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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신문뉴스

“이제 자식들 부르지 않아도 돼 다행이여”

당진시 대호지면 효도버스 르포

2016.02.17(수) 15:10:21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deun127@korea.kr
               	deun127@korea.kr)

사성리 할머니들의 하차를 돕는 효도버스 기사

▲ 사성리 할머니들의 하차를 돕는 효도버스 기사
 

효도버스로 면 소재지 농협을 방문한 이선내<왼쪽>, 채향희 할머니가 고맙다며 미소를 짓고 있다.

▲ 효도버스로 면 소재지 농협을 방문한 이선내<왼쪽>, 채향희 할머니가 고맙다며 미소를 짓고 있다.



시골 어르신 ‘외출이 쉬워져요’
집 앞에 찾아가는 특급 서비스
 
거동 불편해도 안심 하고 외출
젊은 엄마에겐 ‘아침 있는 삶’
 


지난 15일 10시 10분경 당진시 대호지면 농협 앞. 사성리 주민을 태운 효도버스 한 대가 도착했다.〈관련기사 2면〉

문이 열리자 파뿌리 같은 백발의 할머니 두 분이 내린다. 행여나 새벽까지 내린 눈에 미끄러지지는 않을까, 효도버스 기사가 서둘러 부축에 나섰다. 연로한 탓에 문을 열고 땅에 서기까지 시간이 꾀 걸렸다. 농협 입구에서 효도버스까지 10여m 뿐이지만 가는 길은 더디기만 했다. 한때 허리가 부러진 적이 있어 걸음걸이가 쉽지 않았다. 갑자기 영하로 떨어진 날씨는 이들 사정을 모르는지 매섭게 몰아댔다.

이날 농협을 찾은 분은 이선내(당진 사성리) 할머니와 채향희(당진 사성리) 할머니로 한 동네 친구다.

“효도버스가 생겨서 이렇게 나올 수가 있어 좋지, 어디 가려면 자식들 손을 빌려야 하는 데 그러지 않아도 돼” 효도버스로 외출이 편안해 지셨느냐는 물음에 이선내 할머니는 자식 생각이 앞섰다.

“허리가 부러져 허당이여 보건소 갈 때도 그렇고 맘대로 돌아다니지 못혀, 효도버스가 집 앞에 까지 와서 다행이여”
이선내 할머니는 호미처럼 굽은 허리를 만지면서도 자식 수고를 덜 수 있다는 마음에 흐뭇한 표정이었다.
채향희 할머니도 효도버스가 자식 같다며 칭찬을 거들었다.

“오늘은 농협 일보러 나왔는 디 효도버스 없을 때는 힘들었지, 효도버스타면 불편한 게 없어. 기사양반도 원채 자상하고 잘혀. 먼 곳 가는 일이 아니면 이제 굳이 자손들을 부르지 않아도 돼 좋지.”

간단히 인터뷰를 마친 이선내 할머니와 채향희 할머니는 농협에서 자녀들이 보내 준 약간의 돈을 찾았다. 이후 10시 40분, 약속했던 시간에 맞춰 도착한 효도버스에 올랐다.

평소와 같으면 1~2시간 간격으로 찾아오는 버스 시간에 따라 바깥일을 봐야 했지만, 효도버스가 생긴 이후로는 시간을 허비하는 일이 없어져 편해졌다는 말을 남기고 두 어르신은 집으로 귀가했다.

효도버스는 농어촌지역 고령자 등이 전화로 이용을 신청하면 해당 읍·면 소재지까지 태워다 주는 방식의 ‘수요응답형 교통체계(DRT·Demend Responsive Transport)’다.

농어촌지역 고령자와 대중교통 소외지역 주민 등 교통약자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충남도가 운영 중인 신개념의 교통체계로 지난해 3~7월 당진시 대호지면 5개 마을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실시, 합격점을 받았다.

효도버스는 단지 어르신들의 편의만 돕는 게 아니다. 교통편이 불편한 지역의 젊은 엄마들에게도 큰 힘이 돼 준다.

슬하에 중2 아이를 둔 이명현(45·출포리) 씨는 효도버스로 아침을 찾게 됐다며 환한 미소를 보였다.

이명현 씨는 “아이가 대호지분교를 다니는 데 아침마다 버스 시간이 애매했다”며 “오전 8시 20분이 통학 시간인데 8시 버스를 타면 늦고 7시 반 버스를 타면 너무 일러서 대기하는 시간이 많아 힘들었다.”며 하소연 했다.

이어 “버스를 놓치면 내가 태워주고 돌아와 출근 준비를 하곤 했는데, 이제는 효도버스로 아침이 있는 삶이 가능해 졌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동시에 이명현 씨는 “집으로 귀가하기 위해 효도버스를 기다리는 공간이 없다”며 “미용실 앞이나 농협 근처에 효도버스를 기다리는 거점을 만들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인근 지역에서는 효도버스를 부러워하는 눈치다.

대호지면 소재지에 생필품을 구입하러 나온 강명자(장정리) 할머니는 “효도버스 운행하는 거 보니 좋더라”며 “집에 돌아가려면 한 시간 가량 버스를 기다려야 하는데 우리도 효도버스가 생겼으면 정말 좋겠다.”고 덧붙였다.
/박재현 gaemi2@korea.kr

▲ '해나루 행복버스'는 충남도가 추진하는 '효도버스'의 일환으로 당진시 대호지면 5개 마을을 대상으로 시범운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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