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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고향에서 온 편지

부여 고향에서 쉼표 하나 찍고

2014.07.06(일) 15:40:30 | 조연용 (이메일주소:whdydtnr71@naver.com
               	whdydtnr71@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여름날

김사인

풀들이 시드렁거드렁 자랍니다
제 오라비 시누 올케에다
시어미 당숙 조카 생질 두루 어우러져
여름 한낮 한가합니다

봉숭아 채송화 분꽃에 양아욱...
산나리 고추가 핍니다
언니 아우 함께 핍니다

암탉은 고질 고질한 병아리 두엇 데리고
동네 한 바퀴 의젓합니다

나도 삐약거리는 내 새끼 하나하고 그 속에 앉아
어쩌다 비 개인 여름 한나절
시드렁거드렁 그것들 봅니다
긴 듯도 해서 긴 듯도 해서 눈이 십니다

고향에서온편지 1


비 개인 여름날 아침은 상쾌한 하루를 펼친다. 영화제 시상식에 깔린 레드카펫처럼 찜통더위 위에 펼쳐놓은 신선한 맑음으로 충전한 아침....... 모 신문 ‘아침을 여는 詩’ 편에 실린 김사인 시인의 ‘여름날’이란 시가 풀물처럼 가슴에 스민다.

여름에는 사람만 더운 것이 아니라 풀들도 더위를 탄다. 그래서 시인은  ‘시드렁시드렁’이라고 표현해서 낭창낭창한 여름 한낮의 풍경을 그려낸다.
 

고향에서온편지 2


여기서 여름 한 낮의 여유를 한층 더 고조시켜주는 대목은 ‘제 오라비 시누 올케에다/시어미 당숙 조카 생질‘이 두루 어우러졌다는 대목이다. 어찌 보면 한낮의 햇살이 너무 따가워서 들에 나가지 못하고 마루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여기에 추임새를 놓듯 ‘봉숭아 채송화 분꽃에 양아욱/산나리 고추가 핍니다/언니 아우 함께 핍니다’ 봉숭아 채송아 분꽃 양아욱 산니라에 고추까지....... 여름 식물들이 다 피어난다.

또 ‘암탉은 고질 고질한 병아리 두엇 데리고/동네 한 바퀴 의젓’ 하다 그래서 시인도 삐약거리는 새끼 하나 데리고 시드렁시드렁 여름 풍경에 전입신고를 한다.
 

고향에서온편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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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기에 부여 시골집 텃밭에서 엄마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고 있을 녀석들을 불러 세운다. 오이, 호박, 살구, 오얏, 수박 그리고 앞개울에서 어린 딸과 함께 미꾸라지 잡는 오빠의 모습까지 살그머니 밀어 넣는다.
 

고향에서온편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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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중에 문득 쉼표처럼 찾아가는 고향집. 그 고향집에는 어머니의 텃밭이 있고 또 그 텃밭에서 자란 열매들로 차린 풍성한 밥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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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 홀로 계신 어머니는 잘 익은 여름 과일들로 냉장고를 가득 채워놓고 이제나 올까 저제나 올까 자식들을 기다린다. 그러다가 잠시 짬을 내어 찾아온 자식들 앞에 냉장고에서 시들시들해진 과일들을 수줍게 꺼내 놓는다. 당신이 직접 기른 것들인데 모양은 이래도 참 달고 맛있다면서.......

이참에 고향집에 들렀다가 어머니 모시고 17일부터 20일까지 부여 궁남지 일원에서 열리는 ‘서동연꽃축제’에 다녀와야겠다.

당신 혼자서는 여행도 맛있는 음식도 사 드실 줄 모르는 어머니께 늘 받기만 한 사랑을 조금이나마 돌려드릴 기회가 생겼으니......어머니하고 연잎차도 마셔보고 서동, 선화 의상도 입어 보면 좋을 것 같다.
 

고향에서온편지 11


궁남지는 삼국사기 백제본기 무왕 35년 조에 ‘궁의 남쪽에 연못을 파고 이십 여리 밖에서 물을 끌어왔으며 주위에 버드나무를 심고 연못 가운데 섬을 만들어 방장선산을 본 땄다’는 기록이 남아 있는 역사의 산실이다. 

게다가 무왕과 선화공주의 애틋한 사랑이야기가 있어서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는 이보다 더 좋을수가 없다.

너무 멋진 내 고향 부여
그곳에 내 어머니가 계시고 내 형제들의 추억이 도롱도롱 맺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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