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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업이은 젓갈 외길인생

‘굴다리 식품’ 김정배 대표

2013.11.14(목) 14:26:08 | 온양신문 (이메일주소:seinhj@nate.com
               	seinhj@nate.com)

· 척 보면 ‘아 나를 반기는 구나’ 새우와의 대화
· 아버님 토굴서 전통방식 그대로 숙성
· 깨끗하고 안전하게 HACCP인증 공장 완공


김정배 대표가 토굴에서 숙성된 새우젓을 확인하고 있다.

▲ 김정배 대표가 토굴에서 숙성된 새우젓을 확인하고 있다.


김장철인 요즘, 맛있는 김치를 담그기 위해 질 좋은 배추와 소금은 물론 이 둘 못지않게 중요한 새우젓이 한참 인기를 누리고 있다.

- 80년 명맥의 ‘굴다리 식품’
새우젓 하면, 아산 사람 모두가 바로 떠올리는 곳. 80년 명맥의 ‘굴다리 식품’도 새우젓을 찾는 사람들로 북새통이다.

삽교천이 막히기 전 선장, 백석포구, 현충사 앞 까지 새우젓 배가 들어오던 시절, 온양의 젓갈 시장은 유명했었다. 그러나 삽교천이 막히고 난 이후에는 ‘굴다리 식품’만이 유일하게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할아버지의 젓갈가게를 이어 어머니와 아버지가, 그리고 그 뒤를 이어 현재 굴다리 식품을 운영하고 있는 김정배 대표(56세)는 “우리 조상들이 하던 옛 방식 그대로를 이어 나가는 것이 내 몫이라고 생각된다”고 말한다.

오랜 명맥을 이어가는 사업가들이 그렇듯, 김정배 대표의 철칙은 “남을 속이지 않는 것”이다.

수입산 새우젓이 국내산으로 둔갑돼 유통되는 등 소비자의 신뢰를 저버리는 문제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김정배 대표는 “먹을거리로 속이는 경우가 많은데, 정직하게 해야 한다. 부모님께서 하시던 사업을 이어 받으면서도 내 스스로가 자부했던 점이 고객들에게 좋은 국산 새우젓을 많이 전해 줄 수 있다는 것이었다”고 말한다.

이렇게 국산 새우젓만을 고집해 온 점이 지금의 ‘굴다리 식품’을 있게 해 준 결과이기도 하다.

“수입이 들어오면서 3년간 판매량이 1/3로 떨어진 적도 있었다. 그때는 너무 어려워서 1톤 차에 새우젓을 싣고 나가서 팔기도 했다. 그때가 나에게 있어 이 장사를 계속 할지 말지 기로에 놓인 때였다. 그래도 그때 수입을 안 팔고 국산으로 꾸준히 해 나갔고, 그것이 전화위복이 됐다. 진짜 국산만을 판다는 것을 알고 이제는 전국에서 찾으니까 말이다. 그 고집이 없었다면, 아마 소상공인으로 전락하고 말았을 것이다”라는 김정배 대표는 진실 되게 일 해야 한다는 점을 항상 강조한다.

- 새우와 대화하는 ‘젓갈의 명인’
“엄마 뱃속부터 지금까지 하고 있다. 학교 다닐 때도, 가게가 바쁘면 학교를 조퇴하고 와서 집일을 돕기도 했다. 그냥 그렇게 자연스럽게 이 일을 했다”

평생을 젓갈만 알고 지냈던 부모님의 뒤를 이어 그도 그렇게 젓갈 외길인생을 걸어오고 있다.

어렸을 때는 매일 냄새나고 해서 안 좋았던 적도 있었지만, 그것도 그때 잠시 뿐. 이제는 새우젓과 대화(?)하는 사이라고 한다.

“새우하고 이야기 한다. 새우가 들어오면 이야기를 해야 이 새우가 진짜 식품이 된다. 그냥 놔두면 새우가 화나서 맛을 제대로 안 내 준다”라고 말하는 김정배 대표. 그만큼 새우에게 애정을 쏟는다는 말로 들린다.

한주에 1~2번씩 전라남도 신안의 경매장을 찾아 재료를 직접 구입하고 있는 김정배 대표는 “딱 쳐다보면, ‘새우가 나를 반기는 구나, 나를 안 반기는 구나’를 알 수 있다. 나를 반기는 새우는 소비자들에게 좋은 새우다. 그것은 꼭 사온다”며, 자신만의 새우와의 교감(?)에 대해 설명한다.

평생을 젓갈만 해오다보니, 보는 눈이 저절로 생겨난 것이다. 그래서 그에게는 ‘젓갈의 명인’이라는 타이틀이 뒤따른다.

굴다리 식품은 지난 2004년 해양수산부 선정 수산전통식품 75호 업체로 지정됐으며, 현재 새우젓 부문으로는 국내유일이다. 김정배 대표는 HACCP인증 신축공장을 완공하고, 젓갈을 좀 더 깨끗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우리의 전통젓갈문화 확산을 위해 ‘젓갈문화체험관’도 마련해 놓고 있다.

신인동 일원에 위치한 ‘굴다리식품 젓갈체험관’

▲ 신인동 일원에 위치한 ‘굴다리식품 젓갈체험관’


- 변화된 입맛으로 사라져가는 전통방식 안타까워
“요즘은 짜다고 하면 우선 피하고 본다. 좋은 천일염을 쓰고 충분히 발효를 시킨 제품이어도, 요즘 젊은 사람들은 우선 짜다 싶으면 싫어한다. 사실 짠 것보다 단 것이 더 건강에 안 좋은데, 현대인들은 단맛에 많이 익숙해져 전통방식의 젓갈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때문에 우리는 저염방식을 연구해서 짜지 않은 젓갈을 생산해 내고 있다”는 김정배 대표.

저염방식을 연구해 짜지 않은 젓갈을 생산해 내고 있으나, 현대인들의 입맛 변화가 전통방식을 사라지게 만드는 점을 우려해 김정배 대표는 옛 전통방식의 젓갈 담그는 비법을 비롯해 옛 조상들의 애환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젓갈의 이야기를 담아낸 책을 쓰려하고 있다.

그는 “내가 해야 될 일이라고 여겨진다. 점점 사라지는 우리의 것을 그렇게라도 남겨 후대에 전하고 싶다”고 말한다.

“아버님이 토굴을 안 파 놓았으면 안 했을 텐데, 토굴이 있어 전통방식의 명맥이 유지된 것이다. 부모님이 물려주신 재산이고, 이를 후대에 잘 남겨 계속 명맥을 이어가고 싶다”는 김정배 대표는 현재도 50년 된 토굴에서의 3개월 이상의 숙성(토굴은 숙성에 적당한 온도인 11~13도를 유지해 맛과 영양분이 파괴되지 않게 한다)을 고수하고 있기도 하다.

또한 대학 강의와 백화점 강연 등을 통해 제대로 된 우리 전통 젓갈문화를 알리는데 앞장서고 있다.

- 지구가 멸망할 때까지 가업으로
현재의 그가 있기까지는 할아버지의 노력과 부모님의 노력이 든든히 뒷받침 돼 있다. 부모님 이야기에 김정배 대표는 “너무 고맙다. 그분들이 그 고생을 해서 그 시절 우리 4형제를 대학까지 다 가르쳤으니…, 그 고마움을 나이 50이 넘어서야 알게 됐다. 우리 부모님 살아 계셨으면, 지금 이렇게 일궈 놓은 것 보시면 얼마나 좋아하셨을까 싶다. ‘우리 아들, 대견하다. 고생했다’는 그 말…, 그 말 한마디 들어 보고 싶다”며 먹먹해져 오는 감정을 추스른다.

부모님께 자랑스럽게 일궈놓은 현재의 모습을 보여드리고파 하는 그에게 ‘언제까지 이 사업을 해 나갈 것인가?’를 묻자. 웃으며 “지구가 멸망할 때까지 후손들이 가업으로 계속이어나가야지”라고 말한다.

많은 양의 새우를 나르고 푸고 담고 하다보면, 체력적으로 힘든 것은 당연한 일. “어느 한 곳 안 아픈 곳이 없이, 그냥 몸 전체가 다 아프다”고 말하는 그는 무릎에 하고 있는 보호대를 보이며 웃는다. 그렇게 힘들어도 그는 “힘들어도 웃는다. 내가 힘들다고 생각하면 못 했을 것이다. 내가 즐겨야 하는 것이다”라며 더 환한 웃음을 내 보인다.

지구가 멸망 할 때 까지 가업으로 이어 가고 싶다는 그의 소원은 우선 아들과 딸이 이뤄줄 것으로 보인다. 아들과 딸이 아버지의 뒤를 이을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3대째 이어 내려온 굴다리식품의 전통젓갈은 이제 4대째 가업으로 명맥을 이어 나가려한다.

굴다리 식품 매장

▲ 굴다리 식품 매장


가업이은젓갈외길인생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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