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절초가 환하게 핀 가을입니다. 이맘때면 가을빛이 스며든 꽃살문을 보러 논산시 양촌면에 위치한 불명산 쌍계사를 찾는데요. 올가을에는 경내에 구절초가 만발해서 색다른 가을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답니다. 여행하기 좋은 계절에 화려하면서도 장엄한 대웅전 꽃살문과 사랑의 결실을 맺어준다는 연리근, 비가 와도 얼굴이 젖지 않는 관세음 보살상, 무병장수와 평안을 기원하는 칡덩굴 기둥 등 볼거리가 많은 쌍계사를 소개합니다.
▲ 쌍계사 봉황루
일주문의 역할을 하는 강당인 봉황루입니다. 대형 법고 함께 소원지가 매달려 있어 쌍계사 대웅전으로 향하는 성급한 발걸음을 잠시 붙듭니다. 꿈이 이루어지는 아름다운 절이라는 현수막의 글귀처럼 쌍계사는 소원성취를 빌기 위해 찾는 이들이 많답니다.
▲ 불명산을 배경으로 앉은 쌍계사 대웅전
봉화루 밑을 지나 처음 보게 되는 쌍계사 대웅전은 크기와 고풍스러운 모습에 누구나 저절로 감탄하며 놀란 입을 다물지 못 합니다. 대둔산의 끝자락인 불명산을 배경으로 날렵하게 추녀를 올려세운 대웅전은 자연스럽게 빛이 바랜 단청이 가을 분위기와 잘 어울립니다.
쌍계사는 고려 광종 때 관촉사 은진미륵을 건조한 혜명대사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오지만 확실하지 않다고 합니다. 조선 영조 15년에 절을 고쳤다는 기록이 남아 있어 시대를 짐작할 수 있는데요. 보물 제408호로 지정된 대웅전에는 정교한 꽃살문과 불상마다 장엄하게 꾸민 닫집, 배흘림 기둥과 한국의 건축물 중 출목수가 가장 많다는 공포 등 조선 후기 건축물의 예술미를 엿볼 수 있는 갖가지 요소가 잘 보존되어 있습니다.
▲ 쌍계사 대웅전 닫집
쌍계사에 가면 대웅전 꽃살문과 함께 삼존불 머리 위의 닫집을 꼭 보고 와야 합니다. 닫집은 궁전 안의 옥좌 위나 법당의 불좌 위에 만들어 다는 집 모형을 일컫는데요. 쌍계사 대웅전의 닫집을 살펴보면 석가모니불이 계시는 적멸궁과 아미타불이 주재하는 서방극락정토의 궁전인 칠보궁, 약사여래가 주재하는 동방정유리국의 궁전을 일컫는 만월궁이 화려한 장식과 함께 원형대로 보존되어 있습니다.
▲ 쌍계사 대웅전의 꽃문살
대웅전 꽃살문에 조각된 연꽃, 모란, 국화, 난초, 작약, 무궁화 등 여섯 송이 꽃은 화려하면서도 엄숙한 모양으로 채색을 품고 있습니다.
▲ 쌍계사 경내에 피어난 구절초
여름 동안 대웅전 앞뜰을 장식했던 연잎이 시들자 구절초가 만발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의 계절을 피었다가 지는 꽃들을 보며 사람의 마음도 욕심을 버리고 남을 돌볼 수 있는 여유를 가졌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을 염원해 보았습니다.
꼬마 아이가 대웅전 뜨락에서 민들레 홀씨를 불며 놀고 있더군요. 사진 모델이 되어 달라고 부탁하니 부끄러워하지 않고 멋진 포즈를 취해 주었답니다.
▲ 쌍계사 명부전
망인의 평안을 기원하는 명부전입니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영혼을 위로하는 연등 하나가 바람결에 나부끼고 있었습니다.
▲ 쌍계사 부도밭
쌍계사 초입에는 승려의 사리를 모신 부도밭이 있습니다. 9기의 부도는 조선시대의 부도 양식을 알 수 있는 귀중한 자료라고 합니다.
가을은 계절의 속도감이 무척 빠른 것 같습니다. 하얗게 눈이 쌓인 겨울의 쌍계사도 좋지만 가을빛을 머금은 고풍스러운 대웅전과 구절초가 만발한 경내의 풍경은 아무래도 가을에 보아야 제격인 것 같습니다. 여행하기 좋은 10월이 가기 전에 한번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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