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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연재소설] 미소 (41) 향천사

청효표윤명 연재소설

2015.03.17(화) 14:52:17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deun127@korea.kr
               	deun127@korea.kr)

미소41향천사 1

 


미소41향천사 2

“그럴 수도 있겠군요.”
“무슨 일이 있으면 가차 없이 베어버려라. 백제를 위한 일이다.”
복신의 눈빛이 얼음물처럼 차갑기만 했다.

“알겠습니다. 장군.”
그리고 복신은 떠나갔다. 도침과 함께 오천의 군사를 이끌고 임존성을 빠져나간 것이다. 이제 임존성에는 흑치상지를 중심으로 사타상여와 지수신이 남아 지키게 되었다.

긴 회상에서 벗어난 지수신은 머리를 흔들었다. 적과 대면한 위급한 상황에서 동지를 의심하는 일은 불행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주군께서 잘못 보신 것이 틀림없어. 저렇게 훌륭한 장수를 의심하시다니.’
적의 후방을 단숨에 궤멸시키는 흑치상지의 능력에 지수신은 전율했다. 온 몸에 소름이 돋아 올랐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 할 수 있는 법이다. 주군께서 이번에는 큰 실수를 하셨구나. 필요이상의 경계로 괜한 전력을 약화시킬 뻔 했다. 그럴 수는 없지 않은가.’
지수신은 군사들을 이끌고 북문을 나섰다. 퇴각하는 백제군을 돕기 위해서였다. 대책을 나선 지수신은 언덕 아래에 기병을 대기시켰다. 이어 백제군이 우르르 몰려왔다. 모두들 숨이 턱에까지 차 있었다.

“사타상여장군, 지수신이오.”
지수신이 나서 퇴각하던 사타상여를 부르자 반갑게 사타상여가 대답했다.

“잘 오셨소. 뒤에 장군께서 출발하셨으니 곧 뵙게 될 것이오. 뒤를 부탁하오.”
“알았소. 어서 돌아가시오.”
백제군은 일사분란 하게 퇴각했다. 훈련이 잘 된 백제군은 물러남에도 질서가 있고 군기가 살아있었다.

사타상여의 부대가 지나가고 한 참 뒤에 흑치상지가 군사들을 이끌고 돌아왔다. 뒤로는 신라군의 함성이 파도와도 같이 뒤따르고 있었다. 뒤늦게 대열을 정비한 신라군이 퇴각하는 백제군을 쫓아오고 있었던 것이다.

“어서 달려라! 대책이 눈앞에 있다.”
백제군의 숨소리가 멀리에서도 들릴 정도로 가쁘기만 했다. 그런 다급한 상황에서도 흑치상지는 맨 뒤에서 군사들을 독려하고 있었다. 적의 공격을 막아가며 군사들을 보호하고 있었던 것이다.

“장군, 지수신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지수신은 갈기를 휘날리며 긴 창을 들고 언덕을 올랐다.

“아, 지수신 장군.”
흑치상지의 목소리에는 다급함과 반가움이 함께 뒤섞여 있었다. 목소리는 이미 지칠 대로 지쳐있었다.

“뒤는 제가 맡겠습니다.”
언덕에 올라선 지수신은 긴 창을 휘둘러 신라군을 요절냈다. 풍차같이 돌아가는 창에 신라군이 낙엽처럼 쓰러지고 뒤 이어 나타난 백제기병이 합세하자 신라군은 혼비백산하고 말았다. 갑자기 나타난 백제 기병에 김유신은 다급하게 말고삐를 당겼다.

“물러서라! 적의 함정이다.”
어둠 속에 상황을 파악하기 어려웠던 김유신은 백제군이 매복을 하고 있던 것으로 판단하고 즉시 말머리를 돌렸다. 그리고는 꽁지가 빠지도록 달아났다. 지수신은 쫓지 않았다. 자신의 임무는 백제군을 보호하는 것으로 다였기 때문이다. 언덕에 올라서 달아나는 신라군을 바라보며 지수신은 껄껄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는 유유히 대책을 향해 말머리를 돌렸다.

신라군은 군량을 모두 잃어 곤란한 상황에 처하고 말았다. 임존성을 빨리 점령하든가 아니면 물러났다가 다음 기회를 보든가 해야 했다. 그렇다고 유인궤에게 손을 벌리기에는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문무왕은 크게 노했고 김유신은 자존심이 상했다. 그러나 현실은 선택을 해야 했다.

푸른 하늘아래 임존성은 그저 드높기만 했다.

핏물이 벌겋게 오산천을 물들였다. 의각대사는 염불을 외우며 시절의 잔혹함을 탄식했다. 임존성에서 벌어지고 있을 살육을 생각하니 그저 가슴이 아리기만 했다.

“생명은 소중한 것이거늘, 저렇게 사람의 목숨을 원수로 삼아 서로 창칼을 겨누니 이 일을 어찌 하면 좋단 말인가?”
의각대사의 탄식에 단의 가슴도 아렸다. 그러나 단의 아림은 다른 것이었다. 의각대사의 아림과는 달리 연에 대한 걱정 때문이었던 것이다.

단은 하루빨리 석불을 모시고 임존성으로 가든지 아니면 가량협으로 가든지 해야 할 것 같았다. 마음이 더욱 조급해졌다.

“대사님, 언제쯤 석불을 모실 수 있게 될는지요?”
단의 물음을 의각대사는 알고 있었다. 염불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푸른 하늘이 철없이 맑기만 했다.

“이제 곧 되리라. 그러나 마음이 급하면 먼저 떠나도록 하여라.”
의각대사의 말에 단은 미안하고 죄스러웠다. 그렇다고 그냥 떠날 수도 없었다.

“아닙니다. 어차피 갈 곳도 없습니다. 연의 소식을 알 길도 없고요.”
단은 기운이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때 하늘에 까마귀 두 마리가 맴을 돌며 날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길조로다.”
의각대사는 맴을 돌고 있는 까마귀를 보고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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