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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곡희면비’ 단상

딸 결혼식 국수는 맛있을 터

2016.01.24(일) 18:42:56 | 홍경석 (이메일주소:casj007@naver.com
               	casj007@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올 들어 가장 추운 최강한파를 뚫고 고향 천안에 다녀왔다. 매달 한 번 있는 죽마고우들 모임이다. 장갑을 껴고 목도리까지로 무장하였으나 강추위는 정말이지 ‘동장군’이란 별칭답게 명불허전의 맹위를 떨쳤다.
 
친구들을 약속장소에서 만나 반가움을 나눈 뒤 민물매운탕을 잘한다는 식당으로 이동했다. 오늘은 야근인지라 나는 술을 한 방울도 마실 수 없었다. 두주불사의 내가 술을 마다하자 이내 친구들의 놀림이 시작되었다.
 
“이제 술 회사는 다 망했네.” “그러게~” 술 생각을 잠재울 요량에 먼저 밥을 시켜 두 그릇이나 먹었다. “식사 중에 미안하지만 나 먼저 일어나마. 천천히 술 더 마시다 가. 그리고 오는 3월의 우리 딸내미 결혼식 때 다들 와라.”
 
그러자 친구들의 환호성이 터졌다. “와~ 드디어 국수를 먹는구나! 근디 사위는 누구여?” “응, 딸과 같은 S 대학 출신이여.” “옳아, 그래서 예식도 그 대학 안에 있다는 웨딩홀에서 하는구나?” “맞어, 하여간 먼저 간다. 다음에 또 보자.”
 
우리 민족은 예부터 결혼을 국수와 비교해 왔다. 이는 신랑과 신부가 국수처럼 길고 오래도록 잘 살기를 바람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평소 국수를 좋아한다. 그래서 오늘처럼 야근을 들어오기 전에는 회사 근처의 국숫집이 단골이다.
 
요즘 같은 겨울엔 뜨거운 멸치국물로 우려낸 국수가 제격이다. 반면 여름엔 이열치열이랬다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먹는 매운 비빔국수 맛이 훨씬 낫다. 어려서 소년가장이 되었다.
 
역전에서 이런저런 험한 일을 하며 돈을 벌었는데 점심은 늘 그렇게 국수를 사 먹었다. 밥에 비해 국수 값이 훨씬 저렴한 때문이었기에 하는 수 없는 노릇이었다. 한데 국수는 밥과 달리 배가 쉬 꺼진다는 단점이 있(었)다.
 
따라서 어떤 곡희면비(穀喜麵悲)에 대한 아쉬움은 집을 나가 함흥차사인 어머니를 그리는 이상의 애달픔이었다. 어쨌거나 그 눈물 젖은 국수를 어려서부터 원 없이 먹어본 까닭에 앞으론 눈물 대신에 기쁨의 국수만을 먹고픈 건 당연한 바람이자 희망이다.
 
일본 작가의 스테디셀러(steady seller)인 <우동 한 그릇>을 보면 세 모자(母子)가 돈이 없어 우동 한 그릇을 주문하여 나눠먹는 장면이 나온다. 후일 두 아들이 성공하면서 비로소 우동을 세 그릇 시키는데 하지만 그 책은 소설, 즉 허구(虛構)다.
 
반면 나는 두 아이, 즉 아들과 딸의 자식농사에도 실제로 크게 성공했다. 그게 바로 작년 말 나의 첫 저서 발간 모티브가 되었음은 물론이다. 딸이 결혼하는 날, 나는 감격과 만족의 국수를 배가 터져라 먹으리라!
 

국수는 사랑의 음식입니다.

▲ 국수는 사랑의 음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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