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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가을에 피는 벚나무를 아시나요?

이야기로 만나는 천리포수목원 (27)아우툼날리스

2017.11.15(수) 15:11:55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deun127@korea.kr
               	deun127@korea.kr)

벚나무와 닮은 꼴인 ‘아우툼날리스’는 가을에 피어서 일명 정신나간 나무로 불린다. 봄과 가을에 꽃을 볼 수 있기 때문에 국가표준식물목록에는 ‘춘추벚나무’라 부른다. 봄에는 가을보다 꽃이 좀 더 많이 피어 흐드러지지만, 가을에 피는 꽃에 더 큰 감흥을 받기에 천리포수목원에서는 가을을 강조하여 ‘가을벚나무’란 이름을 붙였다.

▲ 벚나무와 닮은 꼴인 ‘아우툼날리스’는 가을에 피어서 일명 정신나간 나무로 불린다. 봄과 가을에 꽃을 볼 수 있기 때문에 국가표준식물목록에는 ‘춘추벚나무’라 부른다. 봄에는 가을보다 꽃이 좀 더 많이 피어 흐드러지지만, 가을에 피는 꽃에 더 큰 감흥을 받기에 천리포수목원에서는 가을을 강조하여 ‘가을벚나무’란 이름을 붙였다.


며칠 전 모 방송국의 주재 기자분이 연락을 주셨다. 태안 시내에 촬영이 있어서 방문했다가 한 그루도 아니고, 가로변에 줄지어 심어진 여러 그루의 벚나무를 본 것이다. 기자는 이상기온이나 자동차 매연 등으로 계절을 잊고 핀 벚나무가 아니겠냐는 추측을 했다. 혹시나 싶어 벚나무의 위치를 물었더니, 역시나 내가 알고 있는 그곳이었다. 천리포수목원은 2010년부터 가을에 꽃을 피우는 가을벚나무 묘목을 키워 태안지역 가로변에 심는 사업을 추진했다. 수목원만 아름답게 가꿀 것이 아니라, 마을과 지자체도 함께 아름답게 가꿔야 한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일이었다. 다행히 그 나무들이 죽지 않고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해서 매년 이맘때 벚꽃을 피우고 있다.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이번 기회에 때를 잊어서 정신 나간 벚나무라는 오해를 종종 받는 가을벚나무 ‘아우툼날리스’(Prunus subhirtella ‘Autumnalis’)의 대변인이 되어 속 시원히 나무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줘야겠다.

전 세계적으로 가을벚나무 ‘아우툼날리스’를 포함해 ‘로세아’, ‘헤이안 타에 시다레’, ‘아우툼날리스 로세아’ 등 가을에 꽃을 피우는 벚나무 원예품종들이 있다. 이번에 태안에 식재된 벚나무는 가을벚나무 ‘아우툼날리스’로 천리포수목원에서 가장 많이 증식해서 키우고 있는 가을벚나무 품종 중 하나이다. 봄과 가을에 꽃을 볼 수 있기 때문에 국가표준식물목록에는 ‘춘추벚나무’라 부른다. 봄에는 가을보다 꽃이 좀 더 많이 피어 흐드러지지만, 가을에 피는 꽃에 더 큰 감흥을 받기에 천리포수목원에서는 가을을 강조하여 ‘가을벚나무’란 이름을 붙여주었다.

이 나무는 1978년 영국 힐리어(Hiller) 농장에서 1주의 묘목이 천리포수목원으로 들어와 국내에 처음 소개되었다. 이후 1988년 원광대를 시작으로 광릉수목원, 진해농업기술센터, 태안군 등에 보급해 국내에 가을벚나무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일반 벚꽃에 비해 꽃송이가 약간 작고 분홍빛 겹꽃의 형태를 띤 가을벚나무 ‘아우툼날리스’는 그 희귀성과 아름다움을 영국왕립원예협회로부터 인정받아 AGM(Award of Garden Merit)를 수상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봄과 여름, 일 년에 2번 개화를 하는데 연평균 기온 차이가 많지 않은 곳에서는 겨울까지 이어 꽃을 피운다. 해양성 기후 등의 영향으로 겨울 기온이 영하 10도로 떨어지는 날이 얼마 되지 않는 천리포수목원에서는 한겨울을 제외하고는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오랫동안 벚꽃을 감상할 수 있다. 밀러가든 겨울정원에 심어진 가을벚나무 ‘아우툼날리스’는 흔하지 않지만 가끔씩 엄동설한 속에서도 꽃을 피워 설중 벚꽃을 감상하는 기회를 주기도 한다.

하얀색이 옅게 물들어 있는 분홍빛 여리디 여린 꽃잎이 가을바람에 흔들릴 때면 꽃 따라 마음까지 동하지만, 사실 생김새만 보고 여린 꽃으로만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강인한 면모를 보여주는 강한 식물이다. 벚꽃을 구경하기 힘든 가을철에 춘삼월 벚꽃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 자체는 우리에겐 계절을 뛰어넘는 신선하고 신비한 경험이다.

하지만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나무 스스로에게는 부단한 노력과 극도의 인내심이 요구되는 일이고, 그 과정 끝에 피는 꽃은 열망의 결정체이자 감동으로 느껴진다. 미친 존재감이라 했던가! 강인한 생명력을 보여주기에 한번 보면 쉽게 잊을 수 없다. 벚꽃의 도시, 경남 진해시에서는 이러한 존재감을 진해 군항제와 연계했다. 봄꽃 축제의 명성을 사계절로 확대하겠다는 야심찬 구상에서 가을에도 벚꽃을 볼 수 있도록 가을벚나무 군락지를 조성하여 가을 관광상품으로 활용하고 있다.

수목원 맞은편 공용화장실 가로변에 고작 몇 해 전 어린 나무를 심었던 것 같은데 어느덧 어른 머리를 훌쩍 넘어 자란 가을벚나무 ‘아우텀날리스’가 흐드러지게 피었다. 화장실에 갔다가 꽃을 발견한 분들 사이에 벚나무다 아니다 실랑이가 한창이다. 안타까운 마음에 오지랖 넓게 원래 가을에 꽃이 피는 벚나무라며 알려드리니 너도 나도 핸드폰을 꺼내어 사진을 찍으신다. 깊어가는 가을날 혹시 벚꽃을 만나게 된다면, 정신 나간 벚나무가 아니라 원래 가을에 꽃을 피우는 제정신인 가을벚나무는 아닌지 유심히 살펴보면 좋겠다.

지난밤 성난 파도소리와 거친 가을바람이 창문을 세차게 두드렸다. 기온도 제법 낮아져 방안 온도를 높였다. 간밤에 나무들은 무사했는지 걱정부터 앞선다. 어느 시인의 시 구절처럼 벚꽃 스친 바람이 노래가 되어, 벚꽃 그늘에 앉아 한가로움을 만끽하면 좋으련만... 현실이 호락호락하지 않다. 가혹한 현실 앞에서 밤새 강인한 생명의 아우성이 넘쳐났을 수목원으로 달려 가봐야겠다.
●천리포수목원 041-672-9982
최수진/천리포수목원 홍보과장
bestpr@chollipo.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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