 동상을 중심으로 장구, 북, 꽹과리 등 소리꾼의 소리를 더욱 흥겹게 해줄 재미있는 악기들을 들고 있는 동상 앞에선 웃으며 사진도 찍었다. 공원에선 제법 볼거리가 많았다. 삼거리공원에는 흥타령을 기념하는 동상뿐만 아니라 천안시의용소방대원을 기리는 동상도 있다.
미세먼지가 심하다고 하지만 그래도 봄은 봄이다.
연못은 잔잔했고 정자와 원두막은 고즈넉했다. 주변에 나무들은 듬직했고 하늘은 고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