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각원사에 들렸다.
천안 12경중 6경이기도 한 각원사는 태조산 자락에 위치하여 깊어가는 가을 사찰여행을 떠나기 좋은 곳이었다.


▲ 각원사 대웅전 : 국내 최대 목조건물

경주 불국사 다음으로 큰 사찰이니 대웅전의 규모 또한 입이 떠억 벌어지게 만들었다. 대웅전은 우리나라 목조건물 중 최대 규모라 한다. 대웅전 앞에 소나무가 있는 것도 독특하였지만 대웅전의 규모가 어찌나 큰지 소나무가 작아보일 정도였다. 다만 사찰을 지으면서 주차장을 따로 염두에 두지 않았는지 신성한 경내까지 여행자들의 차량들이 들어와 있는 모습은 안타까웠다.


▲ 각원사의 시작점인 203계단

대부분 사람들은 이 계단이 아니라 차량을 통해 대웅전 앞까지 바로 올라오는 경우가 많지만 이 절의 시작은 203개의 계단부터 시작한다. 그 의미가 특별했는데 108번뇌와 관세음보살의 32화신, 아미타불의 48소원,12인연과 3보와 같은 불법과 관련있는 숫자를 모두 합한 것이 바로 203개의 계단을 이루었다.


▲ 각원사 천불전

경내에는 대웅전 이외에도 천불전, 설법전, 관음전, 칠성전, 산신전, 성종각 등의 전각들이 있다.
 

▲태양의 성종이 있는 성종각(맨 우측)

각원사에는 국내 최대 목조건물인 대웅전 말고도 20톤에 달하는 태양의 성종과 60톤의 청동아미타불 또한 유명하며 그 규모 또한 대단했다.


▲ 각원사 청동아미타불

이날 조금 특별했던 것은 주지스님의 특별강연을 들을 수가 있었는데 스님의 표현을 빌어 경내의 전각들과 불상에 대해서 보다 상세하게 알 수 있었다. 대웅전이라 하는 곳은 '큰 사람이 모셔져 있다.' 는 뜻이고 '크다'는 것은 '마음이 크다' 뜻이라 한다. 마음이 큰 것은 바다에 비유하는데 어떤 물이든 바다에 모이니 좋든 나쁘든 가리지 않으며 마음이 큰 사람을 모신 전이 '대웅전' 이라  한다는 것이다. 



청동아미타불상은 100% 청동으로 만들었으며 그 무게가 60톤에 달하고 귀가 175cm, 손톱길이 30cm에 달하고 몸 속은 텅 비어있는데 부처님의 책을 넣을 예정이라 한다. 태조산은 고려를 세운 자리로 우백호 좌청룡이 있던 산의 자리에 부처님을 모신 것이고 소원을 빌 때에는 '나무아미타불'을 외치며 3바퀴를 돌아야 한다고 한다.  스님의 말씀이 끝나기 무섭게 사람들은 청동아미타불을 돌며 소원을 빌기 시작했다. 나 또한 소원을 빌어 보았다. 물론 소원은 절대 비밀이다. 



보통 동상을 보면 손 모양이 다른데 그것은 깨친바를 설명하기 위한 것이라 한다. 손을 든 것은 보리이며 '큰 마음을 내리는것' 을  뜻하며 중생은 손을 내리고 있다고 하셨다. 일반인의 짧은 생각으로는 '너희들의 소원을 모두 OK하고 들어주리라'라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비움'에 관한 말씀을 잠시 해주셨는데  <'인생은 공수레공수거'다. 그래서 세상에 올 때도 갈 때도 빈 채로 왔으니 내것이 없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나`라는 것을 버리면 편하다>고 하셨다. 익히 들어온 이야기들이지만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내 것을 버리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그러니까 객관적진실인 '생로병사'만 믿으면 되고 주관적견해인 '죽기싫다'와 같은 마음은 버리면 된다는 것이다. 결국 죽으면 가져갈 것이 없으니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다는 것이다. 다만 갈 때 차비라도 하라고 입에 동전을 넣는 것일 뿐이라고. 



처음에는 사찰만 웅장하고 경내까지 차량들이 주차된 것에 별 감흥을 느끼지 못하고 돌아설 뻔 하였는데 뜻밖의 주지스님의 귀한 말씀을 들으며 내 삶의 위치는 어디이며 행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다.

천안 각원사
충청남도 천안시 동남구 각원사길 245 각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