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에 눈을 떠보니 창밖으로 함박눈이 펑펑 내린다.
'드디어 오늘이구나!!!!!'
겨울이 시작되고 이미 세 번의 눈이 내렸지만 바빠서 사진을 찍을 수는 없어서 아쉬웠는데 기회가 온 것이다. 집과 멀지 않기 때문에 꽤 여러 번 방문한 용비지지만 거의 모두 봄철에만 향했다.
용비지는 봄에 가장 아름답기 때문에.
얼마 전 첫눈이 내려 온세상이 하얗게 뒤덮일 때 갑자기 용비지의 겨울이 궁금해졌다.
이후 계속 '눈이 내리면 무조건 용비지에 가련다' 마음먹고 있었고 드디어 어제 눈이 내린 것이다.
집에서 20분 거리. 하지만 눈길이기 때문에 천천히 달려 40분 만에 도착한 곳.
마치 윈도우 배경화면을 보는 것만 같았던 그 넓은 초원은 어디에도 없었다.
내리는 눈과 이미 쌓인 눈으로 하늘과 땅을 구분하기 조차 힘든,
그래서 다 땅이라고 해도, 다 하늘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만 같은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혼자 두 시간 넘게 용비지 주변을 돌아다녔다.
봄에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맘에 안 드는 용비지였는데 이 날은 인간이라고는 딱 나 한 명.
그 또한 묘한 뿌듯함이었다.
개나리 넝쿨 늘어져 호수 주변을 온통 노랗게 감싸던 곳도 바람에 벚꽃잎 흩날리던 정자 주변도
어디 할 것 없이 순백의 옷으로 멋을 발하고 있다.
멀리 저 지평선에 서 뛰어노는 사슴인지 고라니인지, 동물도 봤는데
사진을 찍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라 놓치고 말았네.
겨울마다 가고 싶었던 일본 비에이. 하지만 한 번도 못간 곳.
그 비에이 설경에 대한 갈증까지도 조금은 해갈되는 느낌으로 용비지 주변을 걸어 다녔다.
설국 겨울 용비지.
원 없이 실컷 즐겼다.
이제 봄에 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