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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설날’이라는 위안

위안의 바로미터 단상

2016.02.09(화) 08:39:24 | 홍경석 (이메일주소:casj007@naver.com
               	casj007@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올 설날(2월 8일)에도 공교롭게 야근이었다. 그러나 동방예의지국의 국민답게 집안의 어르신께 세배를 아니 하면 ‘아니되옵니다!’였다. 그래서 아침부터 부지런을 떨었다. 오전 8시 경 선친을 향하여 정성의 차례를 올렸다. 한데 예년과는 달리 절을 올리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솟았다. 그건 아이들이 직장에 얽매여 오지 못한 데 따른 섭섭함까지가 그 같은 돌출적 행동으로 이어졌지 싶었다.

‘아버님, 올해도 살기가 팍팍하여 많이 차리진 못 했습니다. 그러나 정성은 다 했으니 많이 드십시오. 그리고 다음 달이면 제 딸이 결혼합니다. 아버님께서 살아계시어 당신의 유일한 손녀의 그 결혼식을 저와 같이 보셨더라면 오죽이나 좋았을까요!’

절을 올리면서도 분출되는 눈가의 이슬은 제어하기 어려웠다. 차례를 마친 뒤 떡국을 먹자마자 아산으로 달려갔다. 여전히 건강하신 숙부님이 새삼 감사했다. “작은아버지~ 밖에 나가셔서 약주 한 잔 하시지요.”

“오늘 같은 날 영업하는 식당이 있으려나? 그러지 말고 차례 음식과 떡국으로 간단히 마시자꾸나.” “떡국으로 어찌 술안주를 하시려고요? 제가 서운하여 그러니 잠깐 나가시죠!”

마침맞게 시장 안에는 영업을 하는 음식점이 더러 눈에 띄었다. 소머리국밥과 내장탕을 안주삼아 소주 두 병을 마셨다. “다음 달 결혼 전에 딸과 사윗감을 데리고 인사 오겠습니다.” “그럼, 그래야지~”

“올해도 건강하셔야 됩니다!” “고맙다, 잘 가거라.” 온양온천 역에서 전철을 타고 ktx 천안아산 역으로 가면서 근처 사는 동창을 만나 차나 한 잔 나누려고 카톡을 보냈다. 하지만 건강이 안 좋아 나올 수 없다는 답신이 왔다.

저런~ 늙은이가 다 됐구만.(^^) 곧 도착한 ktx에 올랐다. 설 연휴는 이틀이나 남았건만 객실 안은 이미 포화상태였다. 저들도 나처럼 설을 맞아 고향에 다녀오는 것이렷다?

그래, 말이야 바른 말이지 고향처럼 안온한 곳이 또 어디에 있을 소냐! 고향은 또한 정서의 위안(慰安) 정점이 아니겠는가. 내 고향 천안엔 이제 남아있는 게 없다. 죽마고우들과 초등학교 동창들 빼고는.

하여 올 설날에도 천안은 그저 스쳐 지나가는 ‘간이역’으로 그치고 말았다. 하지만 다음 주엔 또 초등 동창의 자혼(子婚)이 있고 한 주 뒤엔 동창회 모임 및 척사(擲柶)의 즐거움까지 있음에 벌써부터 기대가 만만하다.

하여간 처갓집도 찾아 세배를 올리는 사위노릇까지 마치고 나니 비로소 설날의 대장정(?)을 마쳤다는 느낌이었다. 설 연휴를 마치고 나면 가뜩이나 빈털터리인 서민의 주머니는 그야말로 엉망진창이 된다.

그럼에도 애써 이를 긍정적 마인드로 치환할 수 있는 건 ‘설날’이라는 건 분명 위안의 바로미터인 까닭이리라. 재채기와 사랑은 속일 수 없듯이 설날이 없었다면 어찌 감히 고향과 세배까지를 논할 수 있었으랴!  

 

숙부님께 세배를 마치고 집으로 가고자 전철을 기다리는 온양온척역입니다.

▲ 숙부님께 세배를 마치고 집으로 가고자 전철을 기다리는 온양온천역입니다.

전철 안에서 본 ktx천안아산역사 부근의 초고층 아파트입니다.

▲ 전철 안에서 본 ktx천안아산역사 부근의 초고층 아파트입니다.

이윽고 ktx가 도착했습니다. 이번 행선지는 처갓집으로의 세배입니다.

▲ 이윽고 ktx가 도착했습니다. 이번 행선지는 처갓집으로의 세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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